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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및 문학평론

현대시조30년을 되돌아 본다 -8

현대시조 30년을 되돌아본다.

 

90년대 현대시조의 중흥기를 말하다.

김전(시인, 문학평론가)

kumijb@hanmail.net

1.서언

지나간 현대시조지의 책장을 넘기노라면 당시에 느끼지 못한 재미들이 쏠쏠하다.

이미 세상을 떠난 시인들의 얼굴들이 거울 앞에 선 듯 또렷이 떠오른다.

인생을 짧고 예술을 길다라는 말이 있듯이 작고하신 시인들의 작품들이 오롯이 눈을 뜨고 찾아온다.

현대시조는 이미 중흥기에 도달 했다고 생각한다.

그간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이 지탱해온 저력이 돋보인다. 학교 순례 백일장, 현대시조신인상 등을 통한 신인 발굴과 현대시조문학상 시상으로 시인들의 사기를 높이는데 한몫했다. 이런 일들은 현대시조가 시조 사에 길이 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상이 시끄럽다. 적폐 청산이란 말이 유행가처럼 회자(膾炙) 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매무시를 가다듬을 때라고 생각한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 많은 사람들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 정치는 이미 화려한 청사진을 펼치고 있다. 나라다운 나라가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90년대 중반 시점에서 현대시조의 모습을 살펴보고, 당시 현대시조지의 활약상을 살펴보자.

당시 편집 위원은 선정주, 김준 선생님이다. 두 분의 헌신적인 노고에 감사드린다.

 

,90년대 현대시조의 중흥기를 말하다. (현대지조 94봄호(통권41) ~ 97겨울호 통권48)

1.현대시조 41(94년 봄호)

94년 봄 호에 눈에 띄는 것은 제6회 현대시조문학상 시상식이었다. 수상자는 이문형 시인이다. 이문형 시인은 일찍이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진주에서 황성하게 활동하는 시인이었다.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고인의 따스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수상집으로 제일 낮은 음계가 있다. 그 중에서 한 편을 보자.

단숨에 달려와

예 머문 까닭을 알것다

남해 짙푸른 물에

발 담그고

숱한 섬

거느리고 사는

그 까닭을 알것다

 

나무든

풀이든

자랄대로 버려두고

간간이

섬 헤아리고

포효한다네

울다가

모두다 그대로고

눈꺼풀 내리깔고

<금오산> 전문

 

금오산은 경남 하동군 금남면 남해 바닷가에 위치한 남해안 최고봉의 명산이다.

이 시에서 자신의 감정 이입을 통하여 이문형 시인 자신의 심정을 잘 표출하였다.

유유자적하게 달관한 모습을 담아낸 이 작품은 이미지가 선명하게 잘 나타나 있다.

 

특집으로는 東山 김상형 시인의 고희 기념 특집이 게제 되었다. 김상형 시인은 대구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였다. 동산 선생은 영남시조문학회 회장을 맡아 적극적으로 활동한 바 있다. 당시 필자는 김상형 회장을 보필하는 총무였다. 필자가 추모특집으로 동산 시인의 인간성과 그의 문학이란 주제로 김상형 시인의 작품을 재조명하였다.

축시로는 박병순. 황희영, 곽영기, 정재호, 류상덕, 원용문, 문무학, 하장수, 이인수 등의 작품이 게재되었다.

현대시조의 동인 순례로는 차돌곶이 시조문학동인회를 찾았다.

회원은 고두석, 길명희, 김석영, 김영희, 신명자, 오석필, 유재건, 윤광호, 이선희, 이영주, 진성렬, 차경섭, 최영균이다. 고두석 시인의 작품을 살펴보자

 

우리들 신도시는

아직도 미완성이다

군데군데 흉허물 벌겋게 파헤치며

새로이 거듭나려는

몸부림이 한창이다

 

목표만 세워진

골조들 사이에

짐차들 새벽부터 헐떡이며 오르지만

내일이 설계된 길은

힘겹지가 않단다.

 

지금은 울퉁불퉁 비포장 길이지만

동녘으로 펴오르는 뽀오얀 흙먼지들

미완성

길 통해서도

내일은 보인다.

<신도시 가는 길> 전문

신도시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잘 그려놓았다. 목표만 설정되어 있으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교훈적인 시이다. 힘겹게 살아가는 당시의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는 작품이다. 산업화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현대시조 논단에는 시조는 어떻게 써야 하나(5)’ 김준 시인의 논단이 시조의 저변확대를 위하여 소중한 자료라고 생각된다. ‘이호우 시조연구()’은 강호인의 논단이다. 강호인은 현대시조 출신으로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는 시인이다.

시조가 있는 수필에는 자생란에 깊이든 병(이성보)’ ‘별과 겨울나무(변해명’) ‘버들(김영애)’ ‘노래방에서 시조창까지(金信廷)’ 등이다.

 

현대시조단에 장순하 산산산 외김준 겨울 문턱에서김대현 새아침 외양원식 향토산책

이기라 견양기홍오선 동두천 悲歌김영배 실향김석철 바람의 세월신순애 콩메주

김해석 풀꽃의 미소 외이승은 詩作以後 이계상 연하장 외곽영기 목간 거울 앞에서 외노창수 새장속에서양만규 팽이 이야기경규희 사설김선희 바다 이력서 외이준섭 위도李鐘塤 수몰된 고향에는김주석 개미를 보면서이점성 봄비 여운박경배 떡잎이처기 요즈음 일요일 외제만자 손아귀 아픈 날은 외조근호 빨래 외조규사 사랑.9’ 최재섭 백목련 외홍윤표 어둠은 별을 낳고양점숙 봄비소리 외이문균 수도꼭지오민필 환생하는 들국화백명숙 겨울꿈고명호 ‘1993년 겨울림혜미 과수원 집 청노루 아이들채명호 짝사랑 외우현숙 무인도 외선정주 꽃의 변설‘.

 

18회 신인상으로는 백성택 산다는 것장미라 어느 길목에서장기영 동해를 지나며

김세영 가을 수신이 당선되었다. 심사위원은 김준 , 선정주, 류선 시인이었다.

 

더는 비워낼 것 없는 시월의 하늘 아래

조금은 넓은 바람()과 아직은 덜한 슬픔

삼백날 더딘 그리움 채찍 끝에 묻어난다

 

마침내 기다림은 심중에 이슥하여

어두움도 일가 이룬 무변의 땅 끝 향해

이 가을 산책 받쳐든 향수어린 풋 열매

 

우리들 때로는 오랜 풍경되어서

긴 저녁 문득문득 잠 못드는 불빛으로

먼 지평 가장자리로 돌아눕는 나의 반신

김세영 <겨울 受信> 전문

이미지가 선명하다. 겨울을 형상화 하여 자신에게 반추시키는 모습으로 전환시켰다.

리듬과 내용이 조화를 이루면서 시조의 격조를 높이고 있다.

김세영 시인은 지금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지, 지면에서 만나기 어렵다.

많은 문학지들이 신인을 배출하고 키워주지 않아서 모두가 사생아가 되지나 않았는지 안타깝다.

당시 현대시조는 현대시조 동인회를 조직하여 활동하였다.

 

계간 평은 김월한 시조시인이 맡았다. 맺고 푸는 (, ) 反轉妙味란는 계간평을 기술하였다. 지금도 시조 창작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글이다.

 

2.현대시조 42(94년 여름호)

. 94년 현대시조단에도 권위 있는 시조시인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김상옥/, 장순하/복락원, 정소파/신록의 파도 앞에서, 최승범/메화꽃 철인데, 정태모/童調산새, 허일/芭蕉 , 오동춘/백목련 외, 왕표순/白頭山, 원용문/고독 외, 김항식/적벽강에서 외, 김몽선/연습같이 사는 자네, 강기주/조약돌 외, 서우승/마침내 지구가, 박옥위/서정시와 귤 한조각과 기다림, 오영호/두만강 소견 외, 권형하/바다, 원수연/겨울산 외, 노창수/녹색지키기, 노명순/표현기법.1 , 신대주/古調,1 김정숙/전태영의 바다속 숨소리 외, 박영식/,사물 외, 박현덕/도시일기 외, 홍윤표 /봄나비 나를 깨워, 김춘기/자유의 김 외, 류재우/진양군 사람 외, 손영옥/습작일기 외, 최희선/전통잣집에서 외, 조근호/유월 비망록 외, 이용한/돌하루방 외, 장삼식/그때를 아시나요 외, 양점숙/4월의 어머니 외, 선정주/. 月印千江之曲 등이다.

그 중에서도 허일의 작품과 김몽선의 작품을 살펴보자

 

소나기 소슬바람

파초는 소소하다.

학처럼 죽지를 펴

향수를 달래어도

찢어진 잎자락 위에

무서리가 내리고

 

눈부시게 빛나던

그날의 푸르름도

불같은 정열로

꽃피운 그 사랑도

이제는 다 가버리고 말아

빈 하늘로 지켜 섰다.

허일 ,芭蕉> 전문

 

목숨 세워 사는 일에

연습이야 없겠지만

 

연습같이 사는 자넨

땅에 젖어 웃는 풀꽃

 

서슬 끝

매달린 조화

그보다야 멋지잖은가.

김몽선 <연습같이 사는 자네> 전문

허일의 파초는 시련 속에 살아오면서 젊음도 열정도 다 떠나보내고 빈 몸으로 선 자신의 모습을 잘 나타내었다. 김몽선의 작품은 늘 연습처럼 살았지만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잘 나타내고 있다. 김몽선은 예리한 눈초리로 좋은 작품을 발표하곤 했다.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그의 작품은 유난히 빛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잘 제시하고 있다.

근작 시선으로 김종, 김태은 편이 게재되었다. 그리고 특집으로 飛火시조문학회 여름시회가 열렸다. 이 단체는 경북 포항에서 조주환 시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시조동인회이다.

동인으로는 조순호, 강성태, 김두섭, 김우연, 김제홍, 김진혁, 배종교, 서석찬, 서숙희, 손수성,윤영자, 이경옥, 이문균, 이정미, 조순호, 조주환, 황무굉 등이다. 그 중에서 조주환 시인의 작품을 눈여겨보자.

 

누구를 위한 투신인가 이 청맹의 맹물이여

천길 빙벽에 떠는 핏줄도 이웃도 두고

저 한 몸 허공에 던져

흔적없이 부서지는

 

그 어디로 도주회 간 아, 비열한 맹물이여

저 광장의 분수에 기대 치솟는 분노를 봐라

한 떨기 가녀린 풀꽃도 살을 떠는 이 年代

 

한 시대의 고통을 피해 바위 틈에 숨어 든 뒤

육신을 自虐하듯 패대기친 그 허공에

시퍼런 칼자루 같은

긴 흉터만 남아 떤다

조주환<瀑布에게> 전문

 

조주환 시인의 작품은 언제나 긴장감이 맴돈다. 시대의 아픔을 폭포에 빗대어 묘사한 작품이다. 3연 종장에서 시퍼런 칼자루 같은/긴 흉터만 남아 떤다.’에서 계속되는 아픔은 전율을 느끼게 하고 있다. 광장에서 쏟아지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19회 신인상 당선자는 류훈/가치밥말의 어느날, 박미영/파밭에서, 임성구/야생화 등이다. 심사위원은 김월한, 김준, 선정주 시인이다.

 

어스름 불빛 아래 송이 송이 뱆힌 이슬

자벌래 남긴 시름 풀잎에 묻어 날 때

추락한 천상의 별들 네 몸체에 쏟아진다.

 

그 대 육신 꺾어 물고 가로등 정적 아래

가슴 시린 실낱 올올 귀뚜라미 가는 울음

달래는 은회색 너울만 찬 공기 갈라 놓다.

 

태양빛을 거부하는 그대는 바람처럼

방울 안고 떠돌다 홀씨로 묻힌 깊은 잠

언제쯤 다시 태어나 이 한밤을 불사를까.

이성구<야생화> 전문

이슬을 형상화 시켜놓았다. 작가의 생각이 육화된 작품이다. 선명한 이미지로 묘사하여 시조의 멋을 보는 듯하다

 

3. 현대시조 43(94년 가을 호)

현대시조단에 권위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풍성하게 선을 보이고 있다.

장순하/이런 辭說, 류선/낙엽, 박기섭/, 유준호/소나기 외, 오병수/霖雨期, 노창수/종달새 그리고 바슐라르에게 용진호/白木蓮, 김사균/日出 , 김연동/山頂 , 박태일/不惑을 넘어서 외, 여영자/외할머니 생각 외, 이충섭 集團落下, 권도중/안개 외, 이처기/ 馬山港 갈매기, 오기일/이울바람, 채명호/춘경 외, 홍윤표/보리 누름에 외, 신승행/원고지 유감, 하영필/알고 있더라, 남진원/어금니 빠져서 외, 이영주/눈을 감으면, 김진문/인동초 외, 이인수/앞산에서 외, 이점성/사진첩 외, 김영희/가을풍경 외, 강규인/무더위 속에서 외, 이건영/山房戀歌, 이순용/지우개, 백성택/항아리 별곡, 장미라/ 강가에[서 외, 선정주/중랑천의 눈물(5) 외 등이다.

근작시선으로는 이소라의 육아일기 6, 우현숙 입산금지 구역을 위하여 외 5편이 선을 보이고 있다.

논단으로는 김준/‘시조는 어떻게 써야 하나(6)’가 연재되고 있다. 시조를 창작하려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논단이라고 보인다.

다음으로 이강룡의 嶺南士林派 時調 硏究(1)도 심도 있는 논단으로 읽을 만한 것이라 보인다. 또 강호인의 이호우 시조 연구()’ 김주석의 南嶺論()도 소중한 논단이라고 생각된다.

당시의 현대시조는 논단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현대시조를 빛내주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집으로 강원 시조문학회 가을시회작품이 수록됐다. 동인으로는 전태규, 정태모, 곽영기, 김남구, 김선영, 金佐起, 성덕재, 신대주, 원수연, 류명환, 이우영, 李鐘塤, 정남채, 성호, 조규영, 남진원 등이다.

현대시조 출신이고 현대시조동인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신대주의 작품을 考察해 보자

속솟이 벗겨지고 곳 옷

알몸이 드러난다.

폐유로 길게 화장한

보디 페인팅 니그로

太古가 수치를 털어내며 기지개를 켠다.

 

588에서, 40계단에서

민들레 하얀 꽃씨가

거품을 뿜어내고

합성 향료에 취하여

페놀에 오염된 갯벌에 고향처럼 눕는다.

 

 

물게도 죽어갔다.

가재도 죽어갔다.

시신도 밥이 됐다.

에이즈, 박테리아

太古가 가랭일 벌려 밀물들길 기다린다.

 

신대주: 썰 물(인천 송도에서) 전문

신대주 시인은 강원도 속초 쪽에 사는 것으로 기억된다. 성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후에 강원 시조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였다.

당시 현대 시조 출신이며 현대시조 동인으로 동인회에 빠짐없이 나오곤 했다. 어느 듯 많은 세월이 흘러갔다. 그럼에도 당시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확연히 떠오른다.

이 작품은 당시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비판적인 작품이다. 얼마나 많은 환경오염 속에서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가. 구체적인 비유를 통하여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시조가 있는 수필에는 이성보/ 자생란에 깊이 든 병, 김동봉/비오는 날의 단상 등이 읽을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28회 현대시조 신인상 당선자가 발표되었다

朴杞洞/구기동 所見, 이영필/바다 앞에서, 강무강/얼음새 꽃이 당선되었다. 심사위원은 장순하, 김준, 선정주 시인이었다. 그 중에서 강무강의 작품을 새겨 보자

 

두꺼운 얼음장으로 흐르는 물이 있어

그 줄기 껴안고서 뿌리 내린 얼음새 꽃

겨울의 끝자락에서 노오랗게 벙글었네[

 

끝나지 않은 듯한 긴 밤의 허기와

들숨과 날숨 사이 달라붙은 목마름.

잠시의 하오 햇살에 피돌기를 시킨것가.

 

눈 쌓인 산중턱에 새파란 잎 샛노란 꽃

어둠을 뚫고 나온 인고의 화관이여

낭낭한 물 소리 따라 녹는 겨울산을 보겠네.

강무강 <얼음새 꽃> 전문

신인상 심사위원은 상상력과 감수성이 있어야 좋은 시를 쓸 수 있다.’고 심사평에서 말하고 있다.

얼음새 꽃을 의인화 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 보인다.

사물을 깊이 있게 보지 않으면 이런 작품을 쓸 수 없다.

시련 속에 피어나는 얼음새 꽃처럼 시인들도 아픔 속에서 좋은 작품을 창작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현대시조 44(94년 겨울호)

84년 겨울 호의 논단은 김주석/박기섭론, 노창수/속살 부비는 언어와 삶의 의지, 이강룡/ 영남사림파 시조연구(2)가 선을 보이고 있다.

특집으로는 한춘섭 시인의 중국 연변 시조시 槪觀이 상세하게 게재되었다.

현대시조단에 정소파 외 33명의 시가 발표되었다. 그 중에서 장식환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

 

갈라진 돌 틈마다

뿌리 묻고 내미는 얼굴

 

억새꽃도 벼랑 끝에

청사초롱 불 밝혔네.

 

화왕산

비좁은 길이

꽃잔치로 붐빈다.

 

현란한 색깔들이

길 따라 꽃물 풀고

 

청자빛도 시새움하는

출렁이는 억새꽃이

 

오색실

타래를 풀고

흐드러지게 웃고 있다.

장식환 <가을 화왕산> 전문

 

화왕산은 경남 창녕에 있는 산이다. 억새단지로 유명하다. 가을이면 억새를 풀에 태우는 행사가 있다. 화왕산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장식환 시인은 대구에 거주하고 있다. 대구 시조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대구시 교육위원으로서도 맹활약 하였다.

 

근작시선으로는 홍오선, 김정숙, 장삼식, 정현대의 작품들이 각각 5편에서~8편 정도씩 게재되었다.

21회 현대시조 신인상 당선자 발표가 있었다.

당선자로는 강성태/깨어있는 바다, 유상용/민통선에서, 박봉주/청령포에서가 당선되었다.

심사위원으로는 이도현, 김준, 선정주 시인이었다. 그 중에서 박봉주의 작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역사를 적시던 소쩍새 피울음

눈물도 돌아앉은 애증의 세월 속에

긴긴밤 앓던 산하엔 천추고혼만 어리고

 

선무당 칼춤으로 허물어진 하늘 아래

산 섧고 세월도 깊은 홀로 뜬 허무의 섬

길손아 왜 찾았느냐 무상만 켜대면서

 

오백년 사적(社稷)을 취기로 쓸어안고

어르고 달래보는 설운님 고운 아미

아이야, 팔매질 하지마라 잠든 넋을 깨울라.

 

박봉주<청령포에서>

청령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많이 발표되었다. 깊은 사색에서 나온 이미지를 이렇게 공정하게 표현 할 수 있는 것은 많은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역사적 사실을 감수성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한 차원 높은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또 시조 전문지에 수필이 실려 있어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계속 연재되는 이성보의 자생란에 깊이 든 병이준섭의 설레임의 행복등은 생각할수록 느낌이 있는 작품들이다.

 

 

5. 현대시조 45(95년 봄호)

이번호에는 제7회 현대시조문학상 시상식을 화보와 함께 실었다. 수상자는 김월한 시인이다. 심사위원은 김상옥, 장순하, 전형대이다. 수상작을 살펴보자.

 

直列, 竝列, 順烈組合

높고 낮은 位階秩序

 

크고 작은 나무들도

섰는 대로 말이 없고

 

골몰도

제소릴 내며

낮은 데로만 흐르고

 

제일 높은 봉우리 하나가

발 밑으로 내려와서

 

무수한 골짜기와

주름진 능선들을

 

눈 아래

펼쳐 놓고선

천 년토록 말이 없다

김월한 <妙理> 전문

 

당시에는 상이 귀한 때라 상을 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상도 수상할만한 사람이 받는다면 당연히 주위의 사람들은 축복해 줄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상 문화에 대하여 수상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늘날의 상은 대개 請託野合政略的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끼리끼리 나누어 먹기 식 상타기가 많다. 이렇게 타락하고 오염된 상이 우리 문단에 횡행하고 있음은 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현대시조 95 봄호 17p) 오늘날에는 무수한 상들이 판을 치고 있다.

그런데도 상을 못 받아 안달이 난 문인들이 얼마나 많은 지? 돈 주고 상을 사려는 자까지 있으니 정말로 개탄할 노릇이다.

 

현대시조 논단에는 김준/시조는 어떻게 써야 하나(7), 이강룡/영남사림파 시조연구(3), 장미라/고시조의 持續性과 변화(1)이 연재되고 있다.

현대시조단에 정태모 외 30명의 작품들이 발표 되었다. 그 중에서 박현덕의 작품을 고찰해 보자

 

밤 무덤을 둘러싼

나무들이 손 비빈다

 

여직 숨을 죽이고

놓아둔 술 음복하네.

 

망월동

한 새 떼가 퍼득

늘 아침을 열었다.

 

무르팍 으깨진 채

어둠 깔린 길 달려가다

 

대 물린 감옥에서

마음 앓아 몸져 누웠거늘

 

그렇다

애비는 萬積이었다

가슴밭에

칼을 숨긴.

 

박현덕 <無等을 생각하며. 6(김남주 시인의 묘에서)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이다. 현실의 삶 앞에 늘 고뇌하는 시인이다.

작품 속에 역사적인 현실이 투영된 작품으로 주목받는 시인이다.

근작시선으로 손영옥, 최희선의 작품이 선을 보이고 있다.

시조가 있는 수필에는 이성보/자생란에 깊이 든 병, 최규찬/완성할 수 없는 눈사람이 발표되었다.

22회 현대시조 신인 당선자는 김해석/鄕愁, 김덕/(閑日등이다. 심사위원은 김준 선정주 양원식 시인이다.

계간평은 김월한 시인이 맡았다. ‘쉽게 읽히는 정직한 시조들이란 제목으로 평하였다.

 

6. 현대시조 46(95년 여름호)

현대시조는 항상 논단이 풍성하였다. 이번호에도 김준/시조는 어떻게 써야 하나(8)

이강룡/영남사림파 시조 연구(4), 장미라/古時調持續性變化(2), 류준형/1930년대 시조문학의 양상(1) 등이다.

특집으로는 중국 연변 時調詩社 조선족 문인 특집이 게재되었다.

현대시조시단에는 박병순 외 26명의 작품이 발표 되었다.

그 중에서 김민정의 작품을 보고자 한다.

 

오늘 같은 날에는

그대가 보고 싶다

 

목마른 그리움을

적시고도 싶지만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다

 

싫어서가 아니란다

미운 것은 더 아니야

 

사실은 그 반대야

네가 너무 보고파서

 

다정한

너의 눈빛이

너무너무 그리워서

김민정<눈오는 날>전문

 

쉽게 읽혀지고 쉽게 이해되는 작품이다. 소통이란 점에서 훌륭하다. 그러나 독자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조금은 주어야 되지 않을까? 상대에게 소곤소곤 이야기 하듯 다정다감하게 읽혀지는 작품이다

근작시선으로 이수정, 정공량, 양점숙 시인의 작품이 수놓아져 있다.

23회 신인상 당선자 발표가 있었다. 당선자로는 신재후/물소리, 서영자/낙엽 이다.

심사위원은 장순하, 김준, 선정주 시인이다.

시조가 있는 수필에는 이성보/자생란에 깊이 든 벙, 변해명/외로운 할머니, 박춘근/족발과 소주 반병의 추억 등이 재미있게 읽혀진다.

 

7. 현대시조 47(95년 가을호)

현대시조 초대 펀집인 이우종 시인에 이어 2대는 전형대 교수가 맡아왔다. 그러나 9575일 별세로 인하여 현대시조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됐다.

추모 특집으로 호영송/아직 53, 아쉬움이 크구나, 홍오선/누구의 부르심입니까, 김옥정/그리운 이, 선정주/구름, 류선/삼가 전형대 교수의 명복을 빌면서 등이다. 그 중에서 선정주의 추모시를 읽어보자

 

더러 말하기를 사람은

구름이라 했었다.

 

일었다 스러지고

스러졌다 이는 구름

 

그대는 정녕 구름임을

실감나게 했었네

 

살았을 땐 만나면

옳은 말씀 듣게 하고

 

또 죽음에 있어서는

큰 교훈을 남겼네

 

사람은 한 번은 가는 것

구름처럼 가는 것을

 

<구름-전형대 교수의 명복을 빌면서-> 전문

전형대 편집인의 공석으로 선정주 시인이 뒤이어 맡게 됐다.

지금은 선정주 시인도 세상을 떠나고, 무심한 세월은 빨리도 흘러갔다. 이어서 이성보 시인이 지금까지 힘들게 현대시조를 이끌고 있다

전형대 박사는 현대시조 김직승 사장과는 절친한 친구로서 소통이 잘 되었다. 당시에는 잡지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김직승 사장의 열정적인 지원과 더불어

전형대 박사는 현대시조의 발전을 위하여 물심양면으로 노력하였다. 논단 중심의 현대시조를 이끌어 온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근작시선으로 김전, 김진문, 백명숙 편이 게재되었다. 그 중에서 필자의 작품 한편을 음미해보자

 

흩어진 음운들이 석류알로 박히면서

아이들은 순수의 언어를 쏟아낸다

바람은 시소를 흔들면서 무게를 달아보고

 

미끄럼틀로 오르는 개미들 허리가 아프다

빈 그네들 풀 죽은 넥타이로 11시를 가리키고

노인들 빛바랜 웃음소리 철봉에서 턱걸이를 한다

 

아이들이 놀다간 세상은 발자국이 없다

더러는 버려야할 상념들이 솟아오르는

이 한밤 개구리 소리 놀이터로 기어나오고.

김전<놀이터에서> 전문

놀이터도 삶의 현장이다. 아이들에게 노인들을 대비 시키면서 삶의 단면도를 그려보고 싶었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그리고 싶었다. 거기에 불안한 사회를 대비시켜 놓았다

개구리 소리는 서민들의 아픔을 말하는 소리로 상징시켜놓았다.

현대시조 논단으로는 김준/시조는 어떻게 써야 하나(9), 이강룡/영남사림파 시조 연구(), 류준형/1930년대 시조문학의 양상(2), 조주환/新文學 轉換期時調 硏究(1), 등이다.

현대시조 논단은 이기반 외 44명의 작품이 선을 보이고 있다.

안동에서 활약하는 권오신 시인의 작품을 음미해 보자.

 

며칠째 지자제 선거로

온 나라가 술렁대더니

오늘은 서울 어디서

백화점이 무너졌단다.

애꿎은 목숨 천여 명

생매장을 당했단다.

 

지상에서 무너지고

지하에선 폭발하고

사고는 줄을 이어도

책임질 사람은 없고

지금 내 딛고 선 이곳도

안전한지 모르겠네.

 

또 몇 분 유감을 표하고

보상금을 지급하면

세월 속에 묻혀지리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이 나라 사고 공화국

지난 일이 다 그렇듯

 

권오신<사고 공화국> 전문

90년대의 시대적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 등 끊임없이 사고가 일어났다. 지금도 세월호 사건이 종결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사고가 터져도 안전 불감증에 걸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안일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작품이라고 보인다.

시조가 있는 수필에 정태모/체험과 현실과 사랑과, 허홍구/하늘과 땅이 통하는 길이 게재되었다.

계간평은 이상옥 시인이 맡았다. ‘시인의 고뇌, 그 정신적 출혈이란 제목으로 평단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8. 현대시조 48(95년 겨울호)

지난 호에 이어 사봉 장순하 시인이 권두 산필/交下通信 (2)을 집필해 주셔서 현대시조의 격을 높였다.

특집으로 연변시조시 문학상 시상식이 있었다. 94814일 길림성 연변시 문학관에서 개최되었다. 최우수상 박화우수상 김용준, 최문섭이다.

근작시선으로는 신순애, 박경배 시인의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현대시조 논단엔 김준/시조는 어떻게 써야 하나(10), 장미라/고시조의 지속성과 변화(3), 조주환/신문학 전환기의 시조연구(2), 김종/선정주 문학의 자기정직성 등이다.

현대시조단엔 정소파 외 35 명이 발표하여 현대시조단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 채천수 작품을 살펴보자.

 

학교에서 같이 돌아와 피로하긴 매한가진데

나는 신문을 읽었고 아내는 밥을 지었다.

그래도 술만 적게 마시면 괜찮다는 아내다.

 

와이셔츠 두 장 디리는 데 꼭 40분이 결렸다

아내를 40분간만 이해해도 참 고맙다

오늘은 걸레를 들고 지난 일도 닦아 본다.

 

아내의 긴 머리카락이 쓰레받기에 제일 많지만

닦인 모노륨 바닥에 길 하나 훤히 나는 저녁

아내도 책 한 권을 들고 조용히 앉아 있구나.

채천수 <아내 일기> 전문

채천수는 대구에서 활동하는 시인이다. 사봉 장순하 시인의 추천으로 조선일보 신추문예로 등단하였다. 패기 넘치는 젊은 시인이다.

활달한 성격으로 선이 굵은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시인이다

이 작품은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짙게 담겨져 있다. 부부교사로서 느끼는 삶을 진솔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시조가 있는 수필에는 황다연/바위, 김예자/남다른 모습으로 사는 삶, 최규찬/꼬마의 기다림이 게재되었다.

시조지에 간간히 수필이 들어 있어 딱딱한 잡지에 양념을 넣어주는 것 같다.

24회 현대시조 신인상 당선자가 발표되었다.

당선자는 이경옥/봄산, 김두섭/청솔산의 추억, 김설영/봉선화 꽃물 들이며, 조현술/달빛, 박옥균/解氷期 등이다. 심사위원은 장순하, 김준, 김 교한, 조주환, 선정주 시인이다.

 

저 산은 겨울 내내 누워 끙끙 앓더니

신기(神氣)가 있었나봐 화신(化神)이 들린거래

훈풍에 병색을 지우며

저리도 환한 모습

다발 진 아지랭이 간혈 비 젖는 날은

신열로 가쁜 숨결 여민 솔기 다 타내려

연두빛 얼비치는 속살에

풀어지는 모국어여

 

함박비 멱을 감고 삭신에 배인 꽃물

목숨이 화락화락 생피로 타오르는

봄산은 절정의 내림굿

작두날에 타는 마음

이경옥<봄산> 전문

심사위원은 소재의 의미를 강렬하게 유추시킨 점을 좋게 보아 선하였다고 하였다.

이경옥 시인은 포항 비화 시조문학회에서 활동하는 시인이다.

비화시조문학회는 조주환 시인이 주도적으로 창립하여 지금까지 끌어 오고 있다.

지금은 맥시조문학회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 시는 봄 산의 아름다움을 시각적 이미지로 구체화 시켜놓았다는 점에서 호감이 간다.

 

계간평으로 이상옥 평론가/현실 인식과 메시지의 과잉 노출이란 제목으로 평하였다.

서평으로 김준/자기 성찰과 성숙에의 동경-정순량 교수의 시조집(햇살만한 바램으로)-

이준섭/겨울삽화를 읽고-박현덕 시조집-에 대한 서평이 있었다.

 

.결언

 

90년대 중반기의 현대시조는 중흥기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많은 작품들이 현실에 바탕을 두고 쓴 작품들이 많았다.

당시의 쟁쟁한 대가들이 현대시조단에 작품을 발표했다. 90년대 중반의 시조 작품들을 고찰해 볼 수 있다.

발표할 지면이 부족한 시대에 현대시조는 나름대로 톡톡히 제 몫을 하고 있었다고 본다.

특히 시조 논단은 지금 읽어도 도움이 되는 글들이 너무나 많다.

시조가 있는 수필은 시조와 함께 재미를 얹어주고 있다.

특히 김준 박사의 시조는 어떻게 써야 하나장미라의 고시조의 지속성과 변화조주환의 신문학 전환기의 시조연구등은 가치 있는 논문이라 여겨진다.

90년대 신인들의 발굴은 현대시조의 공적 중에 큰 공적이라고 보인다.

당시 불행한 일은 현대시조 편집인 전형대 박사가 젊은 나이에 타계하셨다. 그래서 현대시조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그러나 선정주 시인의 현신적인 노력이 현대시조를 기사회생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세상일이 늘 그렇듯이 어려움과 영광이 번갈아 오지 않던가?

현대시조 가족들의 무궁한 건필을 바라면서 필을 놓는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