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해설

문학애 2017 겨울호 계간평

문학애 겨울호 계간평

자기 구원을 찾아나서는 메시지

김전 (시인,문학평론가)

kumijb@hanmail.net

1.서언

계간 문학애가 일취월장(日就月將)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이 발전한 것은 최은순 대표와 문학애회원들의 굳건한 의지와 노력의 결과다.

회원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문학애의 희망찬 앞날이 그려진다. 특히 현시대에 맞춰 SNS와 시낭송을 통한 동영상 제작 등이 돋보인다. 이런 점에서 다른 잡지사와 뚜렷한 차이가 있다.

장애자를 위한 문학행사는 나눔의 사회를 건설하는 본보기가 아니겠는가? 이 밖에도 문학애는 다양한 행사를 통하여 사회의 그늘진 곳을 비쳐주는 햇살이 되고 있다.

현재 출판사마다 어려운 상황 속에 놓여 있다. 그러나 활발하게 움직이는 문학애는 한국 문단의 지평선을 여는 구실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 겨울호 문학애는 다양한 목소리로 시적 미감을 주고 있다. 자아의 성찰과 자기 구원을 찾아나서는 메시지로 감동을 주고 있다. 문학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 구원이다.

시는 메타포(metaphor)와 이미지 그리고 리듬의 결합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합당한 시를 찾아보고자 한다.

 

가을비 내리는 어느 오후에

아려오는 내 그리움 도려내고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싣는다

중략

맛없을 커피 한잔 달래 놓고서

구부러진 담배 펴서 불을 댕기고

작은 한숨 연기 속에 묻어 버린다

 

고뇌의 시간이 주저앉은 곳

버려진 영혼들이 쉬어 가던 곳

슬프고 아픈 이별 눈물 뿌리고

 

그런 저런 상념 속에 커피는 식고

엽차 한잔 더 시켜 마시고 나면

! 나는 또 어디로 가야 하는가

김장공 <방황> 일부분

이 작품은 현대인의 고뇌를 노래하고 있다.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나타내었다. 무궁화호, 담배연기, 버려진 영혼, 엽차, 등을 통하여 서민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결국은 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출발을 위한 방황이라 보이기 때문에 공감을 주는 작품이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 있다. 희망을 찾아나서는 작품을 보자

 

비탈진 겨울 숲이 하얗게 깊다

마르지 않는 계곡 물소리

청아 하여

생명들이 눈 비비는 소리가 들리고

 

겉멋이 아닌 태고에 감아 도는 깊은 소리

항아리에서 양념 없이 익어가는

*시김새 그늘

중략

하얀 빛으로 빚어낸

겨울의 혁명으로

찾아온 설국

 

노오란 산수유가 폭죽처럼 터지는

봄날을 꿈꾸며

햐얀 겨울 숲에 쉬엄쉬엄

허리 펴보는 넉넉한 삶

고은 김정자<겨울 숲> 일부분

김정자의 시는 상당히 곰삭았다고 볼 수 있다. 시적인 표현 비탈진 겨울 숲이 하얗게 깊다.’ 란 묘사가 눈에 와 닿는다.

어떤 시인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하관을 보고 어머니를 심는다고 하였다.

어법상 맞지 않지만 시는 함축적이다. 산문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을 시에서는 표현할 수 있다. 거기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시김새라 든지 노오란 산수유가 폭죽처럼 터지는등은 감각적 묘사를 통하여 시적미감을 높여주고 있다.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긍정적인 시적자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삶을 구체적인 사물을 통하여 묘사한 시가 있다. 이 시를 음미해 보자.

 

이른 아침부터 가랑비가 내린다

젖어가는 나뭇잎에

촉촉이 물들어 가는 내 마음

 

안개 자욱한 호숫가

바람결에 들 향기 그윽하고

잔잔한 물결 위에 단풍잎

살랑살랑 내려앉는다

 

하얀 물안개 아물아물 피어오르고

구름 사이로 물총새 한 마리

먹이 쫓은 잽싼 날갯짓

깊이깊이 파고들어 물차고 비상한다

 

긴 숨 속에 떠오른 얼굴 하나

온화한 표정

아픔다운 마음

내 마음 붉게붉게

그대에게 물든다

박기봉<애수> 전문

애수라는 관념적인 언어를 구체적으로 그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배경묘사가 잘 되었을 뿐 아니라 살랑살랑, 아물아물 등의 의태어를 통하여 시의 맛을 더해 주고 있다. 물총새 한 마리가 먹잇감을 물고 비상하는 것을 보고 연상을 한다.

그대의 모습이 떠오르고 마음까지 그대에게 보낸다는 작품이다.

아련한 미소가 떠오르는 구름처럼 피어오른다.

배경을 제시하고 자신의 감정을 적은 작품이다.

 

아픔도 익어 가면 사랑이 될 것인가? 다음 작품을 눈여겨보자.

 

어쩌다 입을 벌려 말할라치면

거미줄부터 걷어내야 한다

 

침묵이라는

허울 좋은 옷을 입고 있지만

실상은

거북등에 올라앉아 있어

피부로 닿는 면적이 작아

데면데면 굴고 있는 것이다.

묵언 수행하라면

손뼉치고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인데

 

그래도

그대는 통각 점으로 남았으면 한다

고독이 되었던

불편함이 되었던 아득함이든

생각할수록 깊게 빠져들었으면 한다

 

싸한 그것을 오래전부터

내 심장과 같은 위치에 놓아두고 있었으니

박영희<통각 점> 전문

 

통각 점은 사람의 피부, 점막에 넓게 점 모양으로 분포하여 특히 통각에 대해 민감한 감각점의 하나다. 통각은 아픈 부위를 말한다.

2연에서 침묵을 독창적으로 묘사하였다. 깊이 생각하게 하는 묘사이다. 이 작품은 깊은 사유에서 우러나온 작품이다.

시적자아는 통각 점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하였다. 아픔 속에서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자기구원의 모습이라 볼 수 있다.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덫에 걸릴 때도 있다. 이 작품은 우리들에게 좋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붉은 고구마 한 조각

덫에 꽂아

뒤안간 사과 궤짝 뒤

조심스레 길목을 차단한다

 

이미

여러 번 나와 눈이 마주친

그 큰 녀석의 길목을 파악했다

 

서릿발 새벽

찍찍거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후레쉬에 비친 놀란 쥐는

 

내 눈이 쥐 눈이 되었다

누가 내 길목에 덫을 놓았다

 

세상의 덫에 걸린 것인가

박일환<> 전문

이 작품은 쥐를 잡기 위한 방법을 묘사하였다. 디테일하게 그려놓았다. 고구마 하나를 먹기 위해 덫에 결려 몸부림치는 쥐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그려 놓았다.

우리들의 삶도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쥐의 신세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다분히 교훈적인 작품이다.

45연에서 반전시키는 시적 묘미를 살려 내었다.

 

다음 작품도 교훈적인 작품이다.

 

세찬 바람에

파르르 떨림으로

나뭇잎은 말을 한다

 

세상에 하고픈

이야기들을

 

충신의 입에서

세어나오는 세치의 떨림은

달지 않으나

흥으로 가는 길이요

 

간신의 입에서

세어 나오는

세치의 떨림은

달콤한 유혹으로

귀를 막아버리니

망하리라

세치의 떨림으로

세상이 움직인다

미소 속에 숨겨진

사악한 떨림으로

생과 사의

갈림길이 열리나

세치의 힘은

사람의 입에서

떨림으로 흘러나오는

악과 독이 되리라

송상익<세치의 힘>전문

나뭇잎으로 통하여 교훈을 말하고 있다. 충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간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대구법과 대조법을 통하여 함부로 입놀림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듣는 사람도 분별하여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내었다.

양약고구(良藥苦口)라는 말이 떠오른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다. 명심해야 될 말이 아닌가?

 

다음은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이다.

꽃이 좋아

마음이 좋아

늘 꽃처럼 살으셨다

 

아들 꽃

딸 꽃

애지중지 기르면서

 

세월 훌쩍 지나도

골진 이마에

골진 가슴에

 

어여쁜 꽃으로

물이 드셨다

 

더 먼 훗날이 와도

아버지의 그 길엔

 

아들 꽃

떨 꽃이

그리움에 사무쳐

 

눈물꽃으로

피어 있으리라.

이재호 <아버지의 꽃길>

쉽게 이해되는 작품이다. 누구든지 부모님은 그리움의 존재다.

꽃이 중심 소재다. 꽃을 통하여 아버님의 은혜를 감동적으로 묘사하였다. 마지막 연 눈물꽃으로/ 피어 있으리라.’에서 영원히 그리움으로 남아 있을 부모님의 은혜를 그리고 있다.

독특한 발상으로 쓰인 작품을 살펴보자

 

개울가 흐르는 물

갈대뿌리 우거진

물 고인 궁창에

 

삼삼오오 모여서

송사리 때 반상회 한다

 

궁창 아래

하늘도 거기 있으매

어찌 하나 보려고

막대로 휘저으니

 

하늘도 흐리더라.

봉암 이학규<막대로 휘저으니 하늘도 흐리더라>

궁창을 보고 의인법으로 처리하였다. 궁창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비유한 말이다.

더럽고 음탕한 곳이 궁창이다. 거기에서 송사리 몇 마리 반상회를 해 본들 무슨 일을 찾아내겠는가?

우리들의 삶을 빗대어서 한 말이다. 하늘도 함께 흐리더라고 묘사하였다. 절망의 시대를 나타내는 말이다. 시는 비유와 상징을 통해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빛은 그림자다

그림자는 빛을 따르고

빛은 그림자를 품는다

따라서 빛과 그림자는 하나가 된다

하지만,

빛과 그림자가 하나라고 해서

빛이 기뻐한다고

그림자는 행복해하지 않으며

빛이 슬프다고 하여

그림자는 절대 슬퍼하지 않는다

빛과 그림자는

서로의 다름에 대하여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전부를 가지려 하지 않고

서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그림자는 빛을 따르고

빛은 그림자를 품는 것이다.

조만희 <빛과 그림자> 전문

상당히 세련된 작품이다. 빛과 그림자는 하나가 되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서로 서로 배려한다는 자세로 서로를 아끼고 품는다고 하였다.

사유에서 우러나온 작품이다. 빛과 그림자를 통하여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시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촉진제 구실을 한다. 읽을수록 새로운 맛을 주는 작품이다.

시의 보법(步法)을 알고 있는 작가라 보인다.

 

마지막으로 정형시를 살펴보자. 정형시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시조이다. 시조는 형식이 있다. 형식에 따라 내용을 담아야 한다.

 

마침내 네 관능이

시간을 갈라놓다

 

흔들리는 춤사위

붉게 퍼진 주름들

 

자궁을

탈출 하듯이

이생을 끊음이다

 

등뼈를 감싸 안 듯

푸석거리는 육체

 

수번의 외도 속에

바람에 조각 난다

 

그렇게

시간의 문은

주검처럼 누웠다.

당청 이형동<낙엽> 전문

 

형식에 내용이 자연스럽게 담겨져 있다. 2수로 된 연시조이다. 낙엽을 감각적 묘사로 나타내었다. 이미지화가 잘 되었다.

첫째 수에서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형상화 하였다.

둘째 수에서 낙엽이 땅에 떨어져 있는 모습을 형상화 하여 시간에 따라 적멸(寂滅)의 길을 걷는다는 인생철학이 담겨 있다.

시는 이미지다 이미지는 언어로 그리는 그림이다.

이 시는 이미지가 선명한 작품이다. 시조로서 성공한 작품이다.

 

3.결언

겨울 호에 실린 문학애작품들은 나름대로 독창성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소재를 찾아 남들이 놓쳐버린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사실대로 묘사한다면 시적 가치가 떨어진다.

 

남보다 다른 작품을 선보여주기 바란다.

감각적 묘사를 통하여 새로운 시적 변용을 찾기 바란다. 시는 이미지, 은유적인 묘사, 리듬이라고 앞에 지적한 바 있다.

위에서 밝힌 작품 이외에도 좋은 작품이 많았음을 밝히고 싶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봄 호에는 더욱더 좋은 작품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