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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계간 시세계 시조평

간 시조 평

 

이 또한 지나가리라

김전(시인, 본지상임편집위원)

 

지나간 4월은 너무나 아팠다. 잔인한 계절이었다.

세월호의 참사가 빚은 아픔이 전 국민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무서운 지를 실감나게 보여 주었다.

시전문지 시세계에서는 세월 호 참사 추모특집란을 마련하여 함께 아픔을 같이하고자 하였다.

다윗 왕이 반지를 만드는 세공인에게 슬플 때는 슬픔을 이겨낼 수 있고, 기쁠 때도 기쁨을 억제할 수 있는 글귀를 반지에 넣어오라고 하였다. 세공인은 지혜로 이름난 솔로몬왕자에게 가서 답을 얻고자하였다. 솔로몬 왕자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글귀를 주어 반지에 새기게 했다. 다윗은 그 글귀를 가슴에 새기고 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어려울 때는 어려움을 이겨냈고, 승리의 기쁨이 닥칠 때도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후에도 묘비명에 이 글귀를 넣어 후세인의 귀감이 되도록 했다.

우리 모두 슬픔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라 새롭게 출발을 해야 된다고 본다.

모두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마음으로 일어서야할 때다.

 

 

부푼 꿈 설렌 마음 세월호 배 띄웠지

제주도 수학여행 재잘거린 모습 훤해

통탄할 사고 소식에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

 

얼마나 무서웠니 기우는 배 물이 덮쳐

비정한 선장 행태 세상이 용서 못해

무참히 스러져 버린 미처 못 핀 꽃들이여

 

천만 번 사죄 한다 무책임한 어른들 잘못

무엇으로 보상하리 떠나버린 너희들에게

온 국민 애통한 마음 눈물마저 말랐다.

 

다시는 이런 세상 태어나지 말아야지

오염 안 된 극락정토 그 곳에 태어나서

못다 핀 꽃송이 피워 한 서린 삶 누려야지

김정한 (오 세월호여 전문)

세월호의 참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서술하였다. 4수로 된 연시조다. 첫수에서 제주도 출발 과 사고 소식 둘째 수에서 침수되는 배의 모습 셋째 수에서 어른들의 잘못 넷째 수에서 극락정토에서 편안함 삶 기원, 등으로 구조화 되어 있다.

채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한탄하랴? 기성세대들의 잘못, 그리고 옳지 못한 선장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들을 낱낱이 캐어내고 고쳐야 되리라 본다.

 

 

구름같은 흰 목소리 상기 남은 레일 위로

이별도 사랑이던가 떠난 차가 곧 올 듯해

마음이 바빠진 역은 새 단장을 서두른다.

 

앞대 들 기름진 쌀 가득 싣고 달리다가

알 수 없는 선 하나에 느닷없이 발이 묶여

화통은 불 꺼진 채로 반세기를 더 넘겼네

 

백마고지 포화 속에 꽃잎처럼 진 전우야

옷음 띤 환한 얼굴로 고향 길을 잘 갔느냐

다시는 와보질 못할 산을 물을 그냥 두고

노종래(월정역에서 전문)

노종래의 기행시다 구름같은 흰 목소리공감각의 표현으로 시의 생동감을 맛볼 수 있다.

월정 역은 강원도 철원에 있는 역이다. 여기에서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글귀를 볼 수 있다 60여 년간 흘러간 세월을 되짚으며 통일을 염원하고 있는 산 증언물이다.

6.25 전쟁으로 산화한 전우들의 모습이 선하게 떠오르는 서경시다.

6.25로 말미암아 분단된 조국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요사이 전후 세대들은 안보의식이 결여되어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니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이 시는 당시의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숲 속 5길 끝에 앉은 구름 같은 요양원에

우선 멈춤 팻말이 온종일 멈춰 있고

흐르네

구급차 한 그늘

착한 품이 열리네

어디쯤 간 걸까 까치소리 어둑한데

하늘은 자꾸 서쪽으로 붉은 길을 펼치네

흐르네

서너 평 별무리

맑은 죄를 씻어주네

 

집에 가자 집에 가자 살구꽃 보채는 밤

가로등만 그렁그렁 새벽을 따라가고

흐르네

소란한 적막

마당가에 당신이 있네

서성자(흐르네 전문)

 

윗 시는 한마디로 깔끔하다. ‘흐르네를 반복하여 음악성을 살리면서도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숲속의 정지된 요양원에 구급차가 오고 죄에 대한 뉘우침 그리고 집에 가고 싶은 욕망, 집에 가니 반가운 당신이 마당에 있네 등 일상의 감성을 옹골지게 드러내고 있다.

시조는 형식의 얽매임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유스럽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은 시적 능력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굴막에도 들지 못해 갯가에 쪼그려 앉은

초로의 두 아낙이 오순도순 굴을 깐다

햇살이 현수막 걸고 호객하는 비토섬

 

쭈그러진 양은냄비 겨우 바닥이나 채운

터진 손등 또 터진 하루 떨이해준 바람이

뻘밭을 기어오르다 제풀에 돌아앉는 섬

손영희(비토. 섬 전문)

바다에서 살아가는 초로의 아낙을 노래하고 있다. 가난하게 굴을 까는 모습이 첫 수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특히 종장에서 햇살이 현수막 걸고 호객하는 비토섬은 가구(佳句)이다 이미지화 시키는 능력이 예사롭지가 않다. 둘째 수에서도 냄비에 다 채우지 못하고 터진 손등위로 바람이 불고 있다. 삶의 아픔이 진하게 배어나온다. 이런 시가 가슴에 오래 남아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영동 산간 유래 없는 폭설이 내렸다는데

 

남도 끝 양지쪽에

구절초 개나리 웃네

 

겨울은 KTX로 가고

개찰 안 한 봄인데

임성구(이 멍청한 자식들 전문)

 

이 시에서 초장에서 폭설을 제시하고 중장에서 구절초 개나리를 등장시켜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영동과 남도 끝을 배경으로 나타내고 있다.

종장에서 겨울은 가장 빠른 기차 KTX로 가지만 개찰을 안한 봄이라고 하였다. 겨울과 봄, 봄과 겨울은 경계가 없다. 제목을 이 멍청한 자식들이라고 했다. 겨울인데도 멍청하게 피는 꽃들을 말했으리라. 어찌 세상에 꽃들만 있을까? 세상 물정 모르고 멍청한 놈들이 바글거리는 세상이 아닌가?

 

 

 

 

밥을 푸다 생각한다

아버지의 생전 말씀

밥은 소담스럽게 봉분처럼 담아야 한다

그렇게 말씀하시곤 한 술도 못 드셨다.

 

철부지 딸이었던 내 나이 서른 즈음

제대로 된 밥상 한 번 차려 드리지 못하고

욕탈의 미라 되도록 토하시다 가셨다

 

떠나신 지 30.

메 올리는 이 저녁

그 때는 몰랐었던 광대무변(廣大無邊) 가르침이

사무쳐 목이 메는 밥

둘러앉아 삼킨다.

황영숙(삼키다 전문)

 

밥을 푸면서 생전의 아버지를 생각하는 서정이 짙게 배어 있다. 첫째 수에서 밥은 봉분처럼 담아야 한다. 에서 밥과 봉분은 삶과 죽음(무덤)을 상징하고 있다. 밥 과 광대무변을 대입시켜놓고 있다. 생각하는 시이다. 철학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시라고 본다. 이런 시를 깊이가 있는 시라고 한다. 3수로 되어 있으며 탄탄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아련히 떠오르는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아버지 말씀을 되새기는 저녁,

시적자아의 아름다운 마음이 환하게 떠오르고 있다.

 

 

시조는 형식이 있기 때문에 창작에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용을 넣는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지난 호에 실린 작품들은 모두가 삶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들의 삶이 문학으로 승화되어 더 나은 삶으로 발전한다면 이 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으랴

세월호의 아픔이 너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있다. 아픔을 승화 시켜 더 나은 방향으로 노 저어 갈 때다. 슬플 때는 기쁨을 생각하고 너무 기쁠 때는 슬플 때를 생각하자

다윗왕의 묘비에 새겨진 이 또한 지나가리라에서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가을호에 좋은 작품을 기대하면서 필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