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및 문학평론

장명기의 시

회야(回夜) 아파트

 

 

 

정명기

 

 

 

대운산, 천성산이 마주한 웅상 지역

 

회야강 초입 따라 서민 아파트 많은 곳

 

저물녘, 가등 켜지듯 불 밝히는 이곳에,

 

회야강 이름처럼, 밤에 숨 쉬는 초목처럼

 

한결진 끈기로 밤을 지피는 사람들

 

명절 밤 더 환한 불빛, ‘조손 가정 많아요.’

 

평일 밤도 이슥하여 늦은 귀가 끝나면

 

외출 세대 없어요’, ‘우리는 성실해요

 

주광빛 거대 전광판, 제만 모를 합창이다.

 

저녁 내내 불 꺼진 집, 십중팔구 야근조

 

늦도록 불 켜진 방, 십상은 면학일레

 

빛으로 드러나는 삶, 아니 봐도 미쁘다

 

 

 

 

 

 

 

 

 

 

아직도 널

 

 

 

응고된 시간인가, ‘아가배고프지

 

세끼 식사 무너졌다, 인지장애 할머니

 

아직도

 

널 업고 있다

 

늘 그리로 여긴다

 

-

 

벚꽃 구름

 

 

 

구름도 다리가 있나 만 개의 다리가 있나

 

만발한 작년 앞에 한 뼘쯤 떠오른 세상

 

시공간 일렁거림에 시름마저 흰 구름

 

------------------------------------

 

 

심사평

정명기의 시조 회야(回夜) 아파트 ’ ‘아직도 널’ ‘벚꽃구름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시조는 먼저 형식을 생각해야 한다. 형식이 없는 시조는 시조로서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시조는 흔히 우리 민족시라고 한다. 우리나라만 존재하는 우리의 시이다. 오랫동안 전해져 온 형식에 의해 씌어져야하기 때문에 정형시이다.

그리고 시조도 시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래서 시조시인이 되려면 많은 수련과정이 필요하다.

정명기는 시조의 가락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내용면에서도 자연스럽게 시적효과를 거두고 있다.

회야(回夜) 아파트에서 서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끈기로 밤을 지피는 사람들’ ‘조손 가정’ ‘십중팔구 야근 조에서 삶의 아픔이 진득하게 묻어난다. 그런 모습을 아름답다고 하였다. 시인은 긍정적이어야 한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눈은 믿음직스럽다.

아직도 널에서는 단시조이다. 시조의 본령은 단시조라고 본다. 그래서 요사이 단시조를 많이 창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치매에 걸리는 노년층이 많아지고 있다. 인지장애 노인을 그리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세상이 그지없이 행복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본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던지 자신만의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게 느껴지는 게 그들의 특징이라고 본다. 시간이 응고되었기 때문이다.

시조는 시절가조라고 한다. 그래서 현실을 떠난 시조는 시조의 격이 떨어진다고 본다. 특히 치매노인을 다룬 것은 적절하다고 본다.

벚꽃 구름에서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것 같다. 종장에서 시공간 일렁거림에 시름마저 흰 구름이란 표현은 가구(佳句) 라고 본다. 시조는 종장이 매우 중요하다. 시에서 기승전결이 있다면 전결에 해당되는 것이 종장이기 때문이다.

정명기의 작품은 형식과 내용이 잘 어우러져 시적효과를 극대화 하고 있다고 본다.

더욱 정진하여 한국의 시조시단에 거목이 되길 기원하면서 진심으로 등단을 축하한다.

심사자 : 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