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밝히는 소리, 한줄기 빛이 되다
김전(시인, 문학평론가)
갈대상자 하나가 애굽 땅 나일 강 가 갈대숲에 있었다.
이걸 본 애굽 공주가 상자를 열어보고 석 달된 사내아이를 자신의 양자로 삼았다. 이가 곧 이스라엘 민족을 애굽 땅에서 구한 민족의 지도자 모세다.
구약 성서에 나오는 갈대상자 이야기다.
유대인 여인이 사내아이를 낳으면 나일 강에 던져버리라는 애굽왕의 추상같은 명령이 있었다.
사내아이를 낳은 한 유대인 여인은 3개월 동안 숨겨온 아이를 갈대상자 속에 넣어두고 구원의 손길을 기다렸다.
현대판 갈대상자인 베이비박스가 자칫 버려질 생명을 구원하는 빛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일은 2009년 12월 서울 관악구에 있는‘주사랑 공동체 교회’ 이종락 목사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분은‘한 생명은 천하보다 귀하다.’는 성경 말씀을 실천하고 계신다. 6년 동안 1,050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한다.
여기에 뜻을 같이하여 동행하는 베이비박스 아카데미’의 역할은 이 땅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분들은 사회적으로 관심을 모우기 위해서 시로써 영혼을 밝히는 한줄기 빛이다.
그 동안 문학 활동을 통하여 베이비박스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간 필자는 이들의 문학 활동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도 공동 시집 ‘베이비박스에 희망을 싣고’ 3집을 펴내면서 사랑과 행복을 나누고 있다. 이 책 속에는 따스한 희망이 담겨 있다
문학을 통하여 서로 교류하고, 베이비박스의 효용성과 사랑의 아픔을 시로서 널리 알리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시인들의 노력이 별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베이비박스 문학 아카데미의 회원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어보자.
시절의
흐름 속에 노을이 짙어가고
어둠에 쌓인 꽃잎
숨죽인 밤이 건만
품 안의 아이의 꿈은
방랑길을 오른다
아비를 원망하랴
어미를 원망하랴
깜깜한 밤길 위에 빛 잃은 반딧불이
길 잃고 흐느껴 울며
행복 찾아 헤맨 날
순간을 외면하면 꽃잎이 떨어질라
가슴을 쥐어짜며
희망의 시를 쓰는
행복을 머금은 손길 두 손 모은 마음들
장선호 <행복을 머금은 시인들> 전문
버려진 꽃잎은 ‘유기아’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원망할 겨를이 없다. 헤어짐과 만남이 순간일 뿐이다. 캄캄한 방랑의 길에서 빛을 찾는 순간이다.
천만 다행으로 빛의 손길이 이를 맞이하고 있다. 이들을 맞이하는 따뜻한 손길은 바로 베이비박스다.
베이비박스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사람들은 행복을 심는 시인들이다. 희망의 시를 쓴 시인들은 한줄기 빛이 되었다.
봉사를 통해 자칫 버려질 위기에 처한 생명을 거두게 되니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 누구나 태어날 땐 사랑을 받기위해 태어난다. 베이비 박스를 찾아온 생명도 사랑 받아야할 권리가 있는 아이들이다. 그 사랑을 찾아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맑은 영혼이 시에 녹아들었다.
또 비유와 상징으로 나타낸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모든 작품 속에 주제의식이 뚜렷이 나타나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어두운 골목 저 끝에
우리 아가 머무를 곳 보인다
힘겹게 힘겹게 살아온 삶
네가 없어도 힘은 들겠지?
입구에 다다르는 그 순간
우리 아기 웃는 모습 보이고
눈동자 마주친 순간
어미 맘 무너지며 가슴으로 운다
바라는 것 하나 없던 우리 아가
어미가 줄 수 있는 건 널 감싸고 있는
겉싸개뿐이구나
이 어미는 눈감으면 떠오르는
아가 얼굴 그립고 애틋하여 눈물 흘리고
우리 아가 엄마 찾는 큰소리에
가슴 치며 눈물 흘린다
미안하다 미안해
수천 번 허공에 얘기하고
사랑한다. 사랑해
수만 번 혼잣말로 중얼거려본다
이 어미는 오늘도 무너지는
마음 추스를 길 없어 가슴으로 운다
이미선 <가슴으로 운다> 전문
어미가 아기를 두고 떠나는 가슴 아픈 이야기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뒤로 하고 떠나는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가슴으로만 울고 있을 뿐이다.
세상에는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허공을 바라보고 흐느끼는 어미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진솔한 작품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독자들에게 쉽게 소통 될 수 있는 작품이다.
밝은 빛을 따라
홀리듯 끌리어간 안식처
두개의 사랑이
품은 하나의 심장
사랑의 결실이
만들어낸 신비로움의 결정체
거르고 걸러낸 강인한 생명력
조물주의 걸작 탄생
사랑으로 키워낸 고귀한 선물
열 번의 달이 뜨고 질 동안
태양을 끌어안고
바람을 등지고
금이야 옥이야 정성을 쏟고
세상 밖 입문식 시키던 날
천하를 얻은 가슴 벅참에
심장은 달궈지고
환희에 찬 결심은 위대함이 되었으리라
김장미<탄생> 전문
세상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은 숭엄하다. 그리고 가장 아름답다. 이 생명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먹으며 세상의 축복 속에서 태어나게 된다.
열달 동안 많은 태양을 끌어안고 바람을 등지고 정성을 쏟은 결과물이다. 그래서 한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무한의 가능성을 안고 태어난 아이들은 위대한 미래를 열어갈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목적시는 자칫 문학성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낯설기 기법으로 시적 극대화를 잘 나타내고 있다.
쇳덩이의 싸늘한 품은
구멍 난 모성에 찾아들고
잃어버린 탯줄은
쓰레기통에 처박혀도
꿈을 꾸듯
아이는 웃는다.
화장실 바닥에 뒹구는 모성
이불에 쌓여
철장에 버려지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모성은
눈물 없는 죄책감 대신
‘그래도….’ 라는
합리성을 쇳덩이 박스에 봉인한다.
베이비박스에서
다시 태어난 여린 생명 하나
어미의 젖가슴 대신
싸늘히 식은 우윳병에 허기를 달래고
버려진 어미의 향기에
어미를 꿈꾸며
환하게 웃는다
베이비박스에
천사의 미소가 가득하다.
손장순 <천사의 미소 > 전문
베이비박스에 들어오기까지의 모습을 서사적으로 잘 묘사하였다. 죽어야 할 아이들을 살리기 위한 장치가 바로 베이비박스이다.
‘쇳덩이 싸늘한 품’‘잃어버린 탯줄은 쓰레기통에 처박혀도’ 여기에서는 비참함이 느껴진다.
비정한 어미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베이비박스에서 새 생명을 찾을 수 있으니 이건 또 다른 축복이다.
‘천사의 미소가 가득하다.’에서 천진난만한 아기의 모습을 잘 나타내었다.
1,2연과 3,4연은 대조가 된다. 버림과 만남의 구조이다.
이 작품은 단단한 구조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주제의 선명성과 함께 창조적 상징으로 시적 극대화가 잘 이루어졌다.
송두리째 빼앗긴 가슴
어둠은 날 가두고
답답한 공기 날 짓눌러
허공을 허우적대는 나
낮선 인기척 차가운 공간
두려움은 날 압박하니
울음으로 물어봐도
대답하는 이 없네
낮선 향기
어지러운 미소
울다가 지쳐 잠든 꿈속에서
가슴을 더듬어 꽉 깨문다
허전함에 깨어보니
낮설은 친구들 뿐
큰 소리로 불러도
나오지 않는 목소리 뿐
기다리면 찾아오겠지
기다리면 찾아오겠지
울다 지쳐 잠이 든다
울다 지쳐 잠이 든다
신현각 <베이비 박스>전문
유기된 아이들의 모습을 묘사하였다. 어둠 속에서 가야할 길은 멀다. 낯선 친구들과 머나먼 여정을 떠나야 한다. ‘기다리면 찾아오겠지’가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그 소리가 메아리로 들려온다. ‘울다 지쳐 잠이 든다.’도 반복적으로 이어지면서 리듬감을 주고 있다. 가슴이 먹먹해 온다.
냉정한 사회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아기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독자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메마른
감정의 대지에
그리움의 비가 내리면
딱딱한
고독의 허물을
숙명인 듯 등에 지고
그대 그리움 마를 새라
부지런히 걸어보지만
그대 생각 하얗게 말라
지나온 길에 내려앉는다
또다시 밀려드는
메마른 감정
달팽이는 세상이 두려워
남아있는 그대 그리움 안고
길고 긴
고독의 시간 속으로 숨는다
우현식 <달팽이의 고독> 전문
우리들도 달팽이처럼 숙명적인 멍에를 지고 간다. 그러나 내일을 꿈꾸면서 또 그리워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간다.
그리움은 희망이다. 그리워한다는 것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기다림은 또 다른 희망이니까….
인생길에서는 시시 때때로 찾아오는 고독감 또한 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달팽이를 통하여 우리들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퍼렇게 날이 새기 전
새벽길 걸어 교회 문을 연다
을씨년스러운 예배실
묵념과 함께 젤 앞자리에 앉아
중보기도를 한다
고민하고 고뇌하는 마음을 털어버리고
내 마음과 다르게 흐르는 시간들을
붙잡고 중보기도를 한다
원하는 것을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 더 강해지기를 기도 한다
유난히 추운 동장군 같은 칼바람 속에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믿는 대로 주께서 주시옵길 믿습니다
간절함이 더해 끝내 눈물을 흘리고
가슴 저 밑바닥을 차고 있는 응어리들을
하나둘씩 털어내며 기도 한다
눈물을 거두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안고
가벼운 걸음으로 훤히 밝아오는 아침 길을
음미하며 귀가한다
아침 해가 밝아지듯 희망도 떠오르길 바라며-
정이란<새벽기도> 전문
새벽기도를 통하여 하루를 여는 화자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사랑과 강한 믿음이 담긴 기도소리는 겨울 추위를 훈훈하게 녹이고 있다
뜨거운 눈물을 쏟으며 회계하는 기도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누구나 믿음 가운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시는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 특히 삶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진정한 목소리는 독자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나뭇가지를 타고
하얀 달이 내려온다
넓은 도화지 하늘에
힘든 세상의 그림자를
하나씩 새기며
내게로 달이 온다
고난과 역경도
시기와 질투와 오해도
녹인 듯 별을 만들며
사랑 빛으로 다가 온다
어두운 밤이 지나
태양의 시련도 이겨내고
또 밤 깊어 잠 못 이룰 때면
어디쯤 와 있을까
그렇게 그렇게
손에 잡고 안을 때쯤이면
따뜻한 보름달이겠지
문문자<보름달> 전문
보름달을 의인법을 처리하여 생동감을 주고 있다. 보름달이 어두운 곳을 밝히면서 찾아온다.
보름달은 여기서 구원자로 보인다. 모든 시련과 어려움을 물리치는 매개체로 상징화 시킨 점이 좋았다. 시인은 개성적 상징화를 통하여 시적미감을 최대한 올리고 있다. 화자는 긍정적인 자세로 세상을 보고 있다. 시인은 이런 자세가 되어야 한다.
언제나 보름달이 다가와서 조용히 속삭이며 우리들의 어려움을 녹여줬으면 좋겠다. 어두운 세상에서 보름달을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1.
아가
엄마는
널 통해 세상에 다시 나고
너를 통해 세상을 다시 본다
아가
우주 만물이 너로 인해
새로워지는
이 경이로움을
엄마는
사랑으로
너에게 보낸다
김숙현 < 너로 인해>전문
탄생은 하늘이 열리는 경이로움이다. 탄생의 경이로움을 잘 표현했다. 이 시는 3행으로 음악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아가는 새 생명체이다. 아가의 탄생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는 엄마의 마음과 아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엄마의 사랑이 짙게 녹아 있다. 아가는 사랑이며 미래의 기둥이다.
이 시에서 화자의 따스한 마음이 잘 묘사되어 있다.
눈처럼 시리던 명주치마
삼일 밤 지새우더니
꿈틀대는 열정 참을 수 없나
철부지 어릿광대 투정부리나
겉치마 훌렁훌렁 벗어던지고
스르르 속치마 잡은 손 놓는다.
단벌 옷 생각 못하나
얼룩이 점하나 잔주름 없건만
달빛에 피어나는 눈꽃처럼
요람을 헤치는 신생아 볼처럼
빛바래지 않은 눈부신 비단치마
한 겹 두 겹 벗어던져 휴거하려나.
초록펜글씨 / 최정호<목련 질 때>
이 작품은 정형시이다.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이어오는 시조이다. 시조는 일정한 형식에 의해 씌어져야하기 때문에 내용의 제한을 받는다. 그래서 시조시인은 이중고를 겪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매끄럽게 빼어 올린 작품이다. 형식과 내용의 자연스러움이라든지 매끄러운 리듬 등이 이 시를 수준작으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비유와 상징이 돋보인다. 목련을 명주치마, 속치마 잡은 손 놓는다,눈꽃, 신생아 볼, 비단치마, 등을 통하여 목련을 비유하고 있다. 목련이 지는 모습을 이미지화 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엄마 추워.
여기가 어디야
미안해, 미안해
엄마 배고파.
젖 줘요
사랑해, 사랑해
엄마 무서워.
밝은 곳으로 가
그르자, 그르자
엄마 어디가.
함께 있으면 안 돼
어떻게, 어떻게
엄마 왜 그래.
이별은 왜 해
아가야, 아가야
엄마 왜 울어.
정말 버릴 거야
흐 흑! 흐 흑!
피를 끊고, 살을 갈라
생이별 하는구나
선택이 아닌 숙명임을
어찌 모르는가.
몽블랑/권희건 <베이비 박스> 전문
베이비박스에 들어가는 순간을 서사적으로 묘사하였다. 숙명적인 이별의 아픔을 적었다.
어쩔 수없이 헤어져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새로운 만남을 통해 살아가야 할 모습을 적나라하게 잘 묘사하였다.
아가의 간절한 마음도 잘 나타내어 보는 이의 가슴을 애타게 한다.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이 시의 메시지가 진하게 다가온다.
1
지적 장애 1급의 우야는
무슨 말을 하든 '네'
'여기요' '선생님' '아니 아니'
가끔 '이모' 라고 부르는 것이
사용하는 말의 전부다
하지만 인사 하나는 잘한다
태어나 돌 지나면서부터
장애가 있는 걸 있다는 걸 알고
시설로 보내졌다가
중학교 들어가면서 집에 오갔다
스무 살이 넘은 지금도
세상과 타협할 줄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말 잘 듣는
세살아이의 지능에서 멈추어 버렸다
아마도
천사가 세상 구경하러 내려왔다가
각박한 세상에 놀라
아기 천사로 있다가 하늘로 가려나 보다
鴻顔 서수정<스무살의 천사> 전문
지적 장애아에 대하여 묘사한 글이다. 세상에서 가장 정직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지적 장애아이다. ‘세상 사람들은 바보라고 손가락질 할 지라도 바보 같은 이런 사람만 살아간다면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라고 바보 같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지적 장애아도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부모의 가슴에 평생 못을 박고 살아가지만 그들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정상인이라고 우겨대는 우리가 장애인인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마지막 행에서 아름답게 대미(大尾)를 맺고 있다 ‘각박한 세상에 놀라 /아기 천사로 있다가 하늘로 가려나 보다’
물 위에 띄운 너
모래 한 알에 일렁였고
하늘 구름에 실은 너
바람 입김에 흩어지고
땅 위에 그린 너
줄지은 개미 떼에 묻히고
내 안에도 일렁이는 물결 있나
내 안에도 입김 부는 바람 있나
내 안에도 개미 떼 줄지어 가나
아스라이 번지는 너
서서히 흐려지는 너
차츰 차츰 잊히는 너
도현미 <지워가네>
우리들의 삶도 모든 것을 지워가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시는 한마디로 깔끔하다. 회화적인 요소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시선을 살펴보면 물, 하늘, 땅으로 옮겨진다. 물결, 바람, 개미 떼에 의해 모든 것이 지워진다. 이런 것들에 의해 내 마음도 지우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들어 있다.
이 시는 리듬감이 있고 다분히 교훈적이다. 시의 행과 행, 연과 연 사이에 유기적인 관계의 끈으로 단단히 이어져 있다.
까만 눈동자
나지막한 코
오물거리는 입
어느 하나
사랑스럽지 아니 한 것이 없다
꼬물거리는 발가락도
온 힘을 다해 움켜쥐는 손가락도
들쑥날쑥 움직이는 배도
모두 다 그러하다
숨죽여 널 바라본다
넌
사랑이다
미소다
기쁨이다
행복이다
김정오<축복_살아 숨 쉬는> 전문
세상을 보는 눈이 긍정적일 때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 화자는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있다. 아름답게 보이는 눈에는 감사함이 따른다.
박목월 선생님께서도 작고 귀여운 것이 아름답다고 말씀하셨다.
오물거리고, 꼬물거리고, 들쑥날쑥, 의태어를 사용하여 시의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아가에 대한 외양 묘사와 함께 화자의 느낌도 잘 나타내었다. 아가를 사랑, 미소, 기쁨, 행복으로 나타내어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
뜰 한 켠
잠시 빌려 쓰고 갈게요.
봉숭아 과꽃 백일홍 참나리
키 작은 채송화 줄줄이 피어나는
여름 한 뜰
악 쓰고 우는
매미도 순간순간
외로웠겠지요
그리움은 각자의 몫이라는
젖은 바람의 말
노랑나비 한 마리
다가와
뜰 한 켠
잠시 빌려 써도 되나요
마른바람도
노랗게 출렁이며
꽃그늘도 빌려 주시나요
고은주 <엄마의 뜰> 전문
우리 모두가 이 땅에 와서 자연을 공짜로 빌려 쓰고 갈 뿐이다.
아웅다웅 몸부림치다가 결국은 모든 것 놓고 떠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엄마의 마음처럼 한없이 넓은 것이 엄마의 뜰이다. 이 뜰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게 우리들의 삶이다.
가슴으로 와 닿는 산뜻한 작품이다.
봉숭아, 과꽃, 백일홍, 참나리, 채송화, 매미, 노랑나비가 등장하여 엄마의 뜰은 가득 채우고 있다.
이미지가 선명할 뿐 아니라 각운 ‘요’가 반복되고 있어 읽을 때 리드미컬(Rhythmical)하게 읽혀진다.
이 작품은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고 재미도 주는 작품이다.
난생처음으로
좁은 공간에
홀로 누워있다
쿵쿵 대던 엄마의 심장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좁고 아늑한 것이
다시 엄마의 뱃속인가
사정이 있을 엄마를 생각해
조용히 기다려도 보고
울 때 뛰어오던 엄마를 생각해
목청껏 울어도 보고
밝은 곳을 향해
나름 기어 가 보지만
처음 느껴지는 손길에 화들짝
엄마 품이 그리워 우는데
젖꼭지를 갖다댄다
어젯밤 엄마의 흐느낌이 스쳐간다
낯선 이의 손길과 목소리에
궁금하지만
좀처럼 눈이 떠지지 않는다
두려움도 모른채 홀로 누워있을 뿐
志泥 유세현<홀로 누워> 전문
엄마의 품에서 떠나 베이비박스로 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잘 묘사하였다.
1연 엄마의 뱃속, 2연 엄마와 헤어짐, 3연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구축되어 있다.
만남과 헤어짐이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이별 모습이다. 이 시를 통해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아이에 대한 배려가 확산 됐으면 좋겠다.
베이비박스는 생명을 구원하는 중요한 사역을 담당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베이비박스에 관심을 갖고 함께 동행 하면 얼마나 좋을까!
베이비박스 문학아카데미 회원들의 글은 순수한 사랑의 글이다. 영혼의 빛이다.
주문도 하지 않은
녹차라떼
강에는 녹차라떼
물결
바다에는 녹차라떼
파도
마시려는 임자
없어 넘치고 넘쳐 흘러
떼거리로 썩어가는
녹차라떼
누가 누가 다
마시나
자연은 말이 없고
애꿎은 민물 고기, 바닷물
고기들만 마시고
두 눈 꿈뻑 꿈뻑 둥둥
떠 있구나
사람이 만들었으니
사람이 마셔야 하건만
사람은 나 몰라라
물고기들만
실컷 마시고 배탈 나
죽어가는구나
이경상 <녹차라떼> 전문
자연은 자연대로 두어야 한다. 환경을 파괴하고 이로 인해 녹조현상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난다. 인간이 파괴한 자연환경은 복원하기 힘 든다.
이글에서 환경파괴에 대한 안타까움을 잘 묘사하고 있다.
비유와 상징으로 교훈을 주는 작품이다.
숨쉬기 어려운 하늘에서는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린 두더쥐가 날아 다녀요
튼튼하고 견고한 앞발로 구름을 조각내
오늘, 지붕이 없는 집을 짓는대요
난청을 앓고 있어 소리를 들을 수 없는
하늘, 그런 하늘을 닮은 땅에서는
날개를 잃고 나는 법을 잊은 갈매기가
땅 위를 저벅 저벅 걸어 다니죠
말랑 말랑한 땅 속을 걸어 다니며
바다는 더 이상 바다가 아니라네요
믿을 수 있나요? 말이 되냐고요
하늘에서는 두더쥐가 날아다니고
땅에서는 갈매기가 걸어 다니고
악보 속에서 발이 잘린 음표들이
튀어 나와 흥에 겨운 소리의 춤을 추고요
나뭇가지는 안테나 나무는 주파수를
맞추고 인간의 언어들을 해독 중
날아다니는 먼지가 인간의 조상이라면
인간은 죽어서 먼지가 되어
날 수 있을까요
우리가 한 날 한 시 버리고 잊었던
믿음이라는 암호는
더 이상 해독 불능
윤봉덕 <해독 불능인 암호> 전문
이 시에서 불가능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다. 공상의 세계를 보는 듯하다.
시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이런 상상력이야말로 시를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재료이다.
두더지가 날고, 지붕 없는 집 , 말랑말랑한 땅, 등 재미있는 이야기는 동화의 나라에 온 듯하다
시는 감동과 함께 이런 재미를 준다면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축이 기울어져 삐딱이 서있어도
마음은 허리 펴고 올곧게 서고 싶다
저 푸른
대나무처럼
굳은 절개 지키며
욕심이 우물 가득 채워진 마음 샘에
두레박 던져 넣어 한가득 푸고 싶다
비워진
대나무처럼
검은 속을 비우며
이원구<대나무처럼> 전문
우리 민족이 지키고 이어온 시조이다. 시조는 우리 민족의 얼이다. 그래서 시조를 아끼고 사랑하는 데 모두가 동참해야 되리라 생각한다.
이 작품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대나무에서도 배울 점이 하나둘이 아니다. 우리의 옛 선비들은 대나무 같은 곧은 마음으로 지조를 지키며 살아 왔다.
대나무는 올곧은 삶이다. 그리고 비워진 삶이다
시조로서 형식과 내용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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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뜨지 않은 까만 밤에
소리 없이 흘리는
당신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끝없는 아픔의 고통을
저희에게 보이지 않으시려는
말 없는 슬픔을 보았습니다
한 번도 말씀해 주시지 않는
당신이 미워
저도 따라 볼을 적십니다
그러나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산처럼 묵묵히 서 있던
당신의 삶을
이제는 사랑하렵니다
선지현< 아버지>전문
진솔한 시는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뿐 아니라 공감을 줄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아버지의 은혜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1,2 연에서는 아버지의 눈물, 말없는 슬픔 등으로 아버지의 모습을 묘사했고, 3,4 연에서는 화자의 눈물, 아버지 사랑으로 이어지는 시적자아의 모습을 묘사하였다.
눈물은 감동의 원천이다. 아버지의 눈물과 화자의 눈물을 제시하여 아버지와의 자아일체를 이루고 있다.
아버지의 사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작품이다.
베이비박스 문학 아카데미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누구나 태어나면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버려진 아이와 미혼모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이미 시집 2권을 펴내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는 데 이바지한 바 있다.
베이비박스 문학 아카데미 회원들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맑고 깨끗하다.
이러한 목적 글은 잘못하면 문학성을 잃을 우려가 있는 데 이들은 이를 잘 극복하여 시다운 시를 쓰면서 시의 본질을 선명하게 하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비유와 창조적인 상징으로 시적 미감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었다.
각 작품마다 주제의 다양성과 선명성이 돋보였다.
마음의 밭을 일구는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리라 믿는다.
시인은 사회의 선구자이다. 사회를 바르게 이끌어 나가야 할 책무가 있으며, 약자를 대변해야 의무도 있다. 언제나 올곧은 정신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베이비박스에 희망을 싣고 3집’에도 좋은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큰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믿으며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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