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는 날
김재원
첫눈은 설렘으로
내 가슴에 펑펑 내립니다.
여기저기 뒤덮인 하얀 세상
내 마음도 언제나 이렇게 깨끗하게
변함없는 마음이면 얼마나 좋을까.
들뜬 마음의 즐거움도 잠시
오랫동안 기다린 반가운 님인데.
오늘만큼은 오돌오돌 떨면서
나뭇가지를 힘겹게 붙들고 매달려있는
춥기만 한 저 감이 보이지 않게
첫눈아 펑펑 내려라. 좀 더 내려줘.
앙상한 가지위에 위태롭게
매달려있는 감 꽁꽁 얼어붙어서
언제 떨어질지 모릅니다.
겨울 마중
스산한 바람 안고
언덕에 우뚝 섰다.
이름 모를 나무 열매
예쁘지만 예쁘지 않음으로
빨갛지만 빨갛지 않음으로
쓸쓸히 나를 반긴다.
사랑했던 그 시절
그 모습은 세월의
무상함으로 빛은 바래고
마른 나뭇가지 목이 마른다.
비라도
마중 나오시게나
어정쩡한 그 길에 서 있는 나
함박눈이라도 내려준다면
가슴에 맺힌 서러움 씻겨지려나.
비도 눈도 내리지 않았는데
이 가슴은 자꾸 얼어간다.
내 안의 슬픔
견딜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와 한 잔술로 잊어보려고
발버둥을 치다 보니 이 세상
모두가 아픔과 슬픔이어라.
수없이 많은 날을
그리운 임 찾아 헤매왔건만
그 임은 내 가슴에 흔적만 남겨놓고
세월 속으로 꼭꼭 숨어버렸구나
텅 비어 기다린 내 맘은 어이할까.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술의 힘을 빌려 잠을 청해본다.
행여 꿈속에서라도
만나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심사평
구원의 길을 찾아 나서기위한 의미 있는 작품
김재원의 작품 ‘첫눈 오는 날’ ‘겨울 마중’ ‘내 안의 슬픔’을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우리들은 왜 시를 쓰는가? 라는 의문을 가질 때가 많다. 여기에서 나오는 답들은 사람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편적으론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의미를 찾아내는 길이 아닌가 싶다.
흔히 사람들은 구원의 길을 찾아 나서기 위해 시를 쓴다고 한다.
김재원의 작품들은 자연을 통하여 자신을 찾아 나서고 있는 의미 있는 작품들이다.
‘첫눈 오는 날’에서 ‘첫눈은 설렘으로/내 가슴에 펑펑 내립니다.’에서 낯설기 기법으로 시를 도입하는 부분에서 성공하고 있다. 눈의 이미지는 순결이다.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 듯 자신도 깨끗함으로 이루어지길 갈망하고 있다. 추위에 떨고 있는 감은 나약한 인간 존재를 말하고 있다. 나약함을 보이지 않게 눈으로 덮어지기를 바라는 시적자아의 따뜻한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겨울 마중’에서도 자연과 자신을 일체화시킴으로 시적미감을 획득하고 있다. 겨울을 통하여 시적자아의 모습을 강하게 보이기 위한 역설법이다. 시적자아의 모습을 찾아가려는 작가의 강인한 모습이 숨어 있다.
단순히 자연의 모습을 묘사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키는 방법은 시를 바르게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보인다.
‘내 안의 슬픔’에서 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누구에게나 외로움이 있다. 특히 시인에게 외로움은 무엇보다 큰 자산이다. 외로움을 통하여 아름다운 시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를 이미지화 시키는 능력이 예사롭지가 않다.
앞으로 더욱더 노력하여 시인으로 대성하길 기대한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 한다.
심사자 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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