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세계 평론 당선작
순수와고독의 스펙트럼에 비쳐진 窓
(채명호 시집 “겨울과수원” 考察) 김 전
1. 들어가는 말
시조는 오랜 세월동안 사라지지 않고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함께 이어온 우리나라 문학의 양식이다.
정형시이면서 정형을 지키지 않는 시조가 난무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평론가 이봉수는 많은 시조인들이 말은 바로 하면서 글은 비뚤게 쓰기 때문이라고 개탄하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시조는 3.4조를 기본음보로 하는 3장6구12음보의 정형시”라고 하면서 손으로는 기본음보를 무시하거나 3장6구12음보를 파괴하거나, 수의 구별을 없애거나, 자유시의 흉내를 내는 등 일일이 지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정형시를 쓴다.¹)
시조의 형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본다, 시조의 형식이 파괴된다면 시조의 가치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오늘날 제대로 형식에 맞는 정격시조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농촌을 지키면서 철저하게 정격시조와 단시조를 고수하는 채명호 시인은 정격시조시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순수한 자연 속에서 순박한 마음으로 오로지 시조 하나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채명호 시인의 시조집 “겨울과수원”은 총 5부로 되어 있다 1부 웃음사냥 2부 유년의 추억 3부 겨울과수원 4부 찔레꽃 천사 5부 산울림으로 되어있으며 101편의 작품이 수록 되어 있다.
2 시조의 아름다움은 단시조에서 찾자
시조는 정형시의 일종이고, 정형시란 정해진 공간과 시인 사이의 긴장 관계를 전제로 하는 시 형식이다. 즉, 시인의 시심을 구속하려는 형식과 이러한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시인의 시심 사이의 힘겨루기를 통해 양자 사이에 아슬아슬한 긴장과 균형을 이룰 것을 요구하는 것이 정형시로서의 시조다. 말하자면, 시조란 본래 형식의 제약을 받아들이면서도 이에 저항하는 시인이, 또한 형식의 제약에 저항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받아들이는 시인이 마침내 이룩해 낸 갈등과 긴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점을 감안한다면, ‘3장 6구 12음보’라는 제약 안에서 승부를 걸 것을 요구하는 단시조 형식의 구속에서 임의로 길이를 늘이는 연시조 형식-또한, 어떤 의미에서 보면, 언어의 절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설시조 형식-은 시조의 새로움 또는 현대화를 도모하기 위한 탈출구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지만, 갈등과 긴장의 강도를 낮추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일종의 ‘일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중략) 비록 시대가 바뀌었다 하더라도 시조의 시조다움은 단시조 형식에서 찾아야 한다는 논리는 결코 지나친 것일 수 없다.²)
단시조는 초장 3.4 3.4 중장 3.4 3.4 종장 3.5 4.3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며 정격시조는 위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정격시조라 한다
3.채명호 시인의 약력과 특성
채명호 시인은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9급 공무원 공채로 김천 구성면사무소와 증산면사무소 및 아포읍 호병복지계장으로 근무하다가 1997년에 명예퇴직 했다.
1986년에 계간 “현대시조”지에 초회 추천하고 1992년에 계간 “현대시조”지에 등단하였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영남시조문학회 부회장, 현대시조 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계간 “현대시조” 편집위원으로 있으며 2012년 현대시조 좋은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단시조와 정격시조를 고집하는 시인이다. 그리고 자연을 배경으로 작품을 창작하고 있는 전업 시인이다..
4.채명호 시인의 작품 고찰
꽃인줄 알았더니
잎이라고 독한 댓글
작은 꽃
진실인데
숨어서 무슨 생각
잎이란
가신 같은 것
입을 달지 않았다
- <설악초> 전문-
단시조로서 적절한 음보와 행의 배열로 이루어져 있어 시각적 효과를 통하여 시의 이미지를 상승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
설악초는 눈꽃처럼 고와서 꽃으로 착각할 수 잇으나 잎 사이 작은 꽃이 있는 식물이다. 여기에서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시란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도록 여백을 두어야 한다고 본다.
대추나무
그늘 아래
유년이 달려오면
상것의
과한 욕심
젖비린내 토해내고
남은 것
몇 알 익어서
이어주는 양반 명줄
-<대추>전문-
불안한 시대를 노래하는 작품으로 대추와 山中 과수원을 들 수 있다. 양심이 도둑질 당한 어둠의 시대, 오로지 실용적인 것만을 요구하는 이 시대 나의 욕정만을 채우는 것이 옳은 일일까?
대추 몇 알로 명분을 지키려던 양반 사회를 과연 욕해야 할까. 아무리 배고프더라도 함부로 욕심을 탐하지 않는 양반들의 의젓한 자태가 그리운 것은 무엇일까? “상것의/ 과한 욕심/ 젖비린내 토해내고”에서 풋대추의 비릿한 냄새와 겹쳐져 시의 맛을 더해주고 있다. 자기의 실리를 챙기고 남을 버리는 세태의 아픔을 노래하는 시로 山中 과수원이 있다
여기에서 시조의 기본형식을 철저히 고수 하고 있다.
고깔도 부족해서 그물옷을 입혔구나
날짐승 찍고 찍어 핑계야 없겠는가
앓느니 차라리 죽지, 작은 반란 일고 있다.
먹여주고 살펴주고 金枝玉葉 하였는데
어찌하여 배반인가 참으로 섭하구나
그까짓 고통도 없이 共存共生 나도 싫다
누가 원해 먹였는가 누굴위해 살폈는가
비밀거래 없었다면 자유바다 있을 것을
질긴 끈 우리들 인연 태풍이 답이었다.
-<山中 과수원> 전문-
모든 것을 다 해주어도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기 위해
평화스러운 산중 과수원에 모질 짓을 다하여 뒷거래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차라리 태풍이 답이었다 에서 고조된 목소리로 세상을 질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金枝玉葉, 共存共生 등 관념어가 눈에 거슬리고 있다. 한자어는 시적 미감을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산업화의 물결 속에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와르르 무너지는 산을 바라고 보고 있노라면 우리들의 가슴이 턱턱 막힌다. 삭막해 지는 우리의 삶을 바라보노라면 우리들도 하나의 나무가 되어 조마조마 해 진다.
우거진
잡목 숲에
숨 죽여 사는 명목
집 한 채
무너지면
불면증 깊어가고
문명은
변덕의 노래
적이 되어 앞에 선다.
-<개발 >전문-
개발이 우리들의 삶을 편하게 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이 파괴되고 환경이 오염되어 우리들에게 재앙이 되고 있지 않는가?
불면증으로 잠 못 이루는 아침이 되면 또 하나의 아파트가 키를 곧추 세운다. 그러나 우리들은 무감각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아기
무덤위에
소복하고 앉은 여인
젖무덤
벗어놓고
실성하여 비를 맞네
모정은
향으로 차서
가슴마다 울려라.
-<찔레꽃> 전문-
찔레꽃 향기가 어머님의 사랑으로 변환하여 우리의 시각을 부채질하고 있다. 어머님의 사랑은 언제나 우리가슴을 적셔주고 있다.
찔레꽃을 통하여 아련히 떠오르는 모정을 느끼게 하고 있다. 서글픔과 애련함이 범벅이 되어 떠오르는 어머님의 따뜻한 햇살이 비치고 있다.
백일홍에서 정열적인 삶을 만날 수 있다.
누구의
勸을 받아
붉게 꽃을 피웠는가
긴 여름
타는 정념
야한 옷을 입었는가
깊은 밤
잠 못 이루고
기도하는 여인아
-<백일홍> 전문-
붉음-긴 여름-정념-야한 옷-기도하는 여인으로 이어지는 욕망, 뜨거움과 대치되는 욕정을 이겨내려는 것은 바로 우리 인간들의 애증스러움을 나타내고 있다고 본다.
인간이란 세월 속에 허무하게 무너지고 달려가고 있다. 채시인도 인생의 추수기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며 달려가고 있는가?
수밀도
고운꽃이
비바람에 지는구나
덧없이
가는 청춘
너를 보며서러워라
터질 듯
눈물 채워서
쏟아 놓는 아픔이여
-<수밀도> 전문-
높은 산
모롱길을
더운 한 달 돌아가면
고개 넘어
내가 살 증산인가
청암사
주승도 우는
외로운 적막강산
-<아흔 아홉 고개> 전문-
덧없는 인생길, 아흔 아홉 고개를 돌아 외롭게 살아가는 첩첩산골 증산이라는 곳이 있다. 여기에서 채시인은 청산과 함께 외로운 삶을 누리고 싶다고 하였다. 때 묻지 않는 삶 속에서 청춘이 무너짐을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채우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 아닌가?
때로는 쉬엄쉬엄 쉬어서 가는 게 인생이다 완행열차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평화로운 마음으로 인생의 열차에 실려 모두가 떠나가고 있는 것이리라
역마다 세워주는 고마운 開窓 열차
후회 없이 다시보라 쉬엄쉬엄 가는구나
급행차 달려온 인생 부끄럽게 돌아본다
세상살이 시끄럽고 가진 짐 무거워도
주인 없는 자리라서 노인들이 앉아간다
간이역 머물고 싶어 하차하는 비둘기 떼
-<완행열차> 전문-
우리 모두는 급행열차를 타고 뒤도 옆도 보지 않고
마구 달려간다. 그러나 어느새 노인이 되어 한번쯤 삶을 反芻하고
후회도 해본다. 허물어져 가는 간이역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우리들 마음의 고향이 아닌가? 아직도 남아있는 부모의 체온이 간이역 의자에서 무언으로 남아 그리움으로 피어오르고 있다.
지나친 욕심으로
落果된 나의 이상
배움으로 밀려오는
일상의 두께에는
변색한
동화의 세계가
쪽빛으로 파장한다
무엇을 얻기 위해
그리도 버리는가
죽음으로 침묵하고
견디는 고통에는
희망찬
새로운 삶이
가지마다 반짝인다
-<겨울과수원> 전문-
누구나 이상을 향하여 줄달음치고 있지만 떨어진 낙과처럼 처절하게 나락으로 빠지고 만다. 그러나 고통과 침묵의 대가로 또 다른 세상을 열기 위한 봄을 맞기도 한다 가지마다 반짝이는 삶 그 자체가 채시인의 삶이 감정이입으로 처리되었다고 본다.
라일락
짙은 향은
지나친 사치라고
당신이
마다시면
꽃도 돌이 되는 것을
그 은혜
정성으로 피어나
돌에도 꽃이 핀다.
-<孝子石> 전문-
孝子石은 단시조로서 성공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관념을 뛰어넘는 깔끔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 꽃과 돌을 넘나드는 확산적 사고는 채 시인이 갖고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인생의 삶에 대하여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공원의자 있다
누군가 떠난 자리
온기가 남아 있고
던져놓은 담배꽁초
고뇌가 묻었구나
힘든 자
오늘도 와서
삶을 충전하고 있다.
슬픔에서 건져주고
사랑도 도우는가
깊은 밤 이른 아침
가슴의 문을 열고
누구나
오라고 하나
귀는 달지 않았다.
-<공원의자> 전문-
이 작품을 읽노라면 목사님의 설교가 클로즈업 되어 오는 것 같다.
인생들의 고달픔을 공원의자에 앉아서 풀어야 하는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마지막 종장 부분 “누구나 오라고 하나 귀는 달지 않았다”에서 편안함을 최고조로 상승 시켜주는 부분이라고 느껴진다.
너라 하니 너라 하고 맑다하니 맑다한다
주거니 받거니로 긴 겨울 싸웠는데
답 하나 얻어갑니다 모든 것은 제 할 탓
곱다할 줄 알았는데 밉다고 하여 보소
밉다 할 줄 알았는데 곱다고 하여 보소
법하나 찾아 갑니다 모든 잘못 나의 탓
쌀 한톨 얻어먹고 눈물 일 줄 알았는데
시린 새벽 칼을 갈다 속절없는 갓끈일세
쌓은 정 버릴 수 없어 다시 듣는 산울림
-<산울림> 전문-
산울림은 교훈적인 시로서 반복법, 대조법을 적절히 활용하여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라고 볼 수 있다. 제할 탓 , 나의 탓,을 항상 되돌아오는 산울림처럼 생각한다면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채시인이 생각하는 이상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채명호 시집 “ 겨울과수원”에 나타난 시조의 종류
<표1>
시조의 종류 n=101 |
단시조 |
연시조 |
사설 시조 |
78수 |
23수 |
0수 | |
78% |
23% |
0% |
채명호 시집 “겨울과수원”에서 무작위로 작품을 선정하여 보았다. 채명호시인의 작품세계를 보면
첫째 투박한 시어로 순수함을 견지하고 있다. 매끄럽게 다듬어지고 기교를 부린 시보다 가슴에 와 닿는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쉽게 읽혀지고 웃음을 자아내는 해학과 익살이 내포되어 있다. 가난한 자의 편이 되어 가슴아파하는 인간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셋째 채시인의 작품은 정격 시조로서 운율감이 살아 생동감이 넘친다.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격 시조를 지키려는 그 정신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넷째 단시조가 위<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78%로 들어 있다. 한마디로 단시조 시인이라 말할 수 있다.
배열은 초장 3행 중장 3행 종장 3행으로 이루어진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다. 시각적인 효과로 시의 이미지를 상승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어와 음보에 따라 변화가 있어야 되리라고 생각된다.
채시인은 척박한 농촌에서 투박하게 살아온 시인이다. 아무 가식이 없는 순수함 그 자체가 바로 시라고 볼 수 있다. 잔잔하게 들려오는 평화로움, 천둥소리, 울부짖음, 모두가 고뇌도 되고 시도 되어, 작품을 갈고 닦는 그의 아픔 속에서 순수와 고독의 창으로 스펙트럼 되어 비쳐지고 있다
채시인의 “겨울 과수원” 은 순박하고 순결한 삶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5. 나가는 말
시조형식은 3장6구 12음보로 되어 있는 정형시이다.
오늘 날 창작되고 있는 시조는 형식이 파괴되어 시조의 본질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
따라서 시조의 형식을 철저히 지키는 정격시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시조가 더욱 함축적이고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시조 형태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단시조와 정격시조를 고집하는 채명호 시조시인은 시조를 지키는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자연에 대한 사랑과 순박한 자세로 시조를 창작하고 있는 그의 시는 삶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시가 더욱 단단하여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참고 자료
1)이봉수,「말과 글이 같아야 한다 」 ,이봉수 새시대시조사 발행,『새시대 시조』 (2008년 겨울호 99호) 160 ~179
2)장경렬, 「오늘의 시조를 진단한다-단시조 형식의 시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민병도 발행,『시조21』(2003년 봄호, 24호), 106~115쪽.
참고 문헌
이봉수 『새시대시조』 새시대시조사. 2008
김제현, 『현대시조작법』, 새문사, 1999.
채명호 『겨울과수원』월간문학출판부,2005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 (2013, 12월)
오늘 동인,『푸른 화석』, 영남사(안동), 2013.
정완영 시조집,『이승의 등불』, 토방, 2001, 10쪽에서는 장별 배행으로 2연임.
정완영,『내 손녀 然奵에게』; 진순애 해설. (영남시조문학회,『낙강』, 2005년, 38호 재수록)
'시 해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 가을호 시세계 계간평 " 진솔한 영혼을 울리는 아름다운 노래" (0) | 2014.10.21 |
---|---|
조상현 제2시집 “중랑천 잉어 바람났네” 해설 (0) | 2014.10.14 |
박희덕 시집 민들레 바람꽃 서평 (0) | 2014.08.18 |
박희익 물에 빠진 개구리 서평 (0) | 2014.08.07 |
계간 시세계 시조평 (0) | 2014.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