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제비를 뜨다 외 2편
김명화
온종일 세상을 누빈 햇살
발뒤꿈치 다 보이게 강을 건넌다
통통통 물수제비를 뜬다
차르르 깨어나는 물비늘들
기다리는 설렘을 안고
강 건너 갈대숲
사분사분, 손을 흔들고 있다
서쪽 뺨을 붉게 물들이며 마을이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
햇살이 강을 다 건너도록 나는
원고지에 대고
물수제비를 뜨는 중이다
무게를 줄인 생각, 또 아프게 깎아 낸 말
뒤뚱뒤뚱, 겨우 몇 칸인데
강바람에 미끄러져 닿은 유년의 강가
두고 온 물수제비 돌이 통통통
내게로 건너온다 손을 흔들자
차르르 일어서는 기억의 비늘들
얘야, 저녁 밥 안 먹고 뭐 하냐
세월의 강을 내는 어머니 목소리도
어여삐 기르던 강아지도
첨벙첨벙, 함께 건너오고 있다
-------------------------
-------------------------
과수원집 노총각은
배꽃처럼 환한
꿈을 꾼답니다 배꽃 피면
배 밭은 그 그늘까지 환해
어디 숨길 데도 없는 꿈
어린 배 잎 몇 장 가만히 뒤척여도
그것도 바람이라고
까르르 뒤집히는 꽃잎들 그 중
참한 것을 남기며
꿈을 꾼답니다
아무것도 솎아낼 것 없는 꿈을
씨방이 자라고
뽀얗게 살이 오르고
더러는 손 타는 배도 있는데
과수원집 노총각
여전히 꿈만 꾸고 있답니다
마음에 품은 꽃잎 한 장
꽁꽁 접힌 채
막무가내 피려고를 않는답니다
-------------------------
천리포 수목원을 떠나며
그대와 나누려고
내 안 가득 담은 파도 소리와
숲 향기
엎지르면 안 되지 하는 생각
시속 육십 킬로미터쯤 안전 속도로
출발합니다
해떨어지고 어둑해지면
옆자리에 어린 숲
딴은 잠투정 하겠지만
아무 걱정 하지 않아요
천리포 파도 소리 함께 있으니
도닥도닥 잘 재워주겠지요
함께 키우고 싶은 어린 숲까지 데리고
천리 길, 그대 있는 곳까지
곧장 가겠습니다
늦어도
이 가을
다 가기 전에는
도착하겠습니다
심사평
김명화의 작품 ‘물수제비를 뜨다’ ‘과수원집 노총각은’ ‘천리포 수목원을 떠나며’를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시는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데 있다. 그리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 또한 사물을 보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데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함축적 언어이어야 한다.
직설적인 표현이 아니고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시적 미감이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김명화의 작품은 대체적으로 호흡이 긴듯하나 스토리가 있는 작품들이라 재미가 있다. 시어를 자유자재로 운용할 수 있는 것을 볼 때 시안(視眼)이 예사롭지가 않다
‘물수제비를 보면’ 에서 누구나 추억의 어린 시절, 냇가에서 물수제비를 따 먹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단순한 소재를 통하여 시작(詩作)으로 승화 시킨 점은 매우 훌륭하다. 시에서 의성어를(통통통, 첨벙첨벙) 사용하여 생동감 있는 작품으로 끌어올린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과수원집 노총각은’에서도 감동과 재미를 주고 있다. 스토리가 있다. 배꽃을 노총각의 꿈으로 환치 시켜 시를 성공으로 이끌고 있다. 마지막 행 ‘마음에 품은 꽃잎 한 장/ 꽁꽁 접힌 채 / 막무가내 피려고를 않는답니다.’에서 생각할 여백을 두고 있는 점에서 이 작품은 예사롭지가 않다
‘천리포 수목원을 떠나며’ 이 시에서도 감동과 공감을 주고 있다. 파도소리, 숲 향기 등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작품으로 끝을 맺고 있다. 자아일체가 된 셈이다.
시를 구축하는 힘이 단단한 것을 볼 수 있다.
김명화의 작품들은 감동 그리고 공감과 재미를 주고 있다. 시인은 시어를 부릴 줄 아는 능력의 소유자라고 느껴진다.
더욱더 정진하여 한국 문단을 이끌어갈 동량이 되길 기원한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심사자 김전
' 칼럼 및 문학평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17년1월호 월간 문학세계 심사평 (0) | 2016.12.10 |
|---|---|
| 현대시조 30년을 되돌아본다 ❺ (0) | 2016.10.07 |
| 벅복희 작품 (0) | 2016.09.10 |
| 7월신인상심사평 (0) | 2016.06.22 |
| 문학애 신인상 심사평 김해성 (0) | 2016.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