이복순 제1 시집 『어찌 혼자 가나요?』 해설
자성自省과 삶의 진실성을 통한 서정시의 파노라마
김 전(시인, 문학평론가)
1. 들머리
시를 쓰는 일은 자아를 찾아가는 길이다. 시를 창작하려면 자기 모습을 아낌없이 벗겨내야 한다. 여기에는 자신을 대중 앞에 내놓는 용기가 필요하다.
인간의 존엄은 걸어온 삶을 뒤돌아보고 반성의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아름다운 일이다.
이번에 상재되는 이복순 시인의 시집 『어찌 혼자 가나요?』는 평범한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잔잔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들려주고 있다.
감동과 공감을 주는 이 시집은 제1부, 「왜 진작 몰랐을까」 제2부,「그날도 울었지」 제3부 「은행잎에 새긴 사연」 제4부, 「꽃사랑 눈」 제5부, 「울지 않는 꽃」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서정은 섬세하고 독특한 이미지다. 개성적인 시적 언어로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솜씨가 만만치 않다.
주위의 자연에 눈길을 주며 그 자연과 하나 되어 리드미컬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여기에는 삶의 애환이 함께 들어 있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작품에 녹아있는 삶의 진실성은 지금까지 지나온 작가의 발자취다. 작품 한 편 한 편에서 울리는 자성의 목소리는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간다.
작가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오랫동안 교회에서 전도사직을 수행하며 차원 높은 삶을 살아왔다. 작가가 살아온 기독교적 가치가 이 시집 곳곳에 묻어 있다.
종교적 체험과 경험을 작품 속에 녹여내며 지내온 삶을 관조하는 자세가 이 시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 작품집을 내용별로 분류해 보면, 종교적 색채를 띤 작품과 일상에서 얻은 서정적 작품,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어린 시절의 추억이 시집을 알차게 꾸미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작가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왔다. 이제 문학인으로 작품활동에 매진할 것이라 믿는다.
작품 밑바탕에 깔린 진실은 콩밭 매는 어머니와 모세 어머니를 등장시켜 더욱 한 차원 높이고 있다.
작품의 소재가 된 ‘콩 밭매는 어머니, 뻐꾸기 우는 밤’ 등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와 고고한 향기로 거듭났다.
이복순 작가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시를 끌고 가는 힘이 남다르다.
이복순 시인이 살아온 사유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체험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서정적인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자기 생각을 과감하게 드러내며 시적 미감을 높이고 있다.
산국(山菊)처럼 고고히 향기를 날리는 작품으로 들어가 그 향기에 취해보자.
2. 문학에 대한 사랑
시심에 젖어 뒤척이며
잠 못 이루는 밤
사색하는 몸부림에
산통은 더해가고
밤이슬 적시는 뻐꾸기는
왜 저리 울어 대는지
첫사랑 열정으로 걷는
문학의 길
고통 끝에 안겨 오는 새싹
뻐꾸기 우는 밤엔
시가 나온다
「뻐꾸기 우는 밤」 전문
창작의 고통을 뻐꾸기라는 상관물을 내세워 시적 가치를 드러냈다.
시 한 편을 창작하기 위해 고뇌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시 한 편을 낳는 것은 한 생명을 낳는 것이다. 산통을 겪고 옥동자가 나오듯이 시 또한 이런 고통이 따른다.
뻐꾸기가 등장하여 밤새도록 응원하고 있다. 뻐꾸기 우는 밤엔 시가 나온다고 하였다. 인간과 새의 인과 관계를 잘 나타내었다.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시인의 몫이다. 호흡이 짧지만 깔끔한 작품이다.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가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사유가 깊은 작품이다.
고통 끝에 안겨 오는 새싹은 시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본다. 새싹은 깨끗하고 상큼한 이미지를 나타낸다.
이복순 시인은 한 편의 시를 건지기 위해 사색과 산책을 하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시를 창작하며 시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은 시인이 바라는 행복한 삶이다.
문학 사랑에
흥건히 젖어 버린
내 마음의 숲
왜 진작 몰랐을까
이 아름다운 이름을
새들도 노래하는 숲속에서
사랑에 빠져들고 있었다
푸르름 단장하고 손짓하는
일자산 언저리에
보물을 찾고 있는
문인들의 언어예술
사계절을 업고 앉은
인간 만사 절묘함이
빨랫줄을 타고 앉아
감성을 낚기 시작했다
시 낭송에 빠져드는 순간
처음 느껴보는 야릇함
첫사랑 감정이 밀려온다
음률에 실려 오는
바람 소리 새소리
초록 잎새들의 속삭임
문학 사랑에
흥건히 젖어 버린
내 마음의 숲
「왜 진작 몰랐을까」 전문
한국 국보문인협회는 일자산에서 해마다 두 번씩 시화전도 하고 『내 마음의 숲』 동인지 출판기념회와 시낭송회도 열고 있다.
시화전에 참여한 시들이 온 산을 둘러싸고 시심을 불태운다. 거기에 시낭송회까지 열리고 있으니 더 바랄 게 없다.
낭랑한 시의 음률이 일자산에 울려 퍼지면 국보 문학인들은 시선詩仙의 경지를 경험하게 된다. 시 낭송을 통하여 몸과 마음이 힐링 되고, 동인끼리 두터운 정도 나눌 수 있으니,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또 있을까?
작가는 이 행사에 참여한 기쁨을 시로 나타냈다. 재미있는 문학 행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그때의 모습이 선하게 다가온다.
‘사계절을 업고 앉은/ 인간 만사 절묘함이/ 빨랫줄을 타고 앉아’는 시화전 장면이다. 절묘한 낯설기 기법의 표현이다.
이는 시화를 적은 현수막들이 온 산을 배경으로 걸려있는 모습을 빨랫줄을 타고 앉았다고 표현했다. 비유법의 진수를 보여준다.
시 낭송, 바람 소리, 새소리, 초록 잎새들의 속삭임은 일자산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여러 가지 감각적 이미지를 통하여 시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시는 묘사와 느낌으로 이루어진다.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잘 연출하였다.
3. 가족에 대한 사랑
햇살은 일찍 내려와
풀잎에 앉아 놀고
흰 수건 쓰시고
콩밭 고랑 헤집으며
5남매 걱정 뜯으시던 어머니
콩 이파리 사이
파란 바람 일렁이며
엄마 땀내 달려온다
밭둑 뭉개고 다니며
식물 채집하던 어린 막내
자연 한 자락이 웃는다
살랑거리는 콩 이파리 사이
엄마 모습 보이는 것 같아
까치발을 세웁니다
「콩밭 매는 어머니」 전문
어머니의 사랑을 나타낸 작품이다. 동시대의 사람들은 이 작품을 보면 공감하리라 본다.
옛날에는 너나 할 것 없이 가난했다. 그러나 인정이 넘치던 시절이었다. 어머니의 콩밭 매는 모습을 낯설기 기법으로 이렇게 나타내었다.
콩밭 고랑 헤집으며/5남매 걱정 뜯으시던 어머니, ’살랑 거리는 콩 이파리 사이/
엄마 모습 보이는 것 같아/ 까치발을 세웁니다.‘
개성적인 묘사다. 좋은 시는 남과 달라야 한다. 이런 묘사를 보면 작가의 개성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차별성이 확연히 나타난다.
어머니 사랑을 나타내기 위하여 어머니가 콩밭에 있는 풀을 뜯는 모습을 5남매 걱정을 뜯는다고 하였다. 엄마가 보고 싶어 까치발을 세운다고도 하였다.
시는 에둘러 묘사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과 언어를 세공하는 섬세한 내공이 이 작품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대상과 자신을 아우르며 한 편의 시로 마무리했다.
목화솜 이불 싣고
산 넘어 시집가는 날
십 리길 따라가며
울며 보챘지!
업어 주고 달래주던
엄마 닮은 울 언니
팔십 년 세월
달팽이 등에 깊은 주름살
바람 소리 천둥소리
얼마나 들었을까
보고 또 봐도
그리운 울 언니
엄마가 그리워진다
「시집가는 울 언니」
시집간 언니를 그리는 마음이 절절하다. 나이 차이가 많았던 언니가 작가를 업어 주며 엄마를 대신했다.
지금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여러 남매의 맏딸은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을 길러냈다.
그때 그 언니가 그리운 것이다. 이제 80 고개를 넘은 언니는 어머니처럼 주름살이 달팽이 등 같다.
언니는 엄마가 되고 언니와 엄마는 하나가 되어 그리움이 된다.
경험에서 우러난 작품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기에 안성맞춤이다. 언니가 시집가서 살아온 시련과 고난을 나타내었다. 비유적 이미지로
‘팔십 년 세월/달팽이 등에 깊은 주름살/바람 소리 천둥소리/ 얼마나 들었을까’에서 내면의 파동을 잔잔하게 정화하는 단계를 그쳐 안정의 단계에 이르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 그리운 언니가 어머니로 치환된다. 어머니의 모습이 언니의 모습이고 언니의 모습이 어머니의 모습이 된다.
시는 느낌의 묘사다. 작가는 자신의 진솔한 느낌을 남다른 비유법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독자에게 쉽게 와 닿아 공감의 단계로 나가고 있다.
감자꽃 필 때는 어머니와
감자 캐던 생각 난다
연초록 잎 새싹 돋아
자주색 꽃피우며
미소 짓는 네 모습
주먹 같은 둥근 자식
줄줄이 숨겨놓고
능청 떨고 있었지
줄줄이 달고 오던
곳간 호미 던져놓고
잠드신 어머니
어머니 계신 그곳에도
자주색 감자꽃이
피고 있는지
「자주색 감자꽃」
감자꽃을 보며 감자 캐던 어머니를 생각한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자식들의 마음에 무게 중심이 되어 왔다. 어머니만 생각하면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뒤이어 고향이 떠오른다.
작가들이 즐겨 소재로 삼는 어머니는 작품마다 작가마다 다른 색깔이다.
작가는 어머니가 농사지으며 고생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 고생이 마음의 빚이 되어 문득문득 떠 오르고 있다.
오 남매 기르느라 고된 농사일 하던 어머니는 작가의 가슴에 화인으로 찍혀 있다.
콩밭을 매고, 감자 캐고….
오로지 자식을 위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아린다.
‘주먹 같은 둥근 자식/줄줄이 숨겨놓고/능청 떨고 있었지’ 멋진 표현이다.
감자가 땅속에 숨겨놓은 자식과 어머니가 애지중지 아끼던 자식이 하나가 된다.
주위에 있는 평범한 소재를 건져 올려 시적 장치 위에 올려놓고, 맛있는 요리라도 하듯 시를 끌고 간다. 대상과 교감을 통해 갈등을 극복하며 그만의 개성으로 순도 높은 시적 경지로 나가고 있다.
자주색 감자와 어머니의 자식 사랑을 시의 흐름 속에 은근슬쩍 감춰 두었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 한층 높은 단계로 나가고 있다.
그때 그 어머니는 지금은 부재중이다.
‘어머니 계신 그곳에도/ 감자꽃이/ 피고 있는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처연함이 느껴지며,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4. 어린 시절의 추억
행복이 미소 짓던 날
뒷동산에 올라
풀피리 불며
진달래꽃 물들이던
친구야
개울물에
작은 발가락 꼼지락거리며
뛰는 가슴 숨겨놓고
같이 놀던 친구야
고향하늘 달리는
구름 한 점 바라보며
그 시절 생각나
친구 이름 불러본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손자 재롱 눈 맞추며
세월 더듬고 있는지
「친구」
뒷동산에 올라 풀피리 불던 고향 친구를 그리는 시의 밑바탕엔 아름다운 서정이 깔려있다.
이런 풍경도 머지않아 사라질 때가 올 것이다. 이제는 농촌 인심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젊은이들은 앞다투어 떠나가고 등 굽은 노인들만 남았다. 아름답던 농촌이 주인 없는 빈 둥지가 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진달래 따 먹고 풀피리 불며 개울물에 발 담그던 아름다운 풍경은 이제 전설 속으로 사라지려나?
아름다운 서정시의 진수를 보며 문득 이 모습을 고이 간직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시인은 시대를 반영한다. 그 시대의 아름다운 환경을 그리며 뒤안길의 아픔을 찾아내는 게 시인의 임무가 아니겠나?
먼 훗날 고향 친구를 그리는 이런 시가 어떻게 비칠까? 이런 아름다운 농촌의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작가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연상법을 활용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고, 다정다감하게 작품을 끌고 가고 있다.
기억 속의 고향과 그때 그 친구를 현실로 불러내고 있다. 이제는 어린 시절의 친구도 할머니가 되어 손자 재롱이나 보고 세월을 더듬고 있지 않겠나? 마지막 연의 느낌은 애틋하면서도 아름답다.
그날도 울었지
배불러 못 묵겠다
그라머 묵지 마라
그래도 묵을란다
배부른데 와 묵노
엄마 생각 자꾸 나이 묵지
배부른데 엄마 생각난다고
꾸역꾸역 마시머
니 속이 우째 되겠노
우째 되긴 우째 되
죽기밖에 더하겠나
배 터져 죽으머
엄마한테 가겠지
나도 엄마 있는데 가머 되지 뭐
엄마 어딨는지 니 아나
그라 머 니느 아나
니 술 끊으머 갈채 주지
「훔친 사투리」
경상도 사투리가 시로 태어났다.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정겨운 느낌이 난다.
지금은 경상도 젊은이들도 이 사투리를 못 알아들을 수도 있겠다.
표준말만 배운 어린 세대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노년기로 접어든 독자라면 입가에 미소를 흘리며 읽어갈 것이다. 그때는 자주 쓰던 말이었으니까.
시의 내용도 재미있다. 엄마 생각이 나니, 그날을 생각하며 꾸역꾸역 많이 먹고 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독특하게 표현했다. 억지로 음식을 먹으며 반항하듯 볼멘소리하고 있다.
밥도 꾸역꾸역, 술도 꾸역꾸역, 먹고 마시며 자꾸 입 속으로 밀어 넣는다. 먹다가 배가 불러 죽으면 먼저 떠난 엄마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해학적인 기법으로 독특하게 풀어냈다. 여기엔 어머니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갈려 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훔친 사투리」라니!
사투리를 훔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낸 작가의 기지가 돋보인다.
해학적으로 풀어낸 이 시는 고통과 희생으로 자식을 사랑했던 어머니에 대한 깊은 갈구로 나타난다. 그 사랑을, 사투리를 훔쳐서까지 절실하게 나타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담담하게 풀어내면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심도 있게 나타냈다.
사투리에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겨 있다. 그러니 사투리는 버릴 것이 아니라 연구하고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다. 문학에서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은 조상들의 정신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한다.
가난한 시골 소녀
정규과정 진학 못 한 야간 생도
한 맺힌 옹이 박힌 50여 년
고졸 검정고시 접수 마지막 날
울다 비웃다 달래다
교육청 문을 여네
기름치고 달래며
눈꺼풀 못 내리고
기출문제 붙들고 놓지 않았네
합격자발표 된날
시험 치던 긴장보다 떨리는 가슴
수험번호 1280
줄 서 있는 합격자명단
평생 안고 살아야 했던
옹이가 빠진 날
그날도 울었지
「그날도 울었지」 전문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작품이다. 평생교육이란 말이 있듯이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정규과정을 마치지 못한 한이 가슴에 못으로 걸려있었으리라.
시험공부를 하는 장면도 잘 묘사했다.
합격의 순간도 ‘줄 서 있는 합격자 명단/ 평생 안고 살아야 했던/ 옹이가 빠진 날/ 그날도 울었지.’
합격자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어 얼마나 좋았을까? 마지막 연에서 합격의 기쁨을 나타내었다.
평생 안고 살아야 했던 /옹이가 빠진 날/그날도 울었지
이 부분에서 독자도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삶 자체가 시험이다. 산 하나를 넘으면 또 산이 있다. 어쩌면 시험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화자는 기쁨을 은유적으로 잘 나타내었다. 가슴 속 옹이가 빠진 날 그 속울음이 지금도 들려오는 듯하다.
작가의 마음을 진솔하게 그리는 것이 좋은 작품이다. 가난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작가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난날 공장에서 야간학교 다니는 학생, 강의록을 받아서 공부하는 학생,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 등 학구열에 불탔던 학생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미담으로 남아있다.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자만이 성공하는 것이 아닐까?
5. 자연에 대한 사랑
반곡지 풀 내음 고향에 데려놓고
인동초 미소 앞에 발걸음 멈춰설 때
입 다문 야생 딸기가 입을 열 때 오라네
왕버들 머리 감고 임 마중 채비하는
둘레길 발맞추는 예술인 경산 투어
한마음 꽃물들이며 사랑으로 번지네
닫혔던 역사 문화 말문이 열려지고
또다시 오고 싶은 반곡지 둘레길에
작가들 무거운 발길 언제 다시 오려나
「반곡지에서」 전문
이 작품은 정형시다. 3장, 6구, 12 음보의 정격시조다. 첫째 수에서 반곡지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야생 딸기가 입을 열 때 오라네’ 재미있는 묘사다. 의인법을 통하여 나타낸 표현이다.
반곡지에 가면 왕버들 잎들이 호수 속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 반곡지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셋째 수에서 경산 문화의 모습을 나타내었으며 작가들이 다시 오길 기다리는 마음을 진솔하게 나타내었다.
이 작품은 초장 중장에서 경치를 나타내었고, 종장에서 작가의 느낌을 나타내었다.
선경후정先景後情의 구조로 되어있다.
반곡지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묘사하였다. 시조는 형식과 내용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시조의 멋과 맛을 나타내고 있다.
반곡지는 아름다운 호수다,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사진작가가 붐비는 곳이다.
꽃길 정원 발맞추어
초대장 쓰며 걷는 사람들
가을을 씹고 있다
꽃향기 탐색하는 여린 잠자리
입맛 다시며 나풀나풀
꽃향기 실어 나른다
높은 하늘 이고
두레박 퍼 올리는
문인들의 서정
꽃물 들여가며
소풍 즐기는 사람들
낙동강이 웃고 흐른다
「하중도」
하중도는 대구의 팔달교 아래 금호강이 흐르면서 이루어진 작은 섬이다.
대구시에서 해마다 꽃 축제를 연다.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 여러 꽃이 전시된다.
다양한 모습을 보면서 즐기는 모습을 시적으로 나타내었다.
‘가을을 씹고 있다.’ 가을을 남김없이 즐기고 있다는 뜻이다.
하중도에서 자연을 즐기는 존재로 잠자리, 문인들, 사람들의 모습을 동적으로 나타내었다,
자연과 일체 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시인의 눈에 클로즈업된 모습을 낯설기 기법으로 나타내어 시적 미감을 높였다
‘높은 하늘 이고/ 두레박 퍼 올리는/문인들의 서정’에서 개성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자신만의 목소리는 독자를 공감의 장으로 이끈다.
6. 기독교에 대한 사랑
내가 태어나던 날 사내아이 죽이라고
헤롯왕이 명령했네
어머니 치마폭 울음소리 너무 커서
강물에 던져졌네
가슴 깊이 스며든 엄마의 눈물방울
마지막 눈 맞추며 갈대 상자 덮였구나
정처 없이 흔들흔들
나일강 베개 삼아 떠내려가는 아기
백옥 같은 몸 강물에 적시던 공주
갈대 상자 뚜껑 열고 눈을 맞추네
헤어날 수 없는 첫사랑 같은 눈 맞춤
사랑에 빠지는구나!
갈대숲에 숨어보던 누나 미리암
쪼르르 달려가 유모를 데려왔지
누구였을까
강물에 던져버린 어머니였네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 섭리
젖꼭지 내어주며 내 민족 구원할 지도자
간절히 기도하던 여인
내 삶의 주인 되신 주님이 이끄셨네
이백만 명 출애굽 지칠 대로 지친 몸
물이 없다 물이 없다 원망 소리 빗발치네
반석을 쳐버린 순간의 혈기
느보산에 숨 거두며 두 손 모은 기도
아무도 알 수 없는 그곳에서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
「모세」
출애굽 사건의 주인공인 모세 이야기를 작가는 시적 해석을 통해 밖으로 내놓았다. 깊은 성찰로 미래의 희망찬 메시지도 숨겨 놓았다.
유대민족의 지도자 모세는 태어나 어린 시절에 나일강물에 던져졌다. 그때 이스라엘은 로마의 박해를 받고 있었다.
왕은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모세의 어머니는 골방에서 몰래 아들을 기르게 됐다. 그러나 아이가 자람에 따라 울음소리를 숨길 수 없게 되자, 모세 어머니는 목숨 건 큰 결단을 하게 된다.
‘이 아이를 나일강 물에 버리기로.’
마침 목욕 나왔던 공주가 이를 발견하고 상자를 여는 순간 아이의 눈과 마주쳤다.
공주는 아이를 아들로 삼으려고 궁중으로 데려가려 했다. 그때 모세의 누나 미리암이 자기 어머니를 유모로 추천했다.
모세는 친어머니 젖을 먹으며 자라게 됐다. 어머니는 모세에게 유대민족의 고난과 이들을 구해야 할 사명이 있음을 알린다.
이래서 출애굽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고생 끝에 드디어 가아난 땅 지금의 이스라엘 땅에 들어오게 됐다.
작가의 신실한 믿음이 모세의 출애굽 사건을 시로 나타냈다. 주님 인도하심을 시인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모세 어머니의 결단과 모세의 지도자적 자질을 대하며 거짓말 같은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나라 형편이 어려우니 더욱 모세 같은 지도자가 그립다. 또 모세 어머니 같은 어머니가 절실히 필요함을 느낀다.
깊은 성찰에서 온 한 편의 성시를 보면서 화자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시간을 줄다리기하며
하루라는 선물을 안고
강물처럼 흘러가는 길
만삭된 몸 비틀며
앞서가는 시곗바늘은
도돌이표 하나 없이
따라오라 손짓합니다
오는가 싶더니 야속하게 가버린
봄, 여름 푸른 계절
나의 시간은
물레방아처럼 돌아갑니다
가시밭길 헤쳐내며
비바람 불어도 가야 하고
웃고 울며 가야 할 길
빛바랜 벤치에 홀로 앉아
어설픈 미소 한 줌 얹어놓고
다림줄을 늘여봅니다
가녀린 몸 버티며
홀로 맞이하는 낙엽의 계절
이정표 찾아 나선 진리의 목마름
얼마를 더 가야 이 길의 끝인가?
혼자서는 갈 수 없어
주님 손을 잡았습니다
「어찌 혼자 가나요」전문
늦가을과 같은 인생길에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가시밭길 헤쳐왔던 발자국이 저만치 따라오고 있다.
빛바랜 벤치에 홀로 앉아/ 어설픈 미소 한 줌 얹어놓고/다림줄을 늘여 봅니다.‘
가녀린 몸 버티며 혼자서 애쓰며 걸어왔던 길을 회상한다. 이정표 따라 진리를 쫓아왔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절박한 외로움이 닥칠 때마다 작가는 주님 손을 잡는다.
혼자서는 도저히 갈 수 없으니, 주님과 같이 가겠다고 다지고 있다.
마음을 잡지 못하는 화자의 내면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혼돈이었다. 화자 내면을 따라 깊숙이 들어가 보면, 저 먼 곳에 구세주 주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부분은 주님 손잡고 안도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었다.
이 작품은 표제작이다. 기독교의 철학을 배경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눈물 닦아주는 이 없어
아파도 울지 못했습니다
기댈 곳 없는 오뚝이 인생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새벽
따스한 손 잡아 주시며
나직이 속삭여 주셨지요
주님 흘리신 보혈 안에서
사랑의 손에 붙들린 축복
허물이 벗겨지는 순간
눈물지으며 다짐하는 마음
아름다운 정원 가꾸어 가며
향기 되어 살고 싶습니다
「새벽기도」
작가의 시 속에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짙게 배어 있다. 기댈 곳 없어 외로울 때 새벽을 깨우며 기도로 하루를 연다.
이른 새벽 고요히 잠든 시간에 작가는 교회에서 무릎을 꿇었다. 참회의 눈물과 간구로 주님께 엎드렸으리라.
삶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진실을 주님과 동행하며 극복해 나간다. 새벽을 깨우며 새벽 기도로 하루를 열었던 정화된 삶은 작가를 끌고 온 원동력이 아닐까?
기도로 흘린 눈물만큼 높은 차원의 삶을 살아가는 작가의 마음이 보인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치는 마지막 행 ’아름다운 정원 가꾸어 가며/향기 되어 살고 싶습니다.‘ 라는 작가의 다짐이 심금을 울린다.
눈물, 오뚝이, 인생, 기도, 축복, 향기로 이어지고 있다. 시련의 극복 그리고 축복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오로지 기도로서 모든 것이 이루어졌음을 알리고 있다. 믿음 속에서 살아가는 작가의 모습이 오롯이 나타난다.
8. 마무리
이복순 시인의 첫 시집『어찌 혼자 가나요』는 살아온 체험을 바탕으로 창작된 작품집이기 때문에 공감이 가는 작품집이다.
시인으로 고뇌하면서 창작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인동초처럼 꿋꿋하게 살아온 점이 잘 나타나 있다.
. 흔들리지 않는 주관적인 삶이 돋보인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기독교 신앙으로 살아오면서 주님과 동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작품집의 특징은 ’문학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 어린 시절의 추억 ’자연에 대한 사랑‘ ’기독교에 대한 사랑‘이 기둥으로 놓여있다.
좋은 시는 다른 사람의 작품과 달라야 한다. 달라지기 위해서는 관념의 틀을 깨뜨려야 한다. 관념의 틀을 깨뜨리려면 자신만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복순의 작품은 순수하고 독특하다. 깊은 산골에서 흘러나오는 샘물과 같다.
적절한 비유와 상징이 뒷받침하고 있으며, 삶 자체를 문학으로 승화시켜 놓았다.
아침마다 남매지를 돌면서 사유 깊은 작품을 건져 올리는 그의 모습에서
엄숙함이 보인다.
그는 소외된 사람을 위하여 걱정하면서 사랑의 길을 찾고 있다.
첫 시집 『어찌 혼자 가나요.』가 독자에게 사랑받는 시집이 되길 바란다.
그의 첫 작품집을 축하하며 두 번째 시집을 기다린다.
시집 뒤편에
이 작품집의 특징은 ’문학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 어린 시절의 추억 ’자연에 대한 사랑‘ ’기독교에 대한 사랑‘이 기둥으로 놓여있다.
좋은 시는 다른 사람의 작품과 달라야 한다. 달라지기 위해서는 관념의 틀을 깨뜨려야 한다. 관념의 틀을 깨뜨리려면 자신만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복순의 작품은 순수하고 독특하다. 깊은 산골에서 흘러나오는 샘물과 같다.
적절한 비유와 상징이 뒷받침하고 있으며, 삶 자체를 문학으로 승화시켜 놓았다.
아침마다 남매지를 돌면서 사유 깊은 작품을 건져 올리는 그의 모습에서
엄숙함이 보인다.
그는 소외된 사람을 위하여 걱정하면서 사랑의 길을 찾고 있다.
첫 시집 『어찌 혼자 가나요.』가 독자에게 사랑받는 시집이 되길 바란다.
김 전 (시인,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시 해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상섭 시집 서평 (4) | 2024.10.24 |
---|---|
삶을 일깨우는 山寺의 풍경소리 (1) | 2024.01.21 |
체험과 상상으로 이루어진 시적 미감의 극대화 (0) | 2023.08.18 |
권영숙 첫 번째 시집 (0) | 2023.02.03 |
고산지 서사시 「은둔의 나라」 해설 (0) | 2022.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