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으로 꽃피운 그리움과 사랑의 목소리
김전(시인, 문학평론가)
서종수 시인은 문학애 등단으로 왕성한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어머니의 연꽃길’이란 시집을 상재하게 되었다. 그의 시는 서정적인 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시의 본령은 서정시라고 말할 수 있다. 서정시는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 그리움, 상실감, 허무감, 후회, 자연에 대한 환희 등으로 이루어진다. 또 서정시는 인간에게 카타르시스(katharsis) 와 감동을 주는 역할을 한다.
문학의 사명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 정신적 삶에 윤택함을 주는 데 있다. 그러므로 문학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서종수 시인은 다양한 심상을 갖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의 시속에는 낭만과 삶에 대한 깊은 고뇌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크게 자연의 미학, 고향에 대한 미학, 술에 대한 미학, 사색의 미학으로 나누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서종수 시인의 목소리를 들어 보자
자연의 미학
자연은 시의 근원이다. 자연 속에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 중에서 산은 우리들의 고향이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은 산에 대하여 노래하고 있다. 산은 침묵하고 있지만 이 시인은 산의 소리를 듣고 있다.
산에 대한 개성적인 목소리를 들어 보자
공룡능선
침묵이었다
하늘에 외치는
소리 없는 몸부림
인간에 대한 끝없는
침묵이었다
가을바람은 힘차게
불어 또 다른 계절을
부르고 가을 나뭇잎은
추락한다 안개에 쌓인
능선 속으로
공룡능선은 설악의
힘찬 줄기로 이어지고
그 공룡능선의 침묵은
능선에 홀로 선
저 푸른 소나무는
알리라
<설악산> 전문
이 시는 3연 17행으로 되어 있다. 시의 길이가 적당하다고 본다. 너무 길면 암송하거나 낭송하기 어렵다. 그리고 독자들이 지루하게 생각한다.
유명한 시를 보면 ‘국화 옆에서’ 13행, ‘진달래꽃’ 12행 ‘님의 침묵’ 10행, ‘청노루’ 10행 ‘껍데기는 가라’ 16행 ‘승무’ 18행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13행에서 17행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설악산은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산이다. 산의 역동적인 이미지가 꿈틀거린다.
이 시의 표현기교에서 역설 법으로 표현한 ‘소리 없는 몸부림’ ‘가을바람은 힘차게/불어 또 다른 계절을/부르고’에서 시의 생동감을 불러넣고 있다. 웅장한 시의 무게가 느껴진다. 침묵으로 지키고 서 있는 산이지만 인간에 대해 하고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침묵으로 지키고 서 있는 산을 의인법으로 처리하였다
지리산은 침묵한다
눈 내리는 겨울날
칼바위가 천왕봉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지리산은 알 것이다
<지리산 칼바위> 전문
지리산은 금강산. 한라산, 등과 더불어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천왕봉은 남한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이다. 또 천왕봉은 많은 사찰과 폭포를 안고 있다.
이 시는 6행으로 된 짧은 시이다. 시는 독자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주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시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서 눈, 겨울, 칼바위, 등이 무엇을 나타내고 있을까?
정상에 올라가기 까지는 많은 시련과 고난이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마음 뒤집어 안아보고
숨을 한 번만 더 크게
내쉬어보고 올라간다
혼자 달아난 태양이 다시
나의 무딘 가슴을 꽂는다
산 마루 푸른 능선이 말한다
바람도 구름도 칠보산도
홀로가 아니라고 꼿꼿이 선
소나무가 바람에게 말한다
이제 지자곷 핀 날처럼
늘 그리워 하라고
저 울창한 유월의 칠보산
산 그늘처럼 그렇게
그리움에 그리움을 지저귀다
나는 다시 칠보산으로
돌아와 크게 소리치고
한잔 술을 마신다
<칠보산> 전문
좋은 시가 되기 위해서는 음악적 요소인 율격이 있어야 한다. 율격에는 음수율, 음보율, 음위율 등이 있다. 반복적으로 이루어짐으로 낭송하기 좋다. 음악적 요소는 마음속의 건반을 두드려 심상의 영혼을 전달하는 데 있다. 이 시는 3음보의 율격으로 이루어져 있어 낭송하기 좋다.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고, 산을 오르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꼿꼿이 선 소나무는 시적자아라고 본다. 바람이 불어와도 봄날처럼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 잔의 술을 마시는 여유는 화자의 넉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그 흔한 눈물
세상에 그 많은 슬픔을
모두 내려놓는 날
나는 산으로 가리오
저 임자 없는 달님이
이 가을 지나 저
대 숲에 숨어 들 때
나는 산으로 가리오
들국화 몇 송이 꺾어
저승의 비릿한 길로
묻어버리는 날
나는 산으로 가리오
이제 저 능선으로
가을이 바람따라 가면
우리에게 지닌 것은
그리움의 상처뿐 가리
나는 산으로 가리오
<산으로 가리오> 전문
산은 우리들의 영원한 안식처다. 슬픔과 근심 걱정 내려 놓는 날 우리는 또 다른 세상을 가야 한다. 여기에서 ‘나는 산으로 가리오’가 반복된다. 시의 운율이다. 운율적 요소는 영혼의 악기이다 영혼의 건반을 두드려 공명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시에서 잔잔한 울림으로 우리들에게 생각하는 시간을 주고 있다.
누구나 가야 할 마지막 장면을 스케치 하듯 잘 묘사하고 있다.
고향의 미학
고향은 누구나 그리움의 대상이다. 짐승도 죽을 때는 고향을 향해서 죽는다는 말이 있다.
바로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말이다.
고향은 추억의 강이다. 때로는 추억의 강에 발을 담그고 흠뻑 빠지고 싶어질 때도 있다.
초가지붕에 박이 달덩이처럼 두둥실 떠오르고 삽살개가 멋모르게 짖어대던 그리운 고향이
떠오른다.
아버지 어머님의 모습이 고목나무처럼 다가오는 고향은 진정 그리움의 표상이다.
여기서 서종수 시인이 그리워하는 고향의 목소리를 들어 보자.
오늘은 문득 백일홍과
사랑을 나누고 싶다.
여인의 아름다운
치마저고리 같은
백일홍이여
7월! 저녁놀 질 때
바람을 따라 구르는
대나무 소리 벗 삼아
백일홍 핀 고향 들녘에서
꿈같은 꽃 각시 시절
더듬어 간다
너 백일홍 화려해서 좋다
자꾸 나를 유혹하지 마
저녁노을 물들고
들꽃 꺾어 다발 메어
당신께로 다가서는
이날 밤바다에는
사랑의 바람이
뜨겁게 타들어 간다
붉은 노을 더불어
<7월 백일홍 핀 고향 들녘에는> 전문
백일홍을 보고 어린 시절 추억의 강으로 들어간다. 이 시에서 낯설기 기법으로 묘사된 부분을 살펴보자 ‘치마저고리 같은 백일홍’ ‘바람을 따라 구르는 대나무 소리’ ‘사랑의 바람이 뜨겁게 타들어 간다.’ 등에서 공감각적 이미지로 시의 미적 쾌감을 극대화 시켜주고 있다.
백일홍을 여인으로 환치시켜 사랑으로 승화 시킨 점으로 봐서 예사롭지 않은 능력의 소유자라고 본다. 시어를 자유자재로 부릴 줄 아는 시인으로 생각하게 한다.
고향의 백일홍을 보고 쓴 사유의 시라고 보인다.
바다의 비린내 항구를
감싸고 오동동 기생집에
슬픈 노랫소리 흐른다
술잔에 달이 뜨고
항구의 붉은 등대는
마산의 눈물이어라
무학산 기슭 아래
서원곡 옆 동네
문신 미술관
아!
그는 어디로 갔을까
어제의 전설로
묻어버린 마산
이제는 창원으로
돌아왔네 잃어버린
마산이여
<마산> 전문
서시인의 고향이 마산이다. 마산의 풍경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1연에서 마산의 배경, 2연 마산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 3연 무학산의 추억, 4연 실명(失名)의 마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린내 나는 마산의 술집은 흥청대지만 애잔한 눈물이 비치고, 문신 미술관도 가버리고 이름조차 빼앗긴 마산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각 연의 마지막 행을 연결하면 ‘슬픈 노랫소리 마산의 눈물이여 그는 어디로 갔을까 마산이여’ 는 서정시의 본보기로 보이는 작품이다.
보내 버린 청춘
흘러간 세월
돌아보니 텅 빈
하늘이 떠민다
노을 속으로 가라고
아버지의 중년이
가지에 앉자
외롭게 우는
새 한 마리가 된다
아버지의 술잔에는
새 한 마리 울어댄다
서러워서 못 산다고
외로워서 못산다고
새의 눈물이 아버지의
가슴을 퍼 간다
피웠던 꽃마저도
시들해지고
아버지는
아버지는
중년의 서러움에
온몸으로 노래한다
내 노래여 내 노래여
그 여운 소리 없이
흐르는데
오늘도 아버지의 술잔에는
세월을 찾는다
이 시대 중년의 아버지들에게
이 시를 바칩니다
봄날 중년의 아버지들이여
<아버지> 전문
이 시는 아버지의 아픔을 잘 묘사하고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선명하게 나타내고 있는 작품이다.
흘러가버린 세월 속에 ‘외롭게 우는 새 한 마리’ 그게 바로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다. 신선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아버지의 술잔에서 울어대는 새 한 마리에서 고단한 아버지의 삶을 제시하고 있다.
에둘러 아버지의 모습을 나타내는 시적 감각이 이 시를 성공적으로 끌고 간다.
이미지는 시의 생명이다. 이미지는 언어로 그리는 그림이다. 시를 읽을 때 나타나는 그림이 바로 이미지이다. 이 시의 이미지가 생동감 있게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연꽃길을 간다
어머니가 그립다
반백년 산 마음이
살아생전 불효가
가슴앓이다
외로움 켜고 아픔도 켠다
연꽃마다 맺힌
슬픈 넋을 달고
연꽃길을 간다
어머니가 그립다
<어머니의 연꽃길> 전문
이 시집의 표제가 어머니의 연꽃길이다. 연꽃은 더러운 진흙구덩이에서 피어난다. 그러나 아름답기 그지없다. 어머니를 고난과 시련 속에서 아름다움을 피워내는 연꽃에 비유함은 매우 적절하다.
누구나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살고, 살아생전에 효도하지 못해 회한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시에서도 어머니의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나고 있다.
3.술의 미학
이태백은 술과 사랑을 노래한 대표적인 시인이다. 구도자들에게 술은 신적 근원을 체험하기 위해 끊임없이 빠져들게 한다.
석 잔을 마시면 대도(大道)에 통하고, 한말을 마시면 자연과 합일 된다고 하였다. 자연과 합일 되는 길은 바로 신선이 되는 길이다.
엣 선비들도 술을 친구처럼 가까이 하면서 시를 지을 때는 술이 함께 따라가지 않았는가?
술은 인간을 즐겁게 만들고 시인을 시인답게 만들어 내는 윤활유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빈 잔이
한잔이 되고
한잔이 넘쳐
푸르른 산을 적신다
달에 젓은
외로운 산하는
한잔 술에
가락을 읊조린다
밝은 달은
햐얀 찔레꽃을 품고
님 오지 않는 시인은
술 한잔에 젖어든다
달빛 아래
찔레꽃 하나 되어
가락 소리 토해내는
벗 그리며
시인은 오늘도
한 잔에 젖어든다
<달과 벗하여 술잔을 드노라> 전문
낭송하기 좋은 2음보와 3음보의 반복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잔이 넘쳐 푸른 산을 적신다.’ 시인만이 할 수 있는 소리이다.
광대무변(廣大無邊)한 공간적 배경을 제시하고 있다. 술은 찔레꽃과 합일되고, 시인은 달과 합일된다.
그리움에 젖어 시인은 한 잔 술에 젖어 든다.
한마디로 낭만적이다. 선명한 이미지로 아름다운 배경 속에 시인을 넣어서 살아있는 시로 승화 시켰다.
파도에 흔들리는
항구의 등대는 젖어있었다
술에 젖고
달빛에 젖은
소주방 여인은 눈물에
젖어있었다
열두 고개도 더 넘었다는 소주방
그 여자의 반평생이
젖고 있었다
술잔에
이별하고
눈물에 노래하는
소주방 여인
흐르는 세월 따라
무학산 기슭 밑에
술잔에 달 띄우고
소주방 여인은
취하여 노래한다
<소주방 여인> 전문
술과, 여자, 사랑은 함께 가야할 낱말이다. ‘젖은’이 반복되어 축축한 느낌을 주고 있다. 술과 눈물로 범벅이 된 여인을 제시하고 있다.
‘눈물에 노래하는 소주방 여인’에서의 역설 법은 시를 새롭게 한다. 창조적 상징을 통하여 시의 미적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무학산 기슭 밑에 /술잔에 달 띄우고’ 묘사도 신선하다. 이러한 함축적 묘사는 시의 생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술잔을 들고
나는 기다린다 너를
낮술에 한숨짓고
차마 발 떨어지지
않는 팔걸이 고개
무학산 넘어 눈 내린
벌판을 지나
너는 오리까
산릉선 진달래 붉게
물들며 돌아오리까
낮술에
울음 끊어질 듯
회산교를 지나 철길 옆
시장길을 돌아
주막이 있는
팔걸이 고개를 간다
낮술에 마음 맡겨
빈손으로 떠돌며
고개 저으며 한잔
흔들리면서도 끝내는
흔들리지 않는 시인은
돌아오는 노란 봄을
기다린다
아무도 불러주는 이
없는 외로운 시인은
오늘 낮술에 젖는다
<낮술> 전문
‘낮술에 취하면 자기 아버지도 몰라본다.’는 말이 있다. 시인은 낮술을 마시면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눈 내리는 겨울을 지나 진달래 붉게 타오르는 날에 오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다.
괴로움도 물리치고 희망의 봄을 기다리며 낮술에 취하는 시인이 뚜렷한 영상으로 떠오른다.
시에서 ‘노란’ ‘붉은’ 등 색깔을 넣는 것은 시가 분명해질 수 있다. 이런 것을 영상적 이미지라고 한다.
시인은 예부터 술을 좋아했다. 술로서 세상을 풍요롭게 볼 수 있고 느긋한 마음으로 세상을 끌어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시인은 술에 대한 멋을 아는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섣달 밤에
울부짖는다
긴 그리움이
너무 시려
잠긴 겨울에
외로이 떤다
빈 가슴을
두들기고 찬
바람 불러와서
술 한잔에
고개 드니
멀어진
세상사 눈송이
마저 초승달로
떠오른다
봄꽃 같이 다가올
님아
<술 한잔에> 전문
술의 효용을 나타낸 시이다. 1연에서 시련과 고난의 겨울을 제시하였다. 그리움과 외로움에 떨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재생시켰다. 2연에서 시련을 술 한잔으로 극복하였다 . 3연에서 아름다움 모습이 전개 된다 봄꽃같이 다가올 님으로 대미(大尾)를 맺고 있다.
술은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묘약이라고 본다.
살아가는 데 문득문득 다가오는 시련과 고난을 술로서 달래는 일이 어찌 한두번이겠는가?
생활시라고 볼 수 있다. 서정이 담긴 생활시는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4.사색(思索)의 미학
시는 상상과 경험의 산물이다.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 된다는 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늘 사색하면서 살아간다면 좋은 시를 창출해낼 것이다.
함축적 언어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것이 시의 기본이다. 그러나 시인이 한편의 시를 창작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큰 아픔이 있다. 시련 속에서 태어나는 농익은 시야말로 시다운 시라고 볼 수 있다. 서종수의 시는 인간의 삶 속에서 우러나온 열무김치 맛과 같은 시라고 생각한다.
아직 젊은 시인이기 때문에 싱싱하다. 그러나 시 한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어떠한가? 살펴보자.
하늘 아래
진정
아픈 이는
고통스럽다
말도 못하는데
눈물 같은 글 속에서
오늘도 가슴을 친다
매일 신음을 토해내는
너
시인
<시인> 전문
시인은 한 아이를 출산하는 어머니만큼 아프다. 또 그런 인고의 세월을 건너면서 살아간다.
2연에서 눈물 같은 글 속에서 가슴을 치는 시인, 신음을 토해내는 시인 등 시인의 모습을 잘 나타내었다. 여기에 군더더기 같은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서시인은 이런 자세로 시를 쓴다면 성공하는 작가가 되리라 믿는다.
요사이 쉽게 쓰이고 쉽게 읽혀지는 시가 우리 문단을 덮고 있어, 시가 왜곡되고 있다. 이런 시들은 독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어시장 비릿한 내음
아득한 세월의
뒤안길에서 어갈비
뒤집는 여인 어디서
왔는지 누구도 모르는
어시장 대폿집 여인은
간고등어처럼
외로움에 절여진 인생
늙은 어부의 술 한잔을
받아들고 한탄을 한다
열두 고개를 더 넘고
넘어 살아온 서러움을
늘어놓는다
바람은 날라오고
바람은 자꾸 내 옆구리를
스쳐 간다
간고등어처럼 외로움에
푹 절어진 여인은
바람 따라 가버린다
오늘은 어디로
갔을까 그 여인
바람따라 가버린
가을날에
<고등어 굽는 여인> 전문
시는 현실적 삶을 바탕으로 창작되어질 때 시의 힘이 실린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이 시는 매우 감동적이고 재미가 있다.
고등어 굽는 여인은 대폿집 여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이 파노라마처럼 나타난다. 간고등어와 여인을 합일 시키고 있다. 모두가 절여진 삶이기 때문이다.
비릿한 항구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간고등어 같은 대폿집 여인을 생각하면서 쓴 작품이다. 대폿집 여인은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삶에 절어진 고등어와 우리들의 일상을 합일 시킨 글이라고 느껴진다. 시적인 기교와 더불어 선명한 이미지로 형상화 시킨 작품이라고 보인다.
너는
무엇인가
너는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갈 것인가
달마대사는
내게 다가와 호통을 친다
사는 게 찰나의 순간인데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인생을
비우고 내려놓고
산같이
살라 하네
나는
달마대사여
그럼 어떻게 해야 하오
달마 대사는
조용히 봄바람 속으로
미소를 보내시며
너의 마음속
너만이 알 것이다
<달마산에서> 전문
이 작품은 철학이 담겨진 작품이다. 철학이 담겨진 작품은 독자들에게 생각을 하게 만들고
깊은 감동을 주게 된다. ‘인생을 비우고, 내려놓고, 산같이 살라 하네’ 이렇게 사는 것이 바로 행복의 지름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작은 매달려 아웅다웅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 행 ‘너의 마음속 너만이 알 것이다.’ 다시 말하면 행복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리라.
달마대사가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눈으로 사물을 보되 사물에 집착하지 말고, 귀로 소리를 듣되 소리에 집착하지 않으면 그것이 해탈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들은 버려야 할 욕망에 너무 사로잡혀 있지 아니한가? 생각해 볼 일이다.
하늘 가는 구멍을 잊어버린
새가 비 내리는 새벽에 울고있다
이 세상
서러워서 못 산다고
허기져서 못산다고
외로워서 못산다고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그리워하다 새는 그렇게
하늘을 날고 싶었다
비 내리는 새벽
사무치는 가슴을 열고
하늘은 새를 품는다
<비 내리는 새벽> 전문
시는 곡선이고 산문은 직선이다. 이 시에서 나타난 ‘새’는 시인 자신이다.
시인은 사물을 매개체로 탈을 쓰고 뒤에서 말하는 사람이다.
새는 서럽고 허기지고 외롭다. 그러난 태양을 그리워한다. 태양은 새로운 희망의 상징물이다.
태양을 향해 날고 싶어 하는 시적자아의 꿈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마지막 행에서 시적자아의 따스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시는 시인의 성정(性情)에서 나온다. 자신의 생각이 긍정적일 때 세상도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도 은유적 표현이 시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서종수의 작품을 통하여 엿볼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그의 시는 함축적 언어로 이루어진 서정시의 금자탑이라고 보인다.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서정시는 시의 본령이다. 유행에 휩싸이지 않고 언제까지나 독자들의 가슴에 깊은 감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시의 제재가 향토적이고 자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창조적 상징을 통하여 시의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고 있다.
셋째 사유의 깊은 샘에서 건져 올린 작품이기 때문에 깊이가 잇다
넷째 시의 기교를 살려 시적미감을 최대한 나타낸 서정시이다.
서종수 시인의 작품은 자연친화적이고, 자연과 합일하는 경지에 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 철학적 배경이 깔려 있어 시의 깊이가 있다.
그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인이다. 비린내 나는 마산 포구를 배경으로 건져 올린 싱싱한 갈치 같은 시를 낚아 올리고 있다. 한마디로 서정시의 극치(極致)를 보는 것 같다.
서종수 시인의 첫 시집 ‘어머니의 연꽃 길’은 서정으로 꽃피운 그리움과 사랑의 목소리이며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시집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제1시집 ‘어머니의 연꽃 길’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시집 표지에 넣을 글
서종수 시인의 작품은 자연친화적이고 자연과 합일(合一)하는 경지에 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철학적 배경이 깔려 있어 시의 깊이가 있다.
그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인이다. 비린내 나는 마산 포구를 배경으로 건져 올린 싱싱한 갈치 같은 시를 낚아 올리고 있다.
한마디로 서정시의 극치(極致)를 보는 것 같다.
서종수 시인의 첫 시집 ‘어머니의 연꽃 길’은 서정으로 꽃피운 그리움과 사랑의 목소리이며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시집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김전(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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