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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사랑과 언어를 통하여 존재의 집을 짓다/201베이비박스 서평

사랑과 언어를 통하여 존재의 집을 짓다..

                                                                김전(시인 문학평론가)

.프롤로그

 

베이비박스 희망을 싣고 제5집 출간됨을 축하합니다.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소중한 일입니다. 그간 베이비박스문인협회에서는

글로서 거룩한 일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베이비박스는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님의 거룩한 사역입니다. 이를 간과하지 않은 한국베이비박스문인협회는 문인으로서의 소중한 삶의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베이비박스에 안에 들어온 생명은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으로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구 절벽시대에서 이 일의 중요성은 재론할 여지가 없습니다.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시인들은 사랑을 듬뿍 담은 작품으로 세상을 밝히고 있습니다.

해마다 좋은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특별히 금년에는 농익은 작품들이 선을 보이고 있어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작품 속에 녹아있는 사랑은 영롱한 불빛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 서정으로 쌓아올린 영혼의 메시지

오늘날 소통되지 않는 작품들이 많이 창작되고 있다. 이런 작품은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다.

또 한편에선 서정시로 짧게 쓰는 극서정시가 선을 보이고 있다. 이런 극서정시는 인간의 감정을 표출하여 감동을 주고 울림을 줄 수 있다.

좋은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감동을 주거나, 깨달을 주거나,. 충격을 주거나, 잔잔한 울림을 주거나 하여야 한다.

독창적인 묘사와 감각적 묘사로 시적 미감을 높을 수 있는 작품은 오래 간다. 이미지화 시키거나 낯설기 기법으로 독자들에게 생각할 여백을 주는 작품은 금상첨화라 할만하다.

여기 18명의 회원들의 작품은 나름대로 독창성과 개성적인 모습으로 수를 놓고 있다.

서정으로 쌓아올린 영혼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18명 시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서점에 가서 시제를 보듯 겉표지를 흩는데

오래전부터 팔리지 않던 시집 한 권을 사고

은유의 정석이란 책을 집었다

 

시인과 활자들이 대화를 하면 물이 흐른다

생성하는 모든 것 내가 가진 오감으론 부족한 은유의 세계

몇 날을 길 위에 신음을 하고 한 줄 비유를 썼다

 

시시하던 생이 무언가를 적으면 앓듯이 저문 이력

누군가가 써왔던 은유의 나무를 쓰러트리고

파지로 팔아버린 정석의 은유들 결코 시시하지 않았다던 생들

 

한 달 두 편을 쓴다는 것도 많다던 내 사사로운 흔적들

크라스로 마신 취기 같은 독백들

부끄러움은 내 이력이 아닌 처절함이 없는 찢은 종이가 없는 가벼운

모독감을 뒤집어쓰고 몇 날을 버터야 한 줄 시어를 찾을까

 

스스로 약속을 파기한 주말 낙인찍힌 상처가 아프다

갇힌 틀 속에 비가 내리고 몇 페이지 읽은 시집을 접고

가식의 내 글들을 지운다

처참함과 처절함이 대차를 그은 하루

날 은유하지 못하는데 이 무슨 생뚱맞은 글인가

-김동광,월광전문

 

 

시 창작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비유법에는 직유법과 은유법이 있다.

은유가 차원 높은 비유이다. 시 창작에서 은유의 방법을 찾기 위한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시는 함축적이고 은유적이어야 한다. 직설적으로 쏟아내는 시를 보노라면 모래를 씹는 기분이다. 이작품은 은유적 표현으로 독자들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고 있다.

시는 수수께끼다. 수수께끼를 풀 듯 시어를 찾아가는 작품이야말로 좋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많은 부분이 낯설기 기법으로 시적미감을 높이고 있다.

시인과 활자들이 대화를 하면 물이 흐른다

스스로 약속을 파기한 주말 낙인찍힌 상처가 아프다이 부분에서 공감각적 묘사로 시의 멋과 맛을 나타내고 있다. 농익은 시의 모습이다. 시를 창작하면서 자신을 반추하고 있는 작품이다.

시인은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하면서 담금질해야 한다.

 

사랑으로 수놓은 작품을 살펴보자.

 

 

가지고 싶은 것을 눈치라도 채는 날엔

그저 내 손에 꼭 쥐여주고 싶다 합니다

신이 나서 아이처럼 좋아하는 그 모습이 좋아서

 

힘이 겨워 지친 날 이면

그저 말없이 꼭 안아주고 싶다합니다

안쓰러워하는 그 마음이 애틋해서

 

찬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감기 걸릴까

걱정부터 앞서 당부를 한다 합니다

당신 몸보다 내 몸이 소중하다면서

 

당신보다 더 귀한 사람이

사랑하는 나이기 때문이라 합니다

당신보다 더 아껴야 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나이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러하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김장미남편 나무전문

.

이 글에서는 메시지 전달이 매끄럽다. 4연으로 되어 있는 사랑 시다.

남편에게 이런 사랑을 받는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갖고 싶은 것을 미리 알아서 쥐어주고 거친 날에는 안아주고, 감기 걸릴까 미리 당부하고, 모든 것을 나보다는 당신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남편 나무는 믿음직스럽다.

진솔한 심정으로 쓰인 이 시는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올 수 있다.

남의 행복이 나의 행복으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사랑은 모든 시에서 가장 많이 나타납니다. 이 시에서도 화자의 따뜻한 사랑이 느껴진다.

 

 

또 다른 사랑 시를 만나보자.

 

회색 하늘 아래를 걷는다

울음을 터트릴듯한 구름떼 흐른다

 

비 오는 날이면

더 짙어지는 흘러간 기억들

아침부터 비 노래를

자꾸만 흥얼거린다

 

잔잔한 빗소리같은 사람

은은한 커피향같은사람

따스한 노래 불러줄 사람

나란히 우산 쓰고 걸을 사람

 

비 오는 오늘

그런 사람이 그립다

그 사람이 보고싶다

김정오비 그리움전문

 

이 작품은 묘사와 느낌으로 이루어져 있다 1연과 2연에서는 배경 묘사 34연에서는 화자의 느낌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이미지화가 잘 된 작품이다.

3연에서는 청각적, 후각적, 역동적 감각으로 묘사하였다. 이런 감각적 묘사는 시의 선명성을 나타낸 다. 이 작품은 읽으면 잔잔한 감동이 다가온다.

비오는 날의 그리움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준다.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그리움이 다가올 것이다. 낭만이 흘러내리는 작품으로 호소력이 있다.

 

 

다음 작품은 도전적인 작품으로 개성적인 글이다.

 

 

 

 

쉬이 물들지 말자

독야청청할 수 없어 물들지언정

동색으로 묻히 듯 물들지 말자

 

곱게 고르게 물들지 말자

아파 멍들고 다쳐 생채기 나고

얼룩덜룩 아롱지게 물들어 가자

 

도현미낙엽이 단풍에게

 

이 작품은 상당히 도전적이다. 꿋꿋한 선비정신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단풍은 자신으로 환치된다. 쉽게 시류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마지막 연 아파 멍들고 다쳐 생채기 나고/얼룩덜룩 아롱지게 물들어 가자여기에서 치열한 시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이 가져야 할 태도가 바로 이런 자세가 아닐까? 이 작품은 오랫동안 가슴에 각인으로 남으리라 생각된다.

호흡이 짧은 이런 작품이 극서정시에 해당된다고 본다.

 

 

다음은 동화 같은 작품을 감상하자.

 

 

구름이 석양을 그리면

빛을 잉태한 푸른 하늘은

어둠을 찾아 별을 낳는다

 

밤 하늘 닿는 산골 들마루에 누워

나이 든 소녀는 졸음마저 잊었다

 

별 이름을 짓다 지쳐 잠이 들면

긴 꼬리 유성은 소망을 담아

열세 살 가슴속을 떠다닌다

 

어둠, 그 속의 나의 별

단지, 의미 없는 하나의 점일 뿐

 

안아 줄 수 없는

손잡을 수 없는 의미는

별도 꽃도 사랑도 아닌 것을

 

아침 햇살에 빛을 잃고

구름에 숨어 어둠으로 떠나는

비겁함은 영원이 아니다

 

찬란한 무지개로 돌아오라

밝은 태양으로 그림자를 지우라

나 볼 수 없는 그곳에서

 

그의 의미는

별을 찾던 보헤미안의 안식처와

별을 빛나게 하는 어둠이라네

나의 의미는

그저, 그 속을 떠날 수 없음이니

문문자별 의미.전문

 

 

동화 같은 작품이다. 자연의 섭리에 의미를 부여하였다. 어둠과 별을 빛나게 하는 것은 어둠이다. 역설법이다. 별은 어두워야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하늘 닿는 산골 들마루에 누워 있노라면 긴 꼬리 유성은 소망을 담아 열세 살 가슴속을 떠다닌다.’ 감각적인 묘사이다. 이미지화가 잘되어 한편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이 작품에서 구름, 석양, , 태양, 그림자, 무지개를 동원하여 신비감을 주기도 한다.

깔끔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잘 묘사하여 시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

 

 

노을이 붉게 물든 임경대로 가보자

 

 

.

해 질 녘

임경대 가는 길에

땅속에서

일곱 번의 옥고를 겪어내고

나무에 오른 매미가

세상에 다녀 간 흔적 남기려

쉼 없이 구애하는 소리가 들렸다

 

숲속을 지나

길이 멈춘 임경대 앞에는

끝없이 이어질 듯하던 폭염이

끈적끈적한 바람 사이로 불어와

붉은 노을로 서쪽하늘을 물들이고

유유자적 흐르는 강을

펄펄 끓어오르게 한다

 

서수정임경대 노을전문

 

임경대는 경남 양산시 원동면 화재리에 있으며 낙동강 서쪽 절벽 위에 있다. 벽면에는 최치원의 시가 새겨져있으나 오래되어 알아볼 수 없다. 오봉산 제1봉의 7부 능선에 있는 바위봉우리로 낙동강과 건너편의 수려한 산천이 있다.

이 작품은 선경 후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연에서 매미의 생애를 통하여 인간의 삶을 생각하게 한다. 매미는 7년 동안 땅속에 있다가 지상으로 올라와 7일에서 30일간 살다가 떠나게 된다. 마지막 사랑을 통하여 종족을 번식하기 위한 울음소리가 애처롭게 들린다.

임경대에서 폭염끈적끈적한 바람, 붉은 노을, 강물을 나타내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하였다. 구애하는 매미울음소리와 펄펄 끌어오르는 강물은 조화를 이루면서. 진득한 사랑의 모습을 극적으로 승화시키는 구실을 하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작품 속에 들어가 보자.

 

 

 

 

 

산자락 휘감은 듯

가을을 담은 거울

붉은색 산등성이

발목을 적시면서

하늘도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무지개

 

짙푸른 바람 따라

달빛도 내려오면

비로소 하나 되어

내 안에 뜨는 신앙

화등을 붉히는 자리

출렁이듯 꽃 핀다

선지현 호수

이글은 두수의 연시조이다. 시조는 정형시이다. 앞으로 시조는 우리나라 민족시로서 각광받으리라 본다. 첫째 호흡이 짧기 때문에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장르가 될 것이다. 극서정시를 부르짖는 오늘날은 바로 시조가 제격이다.

시조는 율격을 생병으로 한다. 율격과 내용이 조화를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시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호수를 보면서 이미지화 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호수를 보면 산위에 있는 것과 하늘과 바람 달빛 등이 거울처럼 보인다. 모든 것이 하나로 호수에 얼굴을 나타낸다. 이들이 모여서 꽃 피는 동네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조로 묘사한 서정시이다.

 

 

삭막한 세상 속에서 사랑의 생명줄을 드리운 베이비박스를 살펴보자

쇳덩이의 싸늘한 품은

구멍 난 모성에 찾아들고

잃어버린 탯줄은

쓰레기통에 처박혀도

꿈을 꾸듯

아이는 웃는다.

 

화장실 바닥에 뒹구는 모성

이불에 쌓여

철장에 버려지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모성은

눈물 없는 죄책감 대신

그래도...’라는

합리성을 쇳덩이 박스에 봉인한다.

 

베이비박스에서

다시 태어난 여린 생명 하나

어미의 젖가슴 대신

싸늘히 식은 우유병에 허기를 달래고

버려진 어미의 향기에

어미를 꿈꾸며

환하게 웃는다

 

베이비박스에

천사의 미소가 가득하다.

손장순 천사의 미소전문

 

이 작품은 한 생명이 베이비박스로 오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순수한 어린 생병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철부지함이 잘 드러나 있다. 사랑이 없는 우유병에 허기를 달래고 있는 처절한 환경 속에 어머니를 꿈꾸는 아기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나타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모습에서 천사의 미소를 발견한다.

세상은 선택 속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잘못된 선택으로 태어난 이 아이들 어찌할 것인가!

베이비박스는 생명줄이다. 어린 생명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가 아니겠는가?

베이비박스는 사막 같은 세상에서 오아시스 같은 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이곳에 베이비박스 문인들의 실천적인 사랑이 있다.

 

 

허망한 세상 속에서 삶을 반추하는 작품을 엿보자.

 

무얼 낚겠다고 푸르른 강물에 뛰어들었나

손에 잡힌 건 흐르다 멈춰버린 구름인 것을

힘껏 움켜쥐니 사르르 부서져 사라지는 것을

 

허우적대는 내 꼴을

백로는 비웃기라도 하듯이

우두커니 서서 움직일 줄 모르는구나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니

구름은 아무 일 없듯이 물 위를 흐르는데

그걸 잡겠다 허우적대던 내 모습 떠올라

헛웃음이 나는구나

 

끈기 있게 기다리던 백로는 미꾸라지 물고

멀리 날아가 버리고

뜬구름 잡으려는 난 무엇을 낚았는가?

 

그냥 유유히 흐르는 삶이 좋은 것을

세월 탓만 했구나

 

내 손에 있어야 내 것인 줄 알았던

내가 부끄러워지는구려

내 눈에 내 귀에 담는 것도 내 것인 것을

이제야 알았으니

저 하늘에 흐르는 구름도 이제는 내 것이지

그냥 유유히 흐르는 세월도 참 좋다

신현각 무엇을 쥐었는가?

 

신현각의 작품은 철학적이다. 깊은 사유에서 우러나온 작품이다.

우리들은 허망한 욕망을 위하여 얼마나 달려 왔던가?

구름은 잡히자 않는 허상이다.

허상을 쫓으면서 살아온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이 세상에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 따라 거저 흘러갈 뿐이다.

긍정적인 삶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삶이다.

이 작품은 우리 모두에게 깨달음을 주는 작품이다.

 

 

.

품 안에 있을 때는

그리운지 몰랐었고

 

짝을 만나 떠나보니

문득문득 그립다가

 

내 자식

돌보느냐고

가득했던 소홀함

 

수시로 뵙지 못해

죄송함이 가득한데

 

마음만 앞세우다

저 멀리 떠나시니

 

불효를

어이하리오

후회만이 가득하네

 

그리워 불러보나

가신 임 대답 없고

 

눈물로 후회하나

지난 세월 오지 않네

 

공허한

웃음소리만

바람결에 나부껴

 

우현식 불효전문

 

시조는 정형시이다. 3612음보로 이루어진 율격의 문학이다. 7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우리나라의 고유문학이다. 시조는 형식이라는 그릇에 내용이 자연스럽게 담겨져야 한다.

우현식의 불효는 정격시조로서 내용을 잘 담아내고 있다. 부모님 살아계실 적에 효도하지 못하고 돌아가시고 나서야 후회를 하게 된다. 내가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 생각을 하게 된다.

3수로 된 연시조로서 첫째 수에서는 부모에 대한 소홀함을 제시하였고, 둘째 수에서는 부모님의 죽음으로 인한 불효를 후회하는 모습이다. 셋째 수에서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잘 나타내었다.

누구에게나 공감을 주는 작품이며 교훈적인 작품이다

 

 

 

빛나는 별 하나

심장에 품은 당신이

넘어야 할 통증이죠

 

발바닥에 모아지는

단단한 에너지는

푸르게 날아오르는

별빛 아다지오

 

육체는 유연해지고

딱딱한 공기의 응결이

바람처럼 부드러워지면

등을 곧게 펴고 가슴으로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온몸을 휘감는 거대한 중력이

깃털처럼 가벼워지기 시작하고

 

시야를 가리던 먹구름의 정체는

태양 그림자 속으로 숨어버려요

 

그늘에 드리워진 통증의 향연

넘어지고 무릎이 부서져도

 

결코, 멈출 수 없는

 

윤봉덕 허들전문

 

 

윤봉덕의 작품은 은유적이다. 우리의 삶을 허들로 제시하였다. 삶이란 허들을 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정신을 모으고 발바닥에 힘을 주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그늘에 드리워진 통증의 향연은 역설법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아픔 속에도 희망이 있고, 결코 좌절하지 않고 희망으로 돋아나는 기쁨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장애물이 있더라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적 화자의 희망적인 자세가 단단하게 보인다.

윤봉덕의 다른 작품들 모서리등에서도 은유적이며 깊이가 있다.

시를 은유적으로 묘사하고 감각적 이미지를 구사하는 능력이 탁월해 보인다.

 

 

 

얽매인 삶에서 자유를 찾아가는 이미선의 작품을 감상해 보자.

 

 

화나면 화나는 데로

금방 집어삼킬 듯

기분 좋으면 잠잠히

조용히 고요하다

 

가지고 있기 싫은 게 있으면

모래사장에 내던지고

다시 갖고 싶어지면

화난척하며 갖고 가버린다

 

요 녀석 가만히 보고 있자니

세상 무서울 게 하나 없는

오묘한 녀석이다

 

속에 담아 놓고

참고 있을 일은 없으니

파도는 화병 걸릴 일은 없어서 좋을 듯 싶다.

이미선 파도전문

 

 

시는 작가의 정서를 표출하는 데 있다. 파도를 매개물로 하여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이 작품은 자유분방함을 나타내고 있다.

얽매인 사회에서 자유를 찾아 나서고 싶은 욕망을 제시하고 있다

4연으로 이루어진 서정시이다.

1연에서는 화나면 화나는 대로 기분 좋으면 좋은 대로의 모습.

2연에서는 소유하고 싶으면 갖고, 버리고 싶으면 버릴 수 있는 자유로움.

3연에서는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는 존재임을 제시하였고

4연에서는 파도는 속에 담아놓지 않으니 화병 걸릴 일이 없다.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 민초들의 욕망을 잘 그리고 있다.

파도를 대조법과 대구법으로 나타내었을 뿐 아니라 힘이 넘치는 작품이다.

 

 

 

치열한 삶의 모습을 묘사한 이원구의 작품을 살펴보자

 

 

 

뜨겁게 살아왔던

화려한 금빛 얼굴

 

거친 삶 이겨내고

인생을 끓이면서

 

구멍 난

냄비 밖으로

붉은 눈물 흘렸지

이원구양은 냄비전문

 

 

단수로 나타낸 정형시이다. 시조의 본령은 이와 같은 단시조이다.

이 작품은 양은 냄비를 나타내었지만 삶의 모습을 반영하였다.

초장 중장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던 삶의 모습을 잘 나타내었다.

종장에서 구멍 난 삶에서 얼마나 울었던가?

3장의 시조에서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시조는 절제와 응축이 생명이다.

정격시조로서 시의 멋과 맛을 극대화시켜 놓았다. 시조의 맥을 잘 짚은 작품이라고

보여진다.

 

 

 

아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품을 살펴보자

 

 

 

청춘의 붉은 깃발은

거센 바람을 만나

심하게 휘청거릴지라도

불타는 가슴은

쓰러지거나 꺾이는 일은 없으니

 

지금의 먹구름은

내일의 밝은 태양이고

지금의 비바람은

내일의 훈훈한 바람이다

 

일 년이라는 세월

이 년이라는 세월

그 아픔은 성장의 동력이 되어

큰 사람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아들아~

불타는 청춘의 시간은

늙어가는 아비의 시간과 같고

더 늙은 할아버지의 시간과도 같으니

조급함은 버려두는 것이 좋다

 

슬기로운 한 수

진정한 승리를 위해 싸운다면

기석 棋石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알 것이며

먼 훗날 돌아보며 웃을 것이다.

 

* 기석: 바둑돌

 

장봉균 아들아, 청춘은 희망이다

 

 

 

아들에게 교훈을 주는 작품이다. 오늘날 청년들에게 고하는 글이라 봐도 무방하다.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살아가자는 격려의 글이다.

5연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글의 구성을 보면 1연 시련 극복, 2연 시련은 희망을 준다. 3연 시련은 성장의 동력, 4연 조급함을 버리자. 5연 신중한 선택으로 승리를 거두자로 되어 있다.

깃발’‘바람’‘먹구름’‘태양’‘비바람’‘훈훈한 바람’‘棋石등은 은유적인 표현이다. 또한 대구와 대조를 통하여 시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묘사하였다.

단단한 구조로 시의 집을 지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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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위어가는

가을을 긁어대는 하루

비릿한 사연들이

꼼지락꼼지락 꿈틀거린다

지친 날들을 토하듯

쥐어짜며 내뱉는 소리는

깃 세운 꽃잎 마냥

들판 위엔 추억을 각인시키고

너울 이는 물결 속에서

한 평생 춤을 추다 끌려 나와

소금에 절인 고등어처럼

간 배인 소망이 책장에 쌓여간다

노을이 아쉬움을 남길 적

가슴 뛰는 그대들

흑심 품은 가슴

꿈 박힌 촘촘한 하늘

산돌림 눈물을 흘리는 밤

바람난 길손이 되어

시인은 겨르로이 에움길을 나선다

장선호 詩人 (그대들)전문

 

시는 이미지와 정서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이 작품은 여기에 부합될 뿐 아니라 감각적 묘사로 시의 옷을 입히고 있다.

시적미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각적 묘사가 필수적이다. 여기에서는 역동적 감각, 시각적 감각, 청각적 감각, 기관적 감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나타내어 이미지가 선명하다.

시인은 시를 낳기 위해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 또 시인은 많은 것을 생각해야한다. 생각은 온 가을을 넘나들지만 소금에 절인 고등어처럼 소망으로 남는다. 노을은 모든 것을 안고 가버린다. 그러나 시인의 가슴에는 또다시 많은 자연과 함께 역동적으로 끓어오르는 시심을 주체하지 못한다.

풍성한 가을에 시인은 영혼을 말리면서 한 줄의 시를 남기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영상이 떠오른다.

우리들은 망각 속에 살아가고 있다. 망각의 늪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별빛같은 보석이

있으리니 아래 작품에서 찾아보자.

 

 

까맣게 변한 기억의 골짜기에서

잊혀진 것들 서멀서멀 떠내려 올 때면

첫눈 펑펑 내리는 날 뒷동산에 올라

그 속 파헤치고 꺼내어 보자

 

순백한 마음속에 숨겨진

나름의 그 무엇들 있으리니

오랫동안 묵히고 썩힌 것들

따지고 보면 모두 다

부끄럽고 미안한 것들뿐인걸

 

늘상 티격태격했던

행복도 불행도 아닌 모호한

잡풀 같은 일상들 속에서

사실은 가시덤불로 우거진 삶일 것인데

하얀 눈 베개 삼아 비스듬히 누워보자

 

훌쩍 지나간 나이테 세면서

그 사이사이 틈새에 끼인 것들

비록 잊혀진들 버리진 말아야 할 것들

수두룩 하리니

 

정범식 잊혀진 것들전문

 

이 작품은 깊은 사유 속에서 이루어진 작품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난 일들은 망각의 늪으로 떠나보내고 까맣게 잊고 살아간다. 그러난 잊혀진 일들 중에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낯설기 기법으로 시적 극대화를 이루고 있다.

기억의 꼴짜기’ ‘잡풀 같은 일상들 속에서’ ‘가시덤불로 우거진 삶’ ‘하얀 눈 베개 삼아 비스듬히 누워보자등으로 나타난다.

서멀서멀’ ‘티격태격등 의태어를 통하여 시적 이미지를 구체화 시켜놓았다.

정범식의 회상이라는 작품도 메시지와 이미지의 전달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다음은 비유를 통해 이별의 정서를 나타낸 작품이 있다

 

 

하얀 목련이 피어나고

노란 개나리가 군단을 이루어 필 때

하늘은 회색빛으로 어두워졌다

 

햇살 한 점 비추어지지 않고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지려 할 때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눈가에 맺힌 물방울은 그칠 줄 모르고

가느다란 속눈썹은 부스스 떨린다

꼭 깨문 입술은 피멍울이 지고

멍울진 가슴은 터질 듯이 방방 거린다

 

화사한 벚꽃이 꽃봉오리 질 때

온통 세상은 분홍빛으로 물들어지는데

내 사랑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정이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전문

 

시는 정서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훌륭한 작품이다. 이 시는 분위기의 통일성을 이루고 있다.

1연에서 목련이 피어나도 하늘은 회색빛으로 어두워지고

2연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3연에서 속눈썹이 떨리고 입술은 피멍울이 지고

4연에서 벚꽃이 꽃봉오리 질 때 내 사랑이 떠나갔다.

시는 이미지라고한다. 그 만큼 이미지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미지는 마음속의 언어로 그리는 그림이다. 그래서 심상이라고도 한다. 단단한 조각같이 만질 수 있을 정도로 나타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 작품은 시각적 이미지로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적절한 은유적 표사로 시적 형상화에 성공하고 있는 작품이다.

정이란의 작품 당신이었군요도 상당히 농익은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가난을 추억으로 승화 시킨 최정호의 작품도 은유와 창조적 상징으로 묘사하였다.

 

 

언덕에 오르면

눈 안에 가득 학림사 누런 보리밭

주린 뱃속 침 넘어갔고

 

목탁소리 담 넘어오는 고래등 기와집

생쥐가 횃불 든 곳간에 쌀가마

거미줄 치고 참선 중인데

 

황금 옷 갈아입고

방앗간 기웃거리는 흐드러진 보리밭

갈기 흩날리는 경주마였다

 

눈뜨면 날개 돋는 독 안의 곡식

밑바닥 헤매는 낱알 긁는 바가지 소리

새가슴 할퀴며 새벽잠 깨웠다

 

시래기죽도 못 먹은 우리 보리밭

걷지 못하고 밭고랑 주저앉아

고개 들지 못한 채 네발로 기었다

 

최정호 학림사 보리밭전문

보릿고개를 넘던 모습이 떠오른다. 학림사에는 많은 곡식이 쌓여있는 데

서민들은 시래기죽도 먹기 어렵던 시절을 회상한 작품이다.

많은 작가들은 지나간 추억을 되살려서 작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동시대의 사람들은 공감이 가지만 젊은이에게[는 생소하기만 하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는 은유적인 묘사가 있어 독자가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생쥐가 참선중이다바람에 흩날리는 보습을 보고 갈기 흩날리는 경주마였다.’

눈뜨면 날개 돋는 독 안의 곡식등은 재미있는 묘사이다.

독창적인 묘사로 시의 미감을 북돋우고 있다.

독자들에게 생각의 나래를 펴게 하는 이런 작품이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에필로그

한국베이비박스문인협회는 금년에 제5집을 낸다. 해마다 작품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작품들이 다양한 목소리로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작품만큼 대접받는다.’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좋은 작품이란 어떤 작품을 말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5집에 발표된 작품들은 좋은 작품들이 많았으며 그것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소통되는 작품.

둘째 감동과 공감, 떨림, 울림, 충격 등을 주는 작품.

셋째, 감각적 이미지가 있는 작품,

넷째 은유적인 작품.

다섯째, 낯설기 기법을 통하여 시적인 매력을 주는 작품,

여섯째 짧지만 긴장과 응축미가 있는 작품

이러한 요소가 많아질수록 좋은 작품이다.

 

하이데그가 말했듯이 시인은 언어를 통하여 존재의 집을 짓는다고했다.

사물이 잠들고 있을 때 이것을 깨우고 눈을 뜨게 하는 것이 시인이다. 언어를 통해 사물의 존재 가치를 높여 주는 사람이 바로 시인이다.

한국베이비박스문인협회 회원들은 사랑을 실천하는 시인이다. 이들은 따스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있기 때문이다.

사랑과 언어를 통하여 존재의 집을 지어가는 회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정부에서도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이 때, 베이비박스에 던져지는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한국베이비박스문인협회를 이끌고 있는 장선호 회장님과 회원들의 무궁한 건필을 바라면서 베이비박스에 희망을 싣고 제5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