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이건 비밀인데” 해설
자연과 서정이 어우러진 영혼의 꽃
김전(문학평론가, 시인)
머리말
이번에 출간하는 윤신희의 시들은 이팝나무 꽃처럼 순백하고 깜직하다. 자연과 자아일체가 되어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동식물과 대화하고 무생물과 대화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연과 대화하는 것은 시인으로서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런 일은 시적 경지에 도달하지 않고는 자연과 소통을 이룰 수가 없다.
“있잖아! 이건 비밀인데‘ 이 시집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믿음이 있는 풍경 제2부: 봄이 오는 소리 제3부: 소망이 있는 풍경, 제4부: 애기 단풍의 속삭임, 제5부: 사랑이 있는 풍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시집은 윤신희 시인 삶과 고뇌로 쌓아올린 금자탑의 결정체로 보인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1813~1855)는 ‘시인이란 무엇인가?’
‘그 마음은 남모르는 고뇌와 괴로움을 당하면서, 그 탄식과 비명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바꾸는 불행한 입술을 가진 사람이다.‘ 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는 고뇌가 없이는 좋은 작품이 만들어 질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보고, 느끼고, 호흡하면서 어우러진 삶의 문학, 사색과 염원에서 이루어진 문학, 서정과 자연의 문학, 그리고 추억과 사랑에 얽힌 문학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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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틈에 비친 삶의 문학
삶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삶이 흘러가듯이 역사도 끊임없이 물레방아처럼 돌아간다. 그러나 끊임없이 흘러가는 삶속에서 우리는 되돌아온 길을 한번 쯤 돌아 보고 이런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삶을 잘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나?’
이 질문에 대해 선뜻 답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뜻밖의 질문에 당황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각박한 현실을 살아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가끔은 한 숨 돌리고 지나온 길을 살펴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시인은 지난 길을 돌아보며 새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 말하고 싶다.
항상 마음을 가다듬고 새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삶은 행복한 삶일 수 있다.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자연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사랑을 품고 있는 사람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며 새로움을 찾아내기도 한다.
시인은 세상을 맑고 밝게 만드는 선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 시에서 꽃처럼 아름다운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싸리 꽃에게
아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작은 숲길을 둘러보고
문학산이 내뱉은 상큼함에 젖어
산책을 하는데
꽃을 방울방울 매달아놓고
깜짝 놀란 듯이
빤히 쳐다보는 꽃이 있었다.
엄마랑 밭에 가는 길목에서
암팡진 꽃을 보려고
여왕벌에게 손사래를 쳤을 뿐인데
수많은 일벌에게 쏘여
일주일을 앓아눕고 나서야
꽃잎을 떼며 원망을 했어도
보랏빛 미소만 짓던 꽃이었다.
오늘은
내 고향에서
나를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을
싸리 꽃에게
한 통의 편지를 써야겠다.
돌아오지 않은 것에 대해
왜 그렇게도 걱정을 했는지
빙 돌아가는 길이 있듯이
그렇게 돌아가면 되었을 것을
아직도 자갈길을 걷고 있지만
풋 자두처럼 아삭거림이 있는
이 길이 걸을 만하다고
<싸리 꽃에게> 전문
문학산 산책길에서 있었던 일을 서정적으로 피워 올린 작품이다. 의인법으로 나타낸 작품이다. 싸리 꽃을 보고도 인생철학이 녹아 있는 시를 쓸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인다. 돌아가면 또 다른 길이 있다. 여기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시인의 혜안이 놀랍기도 하다.
아직도 험난한 길이지만 희망은 있다. ‘험한 길을 걷고 있지만 이 길이 걸을만하다.’고 표현했다. 서정적 자아의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아름다움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신선한 감각적 이미지가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추억의 나래를 펴고 있는 다음 작품도 재미가 쏠쏠하다.
용현시장 가는 길에
달걀 부침개 같은
망초 꽃을 보고
발걸음이 떼이지 않아
한참이나 머뭇거렸다.
유년시절 고향마을에서
도시로 떠난 아랫집 마당에
살구꽃이 피고 져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고
잡풀이 우거진 곳은
닭의 놀이터가 되었다.
부서진 아궁이에서
금쪽같은 달걀을 발견하여
부뚜막에 솥뚜껑을 얹어
그을음에 눈물콧물이 섞인
달걀요리를 해 먹었던 시절이
꽃잎에 새겨져 있어
<그 날> 전문
이 작품은 과거를 회상하며 어려웠던 삶의 현장을 잘 묘사한 작품이다. 1연에서 망초 꽃을 보고 상념에 젖어 2연에서 황폐화된 고향생각으로 확산 3연에서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자세히 나타내고 있다.
망초 꽃에서 이어진 농촌 현실, 그리고 추억의 강으로 끌고 가는 시적 능력이 돋보인다.
‘그을음에 눈물 콧물이 섞인 / 달걀요리를 해 먹었던 시절이 /꽃잎에 새겨져 있어’
마지막 부분에서 꽃잎과 겹쳐지는 부분이 이 시를 살리고 있다.
재미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독자에게 생각할 여백을 주고 있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사랫길에서
손가락질하고 지신밟기로
붉으락푸르락하여도
눈을 살며시 감고.
나팔 꽃,
호박 꽃, 고마리 꽃보다
더 암팡진 꽃을 피워보려
내 모습 추레하고 볼품없어도
신께 날마다 기도하였다.
하늬바람에도
열구름처럼 그들의 명성
하나 둘 사그라져
아슴아슴해지니
암팡진 꽃보다
끈질긴 생명주심에
겸손한 마음 우려내어
비나리한다.
<질경이> 전문
질경이는 밟히고 밟혀도 살아나는 끈질긴 생명체이기도 하다. 시적자아의 겸손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시는 감동, 공감, 그리고 재미를 얹어준다면 성공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서 질경이는 시인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볼품없어도 끈질기게 살아가는 질경이처럼 살고 싶은 마음이 담겨져 있다고 본다.
자연과 삶이 어우러진 모습을 묘사하였으며 질경이의 본성을 잘 나타냈다.
시인은 사물을 보되 지나치지 않고 자세한 눈으로 관찰하는 능력의 소유자다. 나아가서 보이지 않는 속까지도 내다볼 수 있어야만 훌륭한 시인이라 말할 수 있다.
2. 사색과 염원의 문학
시인은 많은 책을 읽고 사색한다. 사색 중에 많은 영감을 얻기도 한다. 시인이 마음속에 바라는 내용이 작품으로 이루어진다. 시인의 배경적인 지식은 시의 폭을 넓혀 주기도 한다.
여기에서 이 시인은 무엇을 염원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벚꽃이 꽃비가 되어
아스팔트위에 떨어지는데
4. 19의 역사를 되짚다가
심통이 나서 꽃잎을 밟았거든
그리고 고개를 돌렸는데
빗방울을 맞고도
라일락꽃이
향기로 시를 쓰고 있는 것을 봤어
눈물이 나도록 정말 아름답더라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긴데
가끔은 나도 꽃가람에 가서
늘 하던 대로
기도의 향기로 씨를 뿌리기도 한단다.
내 영혼도
오늘 보았던 라일락꽃처럼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긴데> 전문
시인은 누구에게나 염원이 있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또 이 세상을 진(眞) 선(善) 미(美)의 세상으로 만들고자 하는 꿈도 있다.
시인은 이 시에서도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다. 문학 작품은 상상의 소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벚꽃의 꽃비를 보고 4.19 역사로 확산되고 있다, 많은 영혼들이 무참히 짓밟히면서 사라지던 역사의 현장을 돌이켜보고 있다.
빗방울 맞고 있는 라일락꽃이 시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기를 무너뜨리는 데도 아름다운 향기를 내고 싶어 하는 시적자아의 아름다움은 최고의 선을 추구하고 있다고 본다.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아름다운 영혼으로 향기를 주고자하는 화자의 따스한 마음이
가을 햇살보다 더 따사롭게 느껴진다.
바람아
솔잎에 머물다 간 바람아
나도 너처럼
상큼한 바람이고 싶다
벌거숭이 나무가 추위에 견디며
안으로 삭여야 했던
삐뚤어진 아픔
헤아리지 못했던 지난 날
뜬구름에 흘려보내고
네가 머물렀던 자리에서
풀꽃이 부른 노래 싣고 다녀도
행복이 넘쳤던 것처럼
너의 두 뺨에
살짝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일상이 축복으로 이어지도록
달개비 꽃보다 더 푸른
삶의 빛을 내는
그런 멋진 바람이고 싶다.
<바람아> 전문
이 작품에도 사랑이 담겨져 있다. 바람은 일상적으로 부정적인 시어로 사용된다. 그러므로 시련과 고통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시인은 시련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바람이 되려고 한다. 시적자아의 높은 사상이 담겨져 있다.
축복의 바람으로 승화되어 세상을 아름답게 빛내고자 하는 시인의
따스한 마음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시인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의 이유는 시는 시인의 성정(性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윤시인의 작품들은 따스한 인간성이 내재되어 믿음을 주고 있다
이 작품도 산뜻하고 상큼할 뿐 아니라 독자에게 깨달음을 주는 작품이라고 느껴진다.
있잖아! 이건 비밀인데
갈바람이
밀치락달치락
밤새 나뭇잎을 날리더니
여섯 장만 매달려 놓고
별처럼 반짝거렸어
있잖아! 이건 비밀인데
갈바람이
바위너설 같은
내 마음에
눈부신 푸른 빛
뚝뚝 떨어뜨렸어
있잖아! 이건 비밀인데
이상과 현실에서
사랑보다 정이 더 무섭다고
갈바람이
용마루 언덕에서
아름답게 소곤거렸어
<있잖아! 이건 비밀인데> 전문
이 작품은 3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있잖아! 이건 비밀인데’ 가 각 연마다 첫 행에 제시되어 음악성을 나타내고 있다. 각 연마다 6행으로 이루어진 것도 시의 리듬을 살리고 있다.
시의 생명은 운율이다. 이런 율격을 통하여 시는 시다운 모습을 갖게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시인은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고자 했다. 나뭇잎 6장이 남아있다는 것은 달력의 6장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시간의 무게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싱그러운 푸른빛을 뚝뚝 떨구고 있다는 표현도 시간적 배경을 제시하고 있다.
갈바람이 말하는 정은 인간의 참모습을 찾고 싶어 하는 염원이 담겨져 있다.
이 작품은 시집의 표제 작품이기도 하다.
비유와 상징으로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시는 직선이 아니고 곡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는 함축된 언어로 나타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 서정과 자연의 문학
아름다운 서정의 무늬로 엮어가는 작품이야 말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자연은 조물주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 중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임에 틀림없지만 대 자연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여기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보자.
아무리 봐도 못난이였지만
거문고자리별을 보며
누군가에게 빛이 되리라는
두렁 콩처럼
보짱을 갖게 되었다.
강화도 마산댁 손에 뽑혀
용현시장 야채가게에서
가난한 여인에게
덤으로 얹혀 질 때까지
그 여인은
나를 꽃병에 올려보더니
동네 미용실로 데리고 갔다.
여기가 따뜻할 거라고
가녀린 잎사귀 하나 틔울 때마다
창밖에 눈송이가 흩날리고
기쁨으로 충만할 때
거울 속에 비추인 내 모습
눈부시게 푸른빛이다.
<순무의 꿈> 전문
순무를 보고도 놓치지 않는 시인의 관찰력이 대단하다. 흐르고 흘러
가는 여정처럼 잘 묘사된 작품이다..
순무는 십자화 과의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 채소 즉 무의 일종이다. 뿌리가 팽이처럼 둥글고 통통하다. 윗부분은 붉은 색 또는 자주색을 띠고 있다.
보짱은 경상도 사투리이며 봇장이다. 봇장은 배짱이 꿋꿋한 속마음을 말한다. 적절한 방언은 시의 맛을 더하기도 하면서 재미를 맛보게 한다.
시는 첫 부분에서 강한 힘이 있어야 한다. 봇장이 있어야 한다는 말과 일백 상통한다.
이 작품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 연에서 ‘가녀린 잎사귀 하나 틔울 때마다’ ‘창밖에 눈송이가 흩날리고’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시련과 고통을 수반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순무는 시적자아의 분신이다. 자신의 삶을 감정이입으로 처리하여 시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혼자 흥얼거린 노래에
외양간에서 졸던
소가 워낭을 흔들며
장단을 맞추어준다.
풍요로운 가을날
고운 심성을 가진 여치
구슬픈 노래를 채워야 하는
나에게 두 손 잡아준다.
쓰르르~
쓰르르~
깊어가는 가을밤을
동그랗게 그려가고 싶다.
<귀뚜라미 소원> 전문
평화스런 자연의 모습이다. 귀뚜라미, 소의 워낭, 여치 등이 가을과 어우러져서 합창을 하고 있다.
세상도 이렇게 되었으면 하고 시인은 꿈꾸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잡아주는 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이 시에서 의성어의 반복으로 시적 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밤을 스케치하듯 묘사하고 있다.
나뭇잎에 내 엉덩이만한
눈이 수북이 쌓였다
하루만이란 단서를 달고
꼭 살아가야하는
가녀린 몸에 기댄
삶의 무게가 그랬을까
감춰온 따뜻한 하루로
하늘에 꽃별이 되어
받은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많은
가지를 치게 하리라
싱그러운 풀냄새가
진동하는 그날이 오기 전에
따뜻함으로 하루를 채워주는
저 눈꽃처럼
<따뜻한 하루> 전문
눈은 잠깐 왔다가 사라질 뿐이다. 삶의 무게를 말한다면 한 장의 종이와 다를 바가 어디 있겠는가? 바로 우리의 삶도 그와 다를 바가 없으리라. 하루살이에 불과한 우리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받는 것보다 주는 삶을 살고자하는 화자의 염원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본보기가 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하루살이 같은 삶을 살지만 사랑으로 가득 채워지길 비는 작가의 염원이 눈꽃처럼 빛나는 작품이다.
4. 추억과 사랑의 문학
지나간 아픔도 추억으로 엮어지면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추억에 잠겨 유년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유년의 강가에서 뛰어놀던 아름다움이 연기처럼 솟아난다.
어머니와 아버님의 사랑을 생각할 때 가슴이 벅차오른다.
여기에서 사랑의 추억을 찾아보자.
아홉 살부터 마흔아홉이 되었어도
들깨와 쌀을 빻아 분유를 섞고
비싼 배와 도라지 가루를 살살 뿌린 미음을
그 어머니는 아들에게
루마티스 손가락으로 떠먹이신다.
말도 못하고, 몸도 가눌 줄 모르는
저 여린 아들 때문에
삶을 혹독하게 버티는 것도 축복이라며
용현시장에 와서 수다를 떨면서도
병원을 안방처럼 드나들지만
우리가게에서 양말을 고르면서
기쁨이 강물이 되어 흐른다하여
팔순이 넘도록 꽃처럼 예쁜 마음으로
하루를 감사로 채우시는
철인보다 강한 그 어머니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게 산다고 생각한 게 사치라며
꽃피는 봄날 참된 이유를 보여 주는 것 같다.
그 어머니가 말할 수 없이 추운 겨울에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 그 어머니> 전문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어머니의 사랑을 묘사하였다.
구체적인 모습으로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을 제시하고 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일체유심조란 말이 있다. 행, 불행도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아들의 병을 구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어머니는 철인보다 더 강하다고 묘사했다. 이런 어머니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시는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황토 흙에 짚을 짓이겨
부서진 부뚜막과 벽을 손질하시던
미장장이 나의 아버지
- 아버지는 매끄럽게 잘 되는데
저는 왜 안 되나요?.
투정을 부릴 때마다
“껄껄껄”
웃어 주셨다.
무심코 쳐다본 가을하늘에
아버지 웃음이
뭉게구름처럼 퍼지고 있었다.
소꼴을 망태에 담으시고
논두렁에 매어놓은 소를 끌고 가면서도
붉게 물들이던 노을을 보며
“시니야, 온새미로* 맘껏 웃어보자.”
했던 말씀도 두둥실 떠다닌다.
*온새미로 : 자연 그대로, 언제나 변함없이
<아버지의 웃음> 전문
이 작품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삶의 문학이다. 아버지의 진한 사랑이 툭툭 튀어나온다. 미장이 아버지의 모습, 소꼴, 망태, 논두렁, 등의 시어는 추억의 고향을 나타내는 이미지다.
앞에 있는 어머니의 사랑은 동적이라면 아버지의 사랑은 정적으로 느껴진다.
언제나 변함없이 자연 그대로 사는 순백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아버지의 웃음이 환하게 태양처럼 솟아오르는 것 같다.
맺음말
윤신희의 문학은 자연과 어우러진 조화의 문학이다. 꽃들을 의인화 하여 대화하는 시인의 마음이 꽃처럼 아름답다.
시에서 요구하는 이미지, 운율, 주제가 분명하여 시의 기본이 단단함을 느낄 수 있다.
윤신희 시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연과 잘 어우러진 시다. 자신도 자연과 동화되어 더욱 더 향기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둘째,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따스함이 시의 행간마다 숨어 있다.
셋째, 소통의 시인이다. 이 시집에서 제시하고 있는 시는 쉽게 이해된다, 그렇다고 쉽게 씌어졌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넷째, 낯설기 기법으로 새로움을 더해 주고 있을 뿐 아니라 미적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다.
윤신희의 ‘첫 시집 있잖아! 이건 비밀인데’에서 사랑과 긍정의 마음이 행간 행간마다 들어 있어 든든함과 믿음이 가는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서정적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으 며 재미까지 얹어주고 있다.
자연과 서정이 어우러진 영혼의 꽃을 피워 올린 시집(詩集)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윤신희의 첫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시집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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