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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아름다운 영혼의 메시지 세상을 열다 - 베이비박스문인협회

아름다운 영혼의 메시지 세상을 열다

행복시집 베이비박스에 희망을 싣고

김전(시인. 문학평론가)

 

1. 생명을 살려내는 베이비 박스의 희망

 

베이비박스문인협회(대표 장선호)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생명을 구해내는 국내 유일의 문학단체다. 그러므로 공동시집에 참여한 시인들은 영혼을 구해내는 천사다.

그동안 4집까지 발간하면서 죽어가는 많은 생명을 구한 공로는 이미 세상에 알려졌다. 베이비박스 문학 아카데미에서는 베이비박스에 희망을 싣고라는 문집을 발간하면서 수입금을 한사랑 교회에 기부하고 있다. 한사랑 교회는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교회로 여러 언론에서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시인들은 문학 작품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이로써 밝고 맑은 사회를 만드는 공로자라 할 수 있다. 또 여기에 참여하는 시인들은 사랑을 몸소 실천하므로 아름다운 사업인 베이비박스 운영에 동참하고 있다.

한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씀을 믿고 열심히 살아가는 베이비박스 문학아카데미회원들은 해마다 시집을 발간하여 영혼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인구 절벽 시대를 맞이하여 이들이 하는 일은 바로 애국과도 직결된다.

작품 수준 또한 해마다 일취월장(日就月將)하여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과 공감을 주고 있다고 확신한다. 직속 후배시인들의 이러한 모습을 볼 때 기쁘기 그지없다.

먼저 베이비 박스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을 살펴보자


투둑투둑

여린 가슴 부여잡고
너를 내려놓았을 때
온 세상 시간이 멈추고
뽀얀 배냇저고리 위로 떨어진 눈물

온기 가득한 젖가슴
익숙해지기도 전에
그렇게 이별을 먼저 알았다

검은 밤이 눈두덩을 쓰다듬고
깊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환한 빛이 보이고
따뜻한 손길이 다가오고
미소 띤 숨결이 고이 감싸안는다

힘찬 울음으로 대답한다
오랜 습관인 듯
무언가를 찾는 여린 입술
그렇게 또 하나의 사랑이 되었다

베이비박스
그저
사랑이라 기억하고
희망이라 부르리라

김정오 베이비박스에 희망을 싣고전문

 

 

베이비박스에 생명을 맡기고 떠나는 산모(産母)의 처절한 모습을 디테일하게 묘사하였다. 이별의 아픔을 절실하게 묘사한 부분으로 온 세상 시간이 멈추고’ ‘뽀얀 배냇저고리 위로 떨어진 눈물에서 이별의 절절함이 잘 나타나 있다.

한마디로 생이별이다. 핏덩어리야 무엇을 알겠는가? 베이비 박스만이 사랑이고 희망이 아니겠는가?

이 시는 베이비 박스에서 포근히 잠든 모습을 묘사하여 시의 안정감을 주고 있다.

이 작품은 독자들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베이비박스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데

공헌하고 있다.


속세에도 봄은 왔는가

질퍽한 어둠 속에 묻힌 체

여왕의 꿈을 꾸는 가련한 비구여

누비 적삼 푸르게 물들면

하얀 달빛에 백로가 날개 펴듯

비상의 꿈, 한 줄기 바람 이련가

소롯이 이불 걷어차는 엘레지

수줍다 말 못하고 긴 목 뽑은 채

고요한 자태로 사뿐, 사뿐히

행여 왕자님 오실까봐

가련히 긴 눈썹만 깜박이네...

몽블랑 권희건, 엘레지전문

엘레지는 음악적으로 슬픔의 노래(悲歌) 또는 죽은 사람에 대한 애도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비구니에 대한 애련(哀憐)이라고 생각한다. 감각적인 작품이다.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이미지를 형상화 하는 능력이 예사롭지 않다.

누비 적삼 푸르게 물들면/ 하얀 달빛에 백로가 날개 펴듯은 낯설기 기법으로 참신하다.

비구니의 심리를 넌지시 나타내고 있다. 직설적인 묘사가 아니고 에둘러 표현하여 독자에게 공감의 미를 던져주고 있다.

시의 구조상으로도 기---결이 잘 되어 성공한 작품이다.

 

 


나무는 바람을 탓하지 않고
말라버린 인심에 벌겋게 옷을 벗었다

조각난 햇살만 대지를 비추고
흔들리는 건
가지가 아닌 정체성 없는 자신이란 걸
시린 겨울에 알았다

다 비워버린 몸체에 바람이 불면
피할 수 없기에 윙윙 울어대는 나무에

너는 왜 해마다 벌거숭이가 되느냐고 탓만 했다

올라온 술기운만큼 비틀대고
찬바람에 머리를 흔들면
우수수 떨어지는 내 삶의 모순들
버릴 수 없는 내 아집에

겨울나무는 마지막 이파리마저
떨궜다
쓸쓸함 뒤에 공허만 뒹군다
그저 그렇게
겨울을 견딘다

 

김동광 겨울나무전문

 

겨울나무는 바로 작가의 삶이다. 나무를 매개체로 하여 자신을 말하는 것이 시의 기본이다.

그런데 많은 시인들 중에는 사물의 겉모습을 사진 찍듯 그려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표현은 지양해야할 부분이다. 시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겨울나무는 살기위해 모든 것을 털어내고 나목(裸木)으로 겨울바람과 맞선다.

찬바람에 머리를 흔들면/우수수 떨어지는 내 삶의 모순들/버릴 수 없는 내 아집

나목에서 확대되어 자성(自省)으로 돌아가고 있다. 나무를 보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돋보인다.

어쩌면 우리들의 삶은 공허함 속에서 그 날 그 날을 견디고 있는 것이 아닐까?



부는 바람 시원타고 잡아둘 수 없잖아
흐르는 물 맑다하여 움켜쥔 적 있었나
오가는 그 무엇 하나 내 마음은 아니야

무심한 세월 따라 당신마저 가시네
두 볼 위 소리 없이 내리는  눈물 또한
아무런 소용없다니 말자꾸나 아서라

아쉬워 후회되고 슬퍼서 아파와도
세상은 어제 오늘  다를 바 없거니와
그 또한  세월에 바래 사라지고 말 것을

당신이 있는 곳에 발길을 향했었고
당신이 머문 곳에 마음을 두었지만
이제는 어디로 가나  그리움만 남겠지

김숙현 의 작고전문

김숙현 시인은 자유시로 등단하고 후에 시조로 등단한 시인이다.

시조는 3612음보의 정형시이다. 일정한 형식이 있기 때문에 제약도 따른다. 그래서 내용과 형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다.

김숙현 시인의 의 작고에서는 형식과 내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있다. 이는 시조의 본령을 지키면서 시적 표현을 자유롭게 나타냈다고 본다.

모든 것은 왔다가 가는 것이다. 영원한 소유는 없는 것이다. 만나면 이별이 있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보고 인생무상을 묘사한 작품이다. 성숙된 시조의 보습은 본다.

4수의 연시조이며 연과 연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시적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조혼이 전염병처럼 퍼지던 그 시절
어린 꽃도 시집이 가고 싶었다
달빛만 봐도 설레이던 로맨스는
설익은 금단의 사과를 베어 물었다

제 살을 파고드는 가시가
아픔이 되는 줄도 모르고

거울 앞에 서 있는 하이얀 새치가
씁쓸하게 그녀를 보고 엷은 미소를 짓고 있다
마흔 여섯 살
눈가에 페인 주름
인생이라는 무게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김치찌개가
소리를 지른다
화들짝 놀란 여자는 제 새끼 끼니 챙기느라
오늘도 분주한 아침이다

 

김 장미 엄마전문

시는 에둘러 표현해야 한다. 여기에서 설익은 금단의 사과를 베어 물었다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의 다의성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 이런 작품이 좋은 작품이다

엄마의 모습을 리얼하게 잘 그리고 있다. 마지막 행 오늘도 분주한 아침이다.’에서 엄마의 바쁜 일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 작품은 엄마의 일기 같은 느낌이 든다. 또 이 작품은 삶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인생이 가볍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철학적인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바람 이는 나무
울고 있는 수풀
바람구멍 숭숭
울고 있는 가슴

빈 가슴 채우건
그득그득 그리움
멍울멍울 먹먹함
가물가물 기억들

天率 도현미 빈 가슴

天率 도현미의 작품은 리듬감이 있다. 2음보의 반복으로 박자가 척척 맞는다. 대구법으로 나타낸 점도 재미있다. 의태어까지 겹쳐지니 시적 미감이 더욱 살아나고 있다.

그득그득’ ‘멍울멍울’ ‘가물가물등의 의태어를 사용하여 시의 생동감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빈 가슴을 나무와 비교하였고, 감정이입을 통하여 시의 멋과 맛을 마음껏 나타내고 있다.

짧은 호흡의 작품이지만 감동이 오래도록 남는다.

 


이른 새벽
언덕 위의 집 앞
키 큰 소나무에 매달린
확성기
신이 나서 노래를 한다

부시시
눈 비비고
방문을 열어보니
새하얀 분칠한 세상
어서 오라 손짓을 한다

반가움에
부랴부랴 뛰쳐나갔다
빗자루에 삽을 들고
비장한 얼굴로 서 있는
어른들

 

홍안 서수정 눈 내린 아침전문

 

옛날 시골 마을의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마을 어귀에서 확성기가 울리는 모습은 시대적 배경이다. 온 세상을 뒤덮은 하얀 눈을 치우기 위해 나선 사람들의 모습이 사뭇 비장하다.

이 작품에서는 외적인 묘사만 그려져 있지만, 마을 사람들의 단합된 모습과 빼앗긴 마을을 되찾으려는 의지가 행간 속에 배어 있다.

낯설기 기법으로 묘사한 부분 확성기/신이 나서 노래를 한다. 새하얀 분칠한 세상.’ 등은 시적 표현이라고 본다. 생생한 모습으로 이미지와 시키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초록의 신록이 아름다운 계절
한주의 고됨이 지쳐있던
나를 깨우고 눈부신 태양은
내 영혼을 잠시 멈추게 한다

푸름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운
풀내음 향기가 잠들었던
내 마음마저 깨어나게 하고
향긋한 장미향 사랑이 되어
오늘을 선물한다

하루의 시작은 희망으로
마무리는 사랑 가득 보람 가득
작은 행복으로 채워질 것을
예감하면서 멋지게 승리하는
행복한 오월이여라

선 지현 오월에 햇살처럼전문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러므로 마음먹기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긍정적인 생각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적자아는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희망을 가지고 살면 행복하리라는 삶의 모델을 제시했다.

승리하는 삶은 마음속에 들어 있다. 이 작품은 여름의 싱싱한 풀 향기처럼 상큼하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희망을 찾아 승리하는 나날을 기대해 본다.

 



소리 없는 발걸음으로
내 품에 들어온 아가
너는 둥지를 틀고
밀어내도 다시 들어와
모태에 더부살이 중이다

멈춰버린 시간 앞에
가슴 가득 품을 수 없는 나날
너는
계속 멈출 줄 모르고 질주하고

삶에 지친 상념의 나날
하염없이 묻는다
묻고 물어도 답은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망설임
더듬더듬 어느새 종착역

내 살을 찢는 고통 앞에
몸부림치며 발버둥거리며
하염없는 시간은 긴긴 고통 안고
어둠으로 치닫는다

~~~~애 너의 첫소리
태어남 설렘 잠시
품에 안은 아가야 너의 향기
코끝으로 떠날 줄 모르고
너를 바라보는 젖은 눈빛
간절한 사랑 심장이 멎을 것 같아
내 마지막 사랑이
망설이다 망설이다
베이비박스 희망 문을 연다

뒤돌아서 나설 때 잊기 위한 몸부림
어둠에 가려진 하늘도 빛을 잃고
공허함으로 하염없이 숨 막힌 영혼

시린 가슴 하늘에 걸어두고
흐르는 눈물 뒤로한 채 마음 문을 꼭꼭 닫는다

 

손장순 베이비박스 희망의 문을 열다 전문


베이비박스에 피붙이를 맡기고 떠나는 산모의 아픔을 묘사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혈육의 정을 끊는 마음이야 하늘이 무너지고 세상이 무너지는 아픔이 아니겠는가?

아이의 울음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산모의 가슴에는 산 같은 무게의 누름돌이 짓누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작품을 통하여 작가는 미혼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일깨우는 일을 하고 있다. 이제는 국가가 적극 나서서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본다.

베이비박스는 죽어가는 생명을 구하고, 문학은 사회를 아름답게 만든다. 베이비박스 문학아카데미는 시대를 이끄는 등불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이런 일을 한다는 건 숭고한 사명의식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오랫동안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차마 울지도 못했으리
웃고 있는 너를 보고서는
좁디좁은 곳에 어린 너를 두고
돌아서야 했을 어미의 마음은

차마 사랑한다고도 못했으리
달콤한 사랑 속에 너를 얻고서도
냉혹한 현실 앞에 비정해야 했던
속울음에 헐어버린 어미의 입에서는

떼이지 않는 발걸음에 돌아보다
현실의 공포에 떠밀려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오열로
뒤돌아선 모정을
아기가 알았을까
비정한 밤의 적막을
울음으로 깨운다

 

우현식 비정의 밤전문

 

시의 3요소는 음악적 요소, 의미적 요소, 회화적 요소이다. 음악적 요소는 리듬 즉 운율이고 의미적 요소는 주제 소재 재재 등이다. 또 회화적 요소로는 회화성 감각성 등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의미적 요소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베이비박스에 혈육을 맡기고 떠나는 어머니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였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산모의 마음은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이 아니겠는가?

감정은 자제하면서 이별의 아픔을 잘 표현했다. 독자들에게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다.

문학인들의 사명은 문학을 통해 아픈 사회를 치유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문학적 시각으로 볼 때 사랑의 언어로 보듬어야 할 곳이 한두 곳이겠는가?

시인은 가슴이 따뜻해야 한다. 가슴이 따뜻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천 개의 빗방울 안에서

천 개의 언어들이 쏟아져 내리네

 

수만 개의 빗방울 안에서

너의 미소들이 날개를 달고

나에게로 쏟아져 내리네

 

지상으로 지상으로

 

온몸으로 낙하하는 비들의 향연

그 안에서 우주를 보네

 

빗방울 안에 감추어진

바람과 별 그리고 못다 한 언어들

 

오직 하나의 소리로...

윤봉덕 천 개의 비

 

시는 개성적이다. 천만가지 색깔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시는 아름다운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오감이 발달해야 한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들을 수 없는 것들까지도 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윤봉덕 시인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였다. ‘천 개의 빗방울 안에서/

천 개의 언어들이 쏟아져 내리네시적미감을 절정으로 올려주고 있다. 누구나 들을 수 있는 빗소리를 이렇게 표현한다는 것은 사유의 폭이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빗방울 안에 감추어진 바람과 별 그리고 언어가 하나의 소리로 낸다고 했다. 한마디로 깔끔한 작품이다.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시인이다. 독자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미적 쾌감을 줄 수 있는 성공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개 무섭게 더운 초복 날에

개 부모는 어디 간 지

 

아니 보이고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사막 한 도시의

삭막한 시멘트 계단에 버려진,

 

강아지풀 한 마리

세상모르게 꿀잠 자고 있다

 

배고프면 밥 달라고

멍멍짓느라 목이 쉬어도

 

지나가는 행인 누구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무정함에

 

저 멀리 능수버들 슬프게

머리카락 늘이고

 

매미는 제재소 나무 자르듯

이따금씩 곡을 하건만

 

씀바귀처럼 씁쓸한 삶

질경이처럼 끈질긴 생명력으로

 

보란 듯이 잘 자라나

 

샛강의 샛길에 지나가는

나그네의 마음

 

그나마 뜬구름처럼

가비업다

 

이 경 상 강아지풀 베이비박스전문

 

강아지풀을 통하여 삶의 팍팍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 버려진 아이들이 떠오른다. 절박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시는 비유로서 빗대어 제시해야 맛이 있다.

삭막한 시멘트 계단’ ‘매미는 제재소 나무 자르듯등에서 잘 나타나 있다.

생명이란 끈질긴 것이다. 절박한 상황 속에서 고개 내미는 강아지풀을 형상화 시켜놓았다. 한편의 풍경화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느낌이다.

삶이란 덧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시인은 작품에서 인생철학을 담고 있다. ‘씀바귀처럼 씁쓸한 삶’ ‘샛강의 샛길에 지나가는/나그네의 마음등은 시적 미감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구절이다.

               

너의 눈망울을
살포시 바라보고 있노라면
너와 하나 된 나의 모습 보인다

너의 눈망울에는
뭉게구름 떠다니고
나비가 훨훨 춤추며
까르르까르르 행복 넘쳐흐른다.

너의 눈망울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꽃비가 촉촉이 내려와 나를 적셔준다

너의 눈망울에는
아카시아 향기가 있고
수많은 별이 노래하며
너와 나의 미래가 담겨있다

  이미선 너의 눈망울을전문 

 

이 작품은 음악성이 있다. ‘너의 눈망울과 각 연 끝부분 의 반복은 생동감을 주고 있다. 음악성을 강조하는 이런 작품은 순수시에 해당된다.

눈망울 속에 뭉게구름, 나비, 꽃비, 향기가 들어 있다고 했다. 상상력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시각적, 역동적, 후각적 감각이 이 작품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맑고 밝은 작품이다. 시적 분위기가 따스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여울진 물결 위로 그 모습 올라올 때

짜디짠 눈물처럼 갯바람 불어오고

 

손끝에

잡히지 않는

시간들만 *강밭네

 

명개가 어둠 속에 까맣게 눈을 뜨면

떠나간 그 자리에 바람은 맴돌면서

 

*감치는

아쉬움 되어

부둣가를 *나도네

 

 

*강밭다 : 몹시 야박하고 인색하다.

*명개 : 갯가나 흙탕물이 지나간 자리에 앉은 검고 보드라운 흙.

*감치다 : 잊히지 아니하고 늘 마음에 감돌다.

이원구 바다가 아플 때

 

이 작품은 정형시로서 역사적인 아픔을 그린 시다. 세월호가 아픔의 역사를 만들어 내었다.

시조는 시대적으로 고시조와 현대시조로 나눌 수 있다. 시조는 본래 시조창이라 하고, 창을 목적으로 창작되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시조는 창과 이별한 지 오래되었다. 시절가조에서 나왔다고 시조라 한다. 시조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시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시라고 바꾸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전통성을 무시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창과 함께 하는 시조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한국시라고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간 민족시, 전통 시, 겨레 시 등으로 불려 왔지만 한국시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우리 고유어를 사용하여 난해한 것 같이 느껴지지만 시어를 확산하는 의미에서 바람직하다. 우리 고유어를 더욱더 갈고 닦아 시어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바다에서 잠자는 영혼들이 바닷가를 감도는 모습을 애달프게 잘 그리고 있다.

 

구름을 탄, 파란 하늘

셔터의 충동은 모가 한참 자란

울퉁불퉁 거리는 농로를 가르며

시원스레 앞가르마를 탄다

잊었던 농부의 땀

익어가는 황금빛 웃음

밀짚모자 사이로 붉은 해는

대지를 삼키고

중천에 떠 있던 달

이제야 제 자리를 찾은 듯

머쓱한 웃음 구름 사이로

들어갔다 고개를 든다

당신의 작고 예쁜 손

처음으로 잡아 볼 때의 황홀감

조리개를 조이며 누르는 순간

구름이 되어 날고 있다.

德山 장봉균 낮달 아래 구름은 누굴 기다리나

이 작품은 제목부터 시적이다. ‘낮달 아래 구름은 누굴 기다리나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사진 찍듯이 자세하게 그렸다.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에 시적미감이 더해져 서정미가 진하게 느껴진다.

밀짚모자 사이로 붉은 해는/대지를 삼키고’ ‘조리개를 조이며 누르는 순간/

구름이 되어 날고 있다.‘ 마지막 연은 짜릿할 정도로 시적자아의 심리묘사를 잘 나타내었다.

이미지 형상화에 성공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을수록 새로운 맛이 넘쳐난다.

 

 

 

 

 

봉오리

형형색색

해변의 여인인가

곱상한

사연들이

부표로 펴 오른 날

연인들

얼굴을 부벼

웃음꽃을 틔웠지

 

해풍에

날려갈라

싸매둔 지난 추억

태종대

오솔길엔

자욱한 운무여라

풍만한

가슴을 펴고

유혹하는 님이여

 

장선호 수국화

이 작품은 정형시이다. 형식이 있는 시조이다. 시조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시이다. 형식은 3612음보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시조는 형식을 파괴하는 것이 현대시조인 것처럼 3행시에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그렇다고 형식에 너무 얽매여서도 안 된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흘러야 한다., 시조의 맛은 응축과 단절 비약과 정제 종장에서 감았다 푸는 것이라야 좋은 작품이라고 백수 정완영 시인이 말한 바 있다.

장선호의 수국화는 의인법으로 나타내었다. 작가의 감정이입으로 시적 생동감이 살아난다. 첫째 수에서 해변의 여인’ ‘연인들’ ‘유혹하는 님등으로 수국화를 비유하였다. 수국화의 아름다움을 잘 묘사했다. 또 시조의 특징인 감았다 푸는 솜씨도 일품(逸品)이다.

 

 

 

 

 

 

 

 

 

공허만이 남은 빈터!

허허벌판 응시하던 시선은

외로움에 지친 듯 잡풀 속으로 내팽겨지고

재잘거리던 아이들 소리는

산모퉁이 돌아 도시로 떠난 지 오래

억센 경상도 사투리의 아낙네들은

눈멀고 귀 먼 할멈으로 변했고

하루에 서너 번 오가는 시내버스조차

운전사 자가용인 양 덜커덩거리니

! 이제는 이 땅에다

침묵이라도 촘촘히 심어야 할 때다

마당으로 쏟아지는 유성들 쓸어가면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유서도 써주고

차곡차곡 쌓아둔 지난 사연들도

돋보기 너머로 밤새 읽어야 할 때다

행여, 여기가 마지막 머무는 곳일 지라도

그 언젠가 홀로 떠나갔던 곳이기에

다시 되돌아옴에 대한 용서도 받을 겸

연극인 양, 이제는 겸손을 입어야 할 때다

쓸쓸함과... 그 오묘함을 즐기면서...

 

용운 정범식 귀향

 

우리들의 고향을 묘사하였다. 산업화로 말미암아 모두가 떠나가 버린 농촌의 피폐한 모습을 잘 그려놓았다. 감동과 공감을 주는 작품이다. 시어를 자유자재로 부릴 줄 아는 능력의 소유자로 보인다.

눈멀고 귀먼 할멈들만이 지키는 농촌의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침묵이라도 촘촘히 심어야 할 때다.’‘그들이 원하는 대로 유서도 써 주고에서 농촌의 참담한 현실을 진솔하게 묘사하였다. 마지막 행에서쓸쓸함과... 그 오묘함을 즐기면서..’에서 역설 법으로 나타내어 극한 상황을 극복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편의 영상을 보는 듯하다.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공감을 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햇살이 맑은 날
당신이 그리워지는 하루가 되었어요
아침에 눈을 뜨고
늦은 밤 눈을 감을 때도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감을
밤이 되어서야 가로등 불빛 아래
걸음을 옮겨서야 생각이 났어요


하늘에 해가 뜨는 것도
노을 해가 지는 것도 그것보다도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은
당신과 함께한 하루입니다

시여 정이란 당신이 그리워지는 하루

 

이 시는 애틋한 사랑이 넘쳐나는 작품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하루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만다. 바쁜 일상생활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리움은 서정시의 본류이다. 그리움은 사랑이다 사랑이 충만하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시적자아의 따스한 마음이 행간 속에 숨어 있다.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다면 행복한 것이다. 행복하면 하루가 즐겁고 기쁨만이 넘친다.

이 작품은 독자들과 소통이 잘 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성공한 작품이다.

 

심장 떼어 하늘에 저당 잡혔나

거미 줄 매달린 왕거미 되어

발아래 등산객 잔별 된다.

 

안개구름 머플러 목에 두르고

떠돌이 갈마귀 이웃 삼아서

머리 위 맴도는 황조롱이 한 마리

홀로 지킴이 되어주는 날

 

슬쩍 옷깃만 스칠지라도

새까맣게 통닭구이 숯 껌정 되련만

가랑잎 흔들려 그네가 되는

거미줄 턱걸이 나방 한 마리

 

실바람 불어와 두둥실 두레박

선녀가 내려준 두레박인가

실안개 낙하산 허리 걸치고

매듭 풀린 로프 잡고 곡예사 된다.

 

초록펜글씨 최정호 고압선 수리공

 

고압선 수리공에 대한 고달픈 삶의 모습을 제시하였다. 위험의 극한 상황 속에서 일하는 고압선 수리공은 생명을 내놓고 일하고 있다. 이런 작품은 힘이 있다. 또 이 작품은 메타포를 통하여 시적 미감을 높이고 있다.

3연에서 턱걸이 나방 한 마리’ ‘곡예사를 나타내어 수리공을 묘사하였다.

우리가 사는 삶 자체가 고압선 수리공과 무엇이 다른가? 모두가 하루하루 어려움을 겪으면서

삶을 유지하고 있다.

이 작품은 리드미칼하게 읽혀진다. 읽을수록 감동과 공감을 준다.

시어를 자유자재로 휘어잡을 수 있는 기본기가 단단한 시인이라 생각한다.

 

 

2. 아름다운 영혼의 메시지 세상을 열다

 

베이비박스문인협회 회원들의 작품들은 하늘의 별처럼 제각각의 목소리로 반짝인다. 독자에게 감동과 공감을 줄 뿐 아니라 재미있게 읽혀진다. 삶의 현장에서 기쁨과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버려진 아이들이 행복상자에서 새로운 생명을 찾을 수 있도록 거룩한 일을 하고 있다.

시인들의 아름다운 영혼의 메시지로 세상을 열고 있다.

천하보다도 더 귀한 생명을 구해내는 이들이야말로 축복받아야 할 존재들이다.

문인들의 모임으로 이러한 활동을 하는 것은 세계 역사상 보기 드문 일이다.

세상을 밝고 맑게 가꾸어가는 이들의 업적은 한국 문단사(文壇史)에 길이 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회원들의 건필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