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으로 감아올린 영혼의 떨림
-조민석 시집< 달의 꽃> -
김전(시인, 문학평론가)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시인들도 결실의 계절을 맞이하여 정신적 영혼을 쏟아내고 있다.
무수한 시집들이 쏟아져 나온다. 별빛같이 반짝이는 작품들이 이름 없이 묻히는 아쉬움도 있다.
좋은 시인에게서 좋은 작품이 나온다. 그렇다면 좋은 작품이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한마디로 이것이다. 하고 답하기 어렵다.
문학이란 언어를 매개로 한 인간의 감정이나 정서에 호소하는 예술적 표현이라 할 수 있으므로 과학처럼 법칙이나 기준이 있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작품이 다분히 주관적이며 개인적 관심에 의해 생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은 작품을 나름대로 정의하자면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닐까?
쉽게 씌어져서 독자와 소통이 되는 시, 감동을 주는 시, 메타포가 들어 있는 시, 낯설기 기법이 들어 있는 시, 낭송하기 좋은 시 등을 꼽을 수 있다.
조민석은 2016년 계간⌈문학愛⌋를 통해 등단했으며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시인이다. 조민석의 첫 시집 ⌈달의 꽃⌋은 패기가 있고,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작품들로 이루어 져 있다.
제1부 제2부 제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조민석의 작품을 살펴보자
어찌 허물어지는 게
담장뿐 이랴
하늘도 허물어지면
강이 되어 흐르고
태산도 허물어지면
황야에 누운 평지가 되거늘
바다가 허물어질 때
신음은 생의 날개를 산란한다
인생사 소리 없이 가더냐
삶의 미련을 토해내지 않더냐
어찌 너와 나 둘뿐만
광활한 우주에 허물어지겠는가
생이 빛나는 것 모두가
허물어지거늘
<담장을 허물다> 전문
시인의 사명은 사물을 보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데 있다. 담장은 나와 남과의 경계이다. 담장이 무너지면 서로 간에 소통이 잘 된다. 세상의 이치는 사물이든 인간이든 허물어져야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신음은 생의 날개를 산란한다.’ ‘삶의 미련을 토해내지 않더냐?’ 낯설기 기법이다. 시적인 미감을 맛볼 수 있다. 이 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을 더하게 한다. 또 쉽게 씌어져서 독자들에게 소통이 잘 되고 있다. 점층법을 통하여 시의 확장성을 노리고 있다. 다분히 철학적이다. 철학적 바탕을 깔고 있는 이런 작품을 성공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음 작품도 철학적 배경이 있다. 순간에서 순간으로 이어지는 점과 같은 삶을 살펴보자
삶의 모든 것은 찰나의 순간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만난다
융성했던 나뭇잎이 한순간
갈잎 비워 내리듯 떨어지고
옹골지게 흐르던 계곡물은
한천 냇가에서 숨죽여 흐르니
잔잔하게 흐르던 냇물은
거대한 파도 속에 흔적없이
머물지 못할 그 운명
찰나의 순간 사라지더라
인생도 사랑도 녹슬면
한순간 사라진다는 것을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이라고
<찰나의 순간 사라진다>전문
삶은 허전한 물빛 같은 그리움이다. 찰나는 불교에서 시간의 최소단위를 나타내는 말이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75분의1초다. 시간개념에서 볼 때 느낌조차 없는 그런 상태이다.
순간에서 왔다가 순간으로 가는 게 인생인데, 아웅다웅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모든 삼라만상이 찰나에서 시작되고, 끝을 맺는 순간도 찰나다. 이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는 교훈이 담겨져 있다.
이 작품은 7연으로 이루어졌다. 1연: 생과 사는 찰나에 있다. 2연~6연: 찰나에 사라지는 것들 7연: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자.’고 되어 있다.
이 시의 메시지는 소통이 잘 되고 있다. 각 연을 2행씩 반복하여 나타내므로 음악적 느낌을 준다.
실바람 조잘대던 토담집 담장
컬컬한 산울림에 허물어져
들켜버린 그믐밤 숨겨진 얼굴
조롱박 넝쿨 잡고 옹기종기 피었네
질그릇 구워내듯 빛나던 밤
긴 꼬리 매어두고 내달리던 너
푸르던 잎새 익어 낙엽 진 가을
망각했던 이 가슴 벽을 허무네
쌓아도 허물어도 못 잊을 구수한 맛
먹어도 들이켜도 갈증의 묵은 정
인연의 토담 속에 숨어 있는 너
<숨바꼭질>전문
이 시는 향토적이다. 추억을 회상하며 건져 올린 작품이다. 조롱박을 대상으로 감정이 이입 된 작품이다. 된장 맛 같이 구수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토담 집 지붕위에 박 넝쿨이 이리저리 얽혀서 뒹굴고 있을 모습을 의인법으로 묘사해서 그리움을 나타냈다.
시를 끌고 가는 능력이 예사롭지가 않다. 특히 낯설기 기법으로 시의 멋과 맛을 한층 뽐내고 있다. 에를 들면 ‘실바람 조잘대던 토담집 담장’ ‘질그릇 구워내듯 빛나던 밤’ ‘쌓아도 허물어도 못 잊을 구수한 맛’ 등은 시적 미감을 더해 주고 있다.
그녀가
가슴 저민 그리움
모래밭에 서성거리고 있다
고독이
밥을 짓는 해운대
봄볕이 따사로이 내리는데
사랑도
기다림이라면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운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가버린다 하여도
나는 한줄기 바램으로 남으리
고독한 사랑이란
중년의 허허한 마음
해운대 모래밭에 씨를 뿌리듯
그녀가
하나뿐인 심장에
별빛 꽃을 피울 것이므로
나는 오늘도
원 없이 행복 하였네라
쏟아지는 별꽃 바라보면
<해운대 연서>
이 작품은 한마디로 깔끔하다. 맑고 밝은 느낌이다. 해운대의 그리움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개성적인 묘사를 찾는 다면 ‘고독이/밥을 짓는 해운대’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운’ ‘해운대 모래밭에 씨를 뿌리듯’ 등 낯설기 기법으로 아름다움을 주고 있다. 시적자아의 긍정적인 태도가 든든하게 느껴진다.
문장과 문장이 매끄럽게 연결되어 있다. 해운대에서 거니는 연인들의 소리가 도란도란 들려오는 듯하다.
가녀린 너의 입술이
풀잎처럼 파르르 떨던 날
텅 빈 가슴속은 촉촉이 젖어
솜털 별빛 찬란히 내렸다
터질 듯 번져오는 오감
차마 눈을 감아 버렸고
달콤하고 싱그런 그 향기
온몸을 휘돌아 감싸 안을 때
안으로 커지는
속살의 순결한 떨림
까치발 등 전율 타고
그 입술에 내려앉았다
송두리째 낙화하는 몸
난 그만 하늘을 난다
죽어도 못 잊을
너와 첫 날갯짓
<달콤한 그 날>전문
이 작품은 새벽이슬 같이 상큼하다. 절정부분에서 눈을 감고 하늘을 난다. 라는 표현은 시적자아의 감정을 최고조로 올리고 있다. ‘죽어도 못 잊을 너와 첫 날갯짓’으로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공감각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시각 촉각 후각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역동적이다. 경험과 상상을 통하여 아름답게 만든 작품이다.
달콤한 그 날은 정말로 달콤하게 느껴진다.
삶이 힘들어도
힘겹게 울지 않겠습니다
어깨 위에 놓인 무거운 짐들이
내 삶에 영원한 짐이 아니듯
한 세상 그립고 슬프고
고독하게 살지는 않겠습니다
희망이라는
타오르는 감성의 씨
나를 비우는 간절한 기도
푸른 하늘 흘러가는 구름처럼
흩어졌다 종래는 만날 그 날을
알기에 슬퍼도 이제는 울지
않을 겁니다
사랑과 이별이
해와 달처럼 공존하는 한
자연 속에 모든 것들도 존재하나니
이제 너와 나 우리는
내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모든 이별은 슬프지만
스스로 털고 일어나
기필코 살아 참다운 세상을
만들고 가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 삶이 힘들어도
기어이 시인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내 삶의 참된 의미는 언제나
내 가슴속에 희망이 살아 있으므로
<삶이 내게 하는 말>전문
작가의 삶을 다짐하는 맹세문이다. 화자의 마음이 환하고 밝게 드러나 있다.
시인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라는 말이 있다. 시인은 상처받은 영혼의 구원자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사회를 맑게 하는 힐링의 숲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인은 긍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시인의 염원과 희망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어떤 어려운 삶이 오더라도 시인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화자의 결의는 시인으로서 믿음직스럽게 느껴진다.
이 작품도 쉽게 잘 이해되어 소통이 잘 되는 작품이다
길을 가다가
폭우를 만나거든
그냥 멈춰 서서 기다려 볼 일이다
휑한 눈 흘김으로
안개 속에 이정표 찾아가는
너는 자연이 내어준 티끌일 뿐이다
번쩍하고 내리치는 뇌성
순간에 피는 황금 꽃 한 송이
모두가 바람 같은 존재더라
역행하는 모든 것은
좌표가 침몰하고 말았으니
폭우내린 육지 바다 등댓불 같은 것
삶은 언제나 절정의 순간 꽃이 핀다
<폭우를 만나거든>전문
이 작품은 삶의 지침서이다. ‘폭우’ ‘안개’ ‘뇌성’ ‘침몰’ 등은 부정적인 시어이다. 이런 것을 겪고 난 뒤에 꽃이 핀다는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일 나쁜 일도 순식간에 가기 때문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마지막 행 ‘삶은 언제나 절정의 순간 꽃이 핀다.’에서 희망으로 치환 시켜놓았다. 화자는 언제나 긍정적이다.
이런 작품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깨달음을 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하얀 눈꽃 송이
벌판에 가득한 날
얼음장 침묵하는
구수한 된장독 풀어
무쇠솥 아궁이 불
무럭무럭 그리운 모정
푸른 꿈 가득 넣은
보릿국 한 사발
다도해 섬마을
차디찬 보리밥 넣고
오메 식기 전에
밥 몰아 묵어라
울 엄매 애타는 맘
아리랑 고개 넘어
나박김치 한 소반
목젖이 먹먹하다
<보리 된장국> 전문
이 작품은 된장국 냄새가 솔솔 나는 것 같다. 어머니의 사랑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무럭무럭 그리운 모정’ ‘푸른 꿈 가득 넣은’ ‘목젖이 먹먹하다.’ 묘사는 낯설기 기법으로 시의 미감을 극대화 시켜놓았다.
섬마을에서 보리밥, 된장, 나박김치 등의 시어가 어머니의 손맛과 사랑을 에둘러 묘사하고 있다.
시인의 진실이 잘 나타나 있어 독자들에게 감동과 공감을 준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당시 현실을 제시하여 우리 모두의 어머니상을 제시하고 있다
황량한 벌판을 걸지고
푸르게 호령하던 그대여
가을빛 서리 내리면
여지없이 뽑혀버린 너의 전신
부끄러움도 서러움도
모두 다 따뜻한 햇볕 아래 모여
잘린 삼팔선 미루나무 아래
깍두기 널빤지에 각을 세우니
푸른 꿈 하늘 가득 날개를 펴고
무쇠솥 뚜껑 속에 향을 담았지
콩깍지 된장 속을 구슬피 돌아
천 년 정 손끝 정성 버무리는 날
오장 육부 십이지장 골을 지나
만산의 잡초들을 먹여 살렸다
죽어도 죽지 않을 그대의 길
구수한 세월 속에 고운 숨
한 줌 미련 없이 영혼까지 비워
스스로 돌아가는 그대의 삶
시골집 마당 가득 그리움 향기
푸른 별 하늘가 보름달 뜨네
<시래기 된장국> 전문
무 잎이 시래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인생의 삶에 비유하여 묘사하였다. 내면의 깊숙한 사유를 제시하여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어려웠던 우리 삶을 시래기로 달래기도 하며 보릿고개를 넘겼다. 오늘날에도 시래기는 우리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시각 후각을 통한 이미지로 한편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변형 묘사를 통하여 시적쾌감을 주는 아래 문장은 가구(佳句)이다
죽어도 죽지 않을 그대의 길/구수한 세월 속에 고운 숨
한 줌 미련 없이 영혼까지 비워/스스로 돌아가는 그대의 삶
시래기를 매개체로 자신의 감정이입을 통한 시적 묘사는 일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찬바람 맞으며 당신을
기다리는 건 외로워서가 아니다
열두 줄 가야금 소리
메아리 되어 사라진 그믐밤
한줄기 별빛마저
어둠 속에 묻혀 버리고
조물거리는 네 입술
하얀 눈길 사부작 밟고
다가서는 숙명의 그 날
하얀 눈꽃 속살 아래
소곤대는 달래
2월의 순정 알까
고추밭이랑 사이
아직 잠들지 않는 풋풋한 설렘
냉이 한솥 된장 속 상큼한 향기
난 그만
당신 품속으로 빠져 버렸네
2월이 오는 길목에서
<2월이 오는 길목> 전문
2월의 정경을 디테일하게 묘사하였다. 사진 찍기 식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작가의 혼이 들어간 작품이다. 작가의 혼이 없는 작품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묘사라야 시적 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아직 잠들지 않는 풋풋한 설렘/냉이 한솥 된장 속 상큼한 향기’ 낯설기 기법을 통한 시적 미감을 극대화 시켜놓았기에 은칼치가 뛰어오르듯 싱싱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조민석 시인은 아직 신인이지만 성숙한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시어를 자유자재로 운용(運用)할 수 있어 믿음직스럽다.
안개 내린 여름날
잠 못 드는 침묵의 숲
흔들리는 죽림칠현 선사들의 울림
바람도 구름도 잔설 앉은 깃털의 품
하얀 도포 자락 죽림 걸어두고
태산 소림사 독경 소리 읊는구나
기웃거릴 인적마저 놓아버리고
남겨질 미련도 비워 버리면
걸터앉은 어두운 밤공기
양을 세던 목동은 심경을 암송하리
백팔의 상념 고리 수미산 기슭
흔적없이 사라져갈 검은 미련들
향일암 바닷가 영롱한 해 뜸
백발 꿈 백로 되어 날아가리
천년 숲 비목 도량을 틀어
대숲의 백로 처사 공중부양하는 너
<백로> 전문
백로를 의인법으로 나타내었으며 적확(的確)한 메타포로 나타내어 시적효과를 극대화 시켜놓았다.
이미지는 언어로 그리는 그림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 한 편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흔들리는 죽림칠현 선사들의 울림’ ‘하얀 도포 자락 죽림 걸어두고 /태산 소림사 독경 소리 읊는구나’ 의 표현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표현이다. 백로를 두고 이렇게 묘사한다는 것은 대단한 시적 능력 소유자이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깔끔하여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다.
푸른 바람 출렁이는 곳
그 물결 속 당신은 꿈을 꿉니다
봄 되면 푸른 이끼 꿈
여름 되면 은빛 추억 꿈
가을 되면 고동 소리 꿈
겨울 되면 까만 감태 꿈
해가 뜨는 아침은 기원을 담고
살랑거리는 파도를 자장가 삼아
석양 드리운 고운 입술
달빛 부드러운 그 품에서
당신은 고이고이 잠이 듭니다
때로는 성난 파도가
당신을 깨우고
새로운 손으로
신비한 입과 가지를 길러
또 다른 꽃과 생명을
낳고 기르고 살찌게 하였지요
이끼꽃 파래꽃 감태꽃
미역꽃 톳 꽃 고동 꽃
당신은 태초부터 꽃을
피워내고 있었어요
아무도 모르게 고독의 씨를
가슴에 뿌리고 해와 달 별과 바람
자유를 버무린 모정 하나로
불멸의 영혼을 간직한 채
<바닷속에 핀 꽃> 전문
바다 속에는 여러 가지 식물이 자라고 있다. 체험과 상상력으로 직조(織造)된 작품이다.
바다 속 고운 꿈을 일깨워 다양한 꽃을 피워내고 있음을 사실적으로 제시하였다
마지막 연에서 작가의 상상을 동원하여 고독, 해, 달, 별, 바람, 자유를, 버무려서 영혼을
간직한다는 것으로 대미(大尾)를 장식하였다.
감동을 줄 뿐 아니라 재미도 있다. 자연의 원초적인 삶을 제시하여 독자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있다.
작은 잎사귀 하나
세상의 절벽 앞에 서서
세월의 굴레를 탓하지 않고
뿌리의 근원을 탓하지 않았네
시간을 거슬러 역행하지 않고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갈 뿐이네
한땀 두땀 덕을 쌓아 깊어지고
한발 두발 정직으로 길을 가네
태산의 한 조각
티끌 일지라도
포기를 모르는 너는
인내의 종결자
끈질긴 생의 사명으로
하나가 되고
기어이 희망 끈 질끈 밟고
끝내 태산을 넘는다
작은 불씨 한입
태산을 삼키듯이
<담쟁이 넝쿨> 전문
담쟁이 넝쿨을 묘사한 글이다. 인생의 삶을 이입시켜 놓은 작품이다. 살다 보면 많은 고난과 시련 앞에 무릎을 꿇을 때가 어찌 없겠는가? 그러나 불만이나 불평도 없이 묵묵히 걸어가는 담쟁이의 끈질긴 삶을 노래하고 있다.
9연으로 된 작품이다. 7연~9연은 잘라 버리는 것이 어떨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독자들이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두어야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할 말을 다하지 않고 조금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위 작품은 삶에 대하여 교훈적인 작품이다. 그렇다고 직설적으로 나타내지 않고 에둘러 표현한 점은 훌륭하다.
조민석의 첫 시집 ‘달의 꽃’에서 많은 시적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삶에서 얻은 값진 경험을 변형묘사로 형상화 시켜 놓았기 때문에 시의 맛을 극대화 하였다. 또 같은 사물을 보면서도 새로운 각도로 묘사한 점은 개성적이고 창조적이다.
다양한 삶에서 제재를 찾아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내고 있어 신선미를 더해 주고 있다.
시인 조민석의 작품들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좋은 시(쉽게 씌어져서 독자와 소통이 되는 시, 감동을 주는 시, 메타포가 들어 있는 시, 낯설기 기법이 들어 있는 시)에 해당된다고 본다.
조민석의 작품에서 드러나 있는 담쟁이처럼 끊임없이 위로 나아가길 바란다.
‘달의 꽃’은 한마디로 서정으로 감아올린 영혼의 떨림이다.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시인이 되길 바라면서 시집 ‘달의 꽃’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뒷부분에 넣을 말>
흔들리는 죽림칠현 선사들의 울림
바람도 구름도 잔설 앉은 깃털의 품
하얀 도포 자락 죽림 걸어두고
태산 소림사 독경 소리 읊는구나
기웃거릴 인적마저 놓아버리고
남겨질 미련도 비워 버리면
걸터앉은 어두운 밤공기
양을 세던 목동은 심경을 암송하리
<백로) 일부분
백로를 의인법으로 나타내었으며 적확(的確)한 메타포로 나타내어 시적효과를 극대화 시켜놓았다.
이미지는 언어로 그리는 그림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 한 편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흔들리는 죽림칠현 선사들의 울림’
‘하얀 도포 자락 죽림 걸어두고’
‘태산 소림사 독경 소리 읊는구나’ 의 표현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대한 독창적인 표현이다.
백로(白鷺)를 두고 이렇게 묘사한다는 것은 대단한 시적 능력이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깔끔하여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다.
'시 해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학애 2017 겨울호 계간평 (0) | 2018.03.13 |
---|---|
순백(純白)의 깃발로 펄럭이는 사랑의 메시지-김서정 (0) | 2017.11.24 |
반짝이는 영혼의 뼈를 찾아 나서는 구도자의 길--박희익 시집 (0) | 2017.11.11 |
아름다운 영혼의 메시지 세상을 열다 - 베이비박스문인협회 (0) | 2017.10.24 |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사랑과 그리움의 노래 /초영김성일 시집 (0) | 2017.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